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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바꿔준 한마디 - 박수정 학우(색채디자인과 1)

등록일 2019년12월04일 09시00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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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왜 사서 고생해?’라는 말을 한 달에 한 번은 듣는 것 같다.
부정할 수도, 사실이 아니라고도 할 수 없었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나란 아이는 항상 달리기만 해왔기 때문이다. 어릴 적, 잘해야지만 칭찬해준다는 선생님의 말씀을 시작으로 ‘잘하고 싶다’라는 나의 열정은 어느 분야에서든 식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앞만 보고 달려온 길에서 크게 넘어진 적이 있었다.
아무것도 하기 싫었고 나의 자존감은 우울이라는 돌과 함께 바닥으로 굴러 떨어져 내려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엔 무엇이 그리 무서웠는지, 왜 다시 서기가 힘들었는지 알 수 없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무너지는 나를 어떻게 받아드려야 하는지 몰랐다는 것. 그저 불안한 내가 싫었고, 이기적인 마음이 들었으며, 안개 낀 하늘 때문에 앞이 보이지 않을까 봐 겁이 많았던 나였다.
그날은 시험 기간, 매우 추운 겨울밤이었다. 아는 언니와 집에 가는 길은 유난히 피곤했고, 다음 날이 시험이라 걱정이 많았다. 밤이라 그런가? 갑자기 이상한 바람 소리가 들려서 “무슨 바람 소리가 이래?”하고 혼잣말했는데, 언니가 “괜찮아, 그냥 바람이 부는 소리야.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웃으며 얘기하는데 나는 아무렇지 않게 말한 언니의 말이 한동안 머릿속에 가득했다. 마치 다 지나갈 소리라고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
복잡하게 생각하지마. 잘하는 내 모습 즉, 결과에만 나를 인정하지 말고 그 과정에서 최선을 다하는 나를 먼저 바라보는 건 어떨까하고 그날 처음으로 나에게 물었다.
그때는 나 자신에게 잘하고 있다고 상냥하게 칭찬해주지 못했지만, 지금이라도 과거의 나에게 너무나 잘 이겨내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이겨내고 여기까지 와줘서 장하다고, 지금의 나를 살게 해줘서 고맙다고.
지금의 나는 밤이 찾아오면 그 어둠에 갇혀 있기보다 잠자리에 들려고 노력하고, 아침이 찾아오면 다시 일어나서 내 위치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혹여나 그때처럼 바람 부는 소리가 괴상해도 그냥 잠시 스쳐 가는 바람 소리일 뿐이라고 되새긴다. 그리고 부족한 대로 나는 아주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을 오늘도 나에게 전한다.
신구학보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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