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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열차, 안갯속으로 사라지다

등록일 2020년03월25일 09시00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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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년 이탈리아에서 출발해 러시아를 향하던 한 관광열차가 갑자기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일명 ‘유령열차'라고 불리며 실종 당시의 모습 그대로 러시아와 유럽 등지에서 현재까지 목격되고 있는데, 이것의 정체는 무엇이고 과연 진실일까?

1998년 9월 25일, 러시아 매체 로시야스카야 가제타는 1911년부터 러시아와 동유럽 등지에서 목격된 ‘포예즈드-프리즈락’이라고 불리는 흥미롭고 두려운 유령열차에 관해 보도했다. 20세기 초부터 모스크바 대학 과학자들에 의해 연구되기 시작한 이 유령 열차는, 유럽의 다른 열차 지역에서 흔히 발견되는 유령 열차들과는 다른 점이 있었다. 순식간에 철로가 없는 지점에 불쑥 나타나는가 하면, 대부분의 유령열차처럼 서 있는 사람을 그냥 통과해버리는 것이 아닌, 다치거나 치어 죽고 실종되는 경우가 있어 과학자들이 깊이 연구해왔다. 그러다 로시야스카야 가제타는 문제의 유령열차가 러시아의 찰스 디킨스로 불리는 유명 극작가 ‘니콜라이 고골(1809~1852)’의 저주로 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니콜라이 고골은 1809년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글 쓰는 재주가 있어 단편 소설과 장편 소설, 연극 각본 등을 썼으며 19세기 러시아 최고의 문학가였다. 그의 소설은 미스터리가 주를 이루어 일상에서 보기 힘든 비상식적이고 쉽게 잊히지 않는 괴기스러운 인물과 독특한 사건들이 등장해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오랜 기간 치료와 식사를 거부하는 정신착란을 앓고 있다고 알려진 니콜라이 고글은 ‘안 보이는 장소에서 알려지지 않는 눈물이 있을 것’이라는 기이한 글을 남기고, 1852년 3월 4일 의문의 죽음을 맞이했다.

그러던 1931년, 그의 시신이 안치된 모스크바 세인트 다니엘 사원의 공동묘지가 철거되며, 니콜라이 고골의 시신도 함께 이장 됐다. 관을 연 군인들은 오른쪽 벽에서 손톱으로 심하게 긁은 흔적이 발견돼 당시 그가 산채로 매장됐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얼마 뒤, 그가 사망하기 전 정신병으로 판정 난 당시에 ‘죽은 영혼’이라는 소설을 쓰다 러시아 정교인 콘스탄티노브스키 신부의 눈에 거슬린 나머지 강제로 사원 정신병원에 수용된 사실이 드러났다. 또한, ‘죽은 영혼’과 속편 소설 모두 신부에 의해 직접 태워졌으며 고골에 대한 마지막 기록에 의하면, 아무것도 먹지 않는 정신병을 앓았던 것으로만 알려진 그는, 사원의 정신병동에 갇혀 머리에 독한 술을 계속 뿌려대며, 코에 거머리가 붙어진 채로 뜨거운 빵을 강제로 먹어야만 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로 인해, 무언가 잘못됐음을 눈치챈 군인들은 다시 관을 확인해본 결과 누군가 그의 관을 꺼냈다 다시 묻은 흔적을 발견했고 관 속에 있어야 할 머리가 없었다.

수사 결과 1909년에 사원 묘지 관리인들이 극장 관련 유품 수집가인 알렉세이 바크흐루신에게 고골의 해골을 비밀리에 판 것이 드러났다. 2년이 지난 1911년, 고골의 먼 친척이자 러시아 해군 장교였던 야브노스키는 바크흐루신을 찾아가 해골을 내놓지 않으면 사살하겠다고 협박해 간신히 되찾았다. 야브노스키는 고골의 해골을 재매장하려던 그때, 모스크바로 향하던 이탈리아군 장교에게 해골이 든 상자를 주며 모스크바시로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열차 안, 장교들은 무료해진 나머지 승객들을 대상으로 손에 해골과 램프를 든 채 으스스한 연출을 하며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캄캄한 터널을 지나고 있던 때, 한참 장난을 치다 승객들이 몹시 놀라는 표정과 경악스러운 비명을 지르자 이상함을 느낀 장교는 해골을 쳐다본 그 순간, 잘린 목에서 피가 흐르고 험상궂은 표정으로 노려보는 남성의 얼굴로 변해있었다. 이에 놀란 장교는 해골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열차가 멈추자 허겁지겁 뛰쳐 내려 어두운 터널 밖으로 달려 나갔다. 1911년 당시 사라진 열차 안에 있던 106명의 승객 중, 장교를 포함한 2명만이 열차에서 뛰어내려 무사했고 나머지 승객들은 산을 뒤엎는 안개에 휩싸인 뒤 눈앞에서 열차와 함께 사라졌다. 이후 열차는 당시 모습 그대로 간직한 채 러시아와 유럽 등지 여러 곳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오예림 기자 stcavon@naver.com
신구학보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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