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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종류의 바이러스들 – 이용희 교수(IT소프트웨어과)

등록일 2020년05월27일 09시00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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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희 교수(IT소프트웨어과)
바이러스 하나가 요즘 우리 주변의 많은 것들을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다. 수업이란 무엇이고, 교수자와 학생은 어떻게 연결되어야 하는가 등의 심층적이고 철학적이기까지 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많은 생물학자들은 바이러스를 생명으로 인정하기를 주저하며, 그 기원이나 출현시기도 확실하지 않다. 유전 정보를 담고 있는 DNA 조각과 숙주에 접착하기 위한 최소한의 단백질로만 구성되어 있어서, 생명이라면 정말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보통의 생물을 이루는 세포도 없고, 에너지를 얻지도 만들어 내지도 못한다. 반드시 숙주 안에 있어야 하고 숙주의 세포분열시 DNA 복제시스템을 활용하여 자신의 유전자 정보를 복제하고, 증식하게 된다. 내부구조가 워낙 단순해 변이가 쉽고 변종도 많아 자세한 추적이 불가능하므로 해당하는 백신을 일일이 만들어내기가 무척 어렵다. 그러기에 독감예방주사는 매년 다시 맞아야 하고, 이름만 들어도 무시무시한 메르스바이러스, 에볼라바이러스, AIDS를 일으키는 입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등의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은 기대만큼 빨리 나오지 않는다.

성질이 비슷한 것으로 컴퓨터 바이러스가 있다. 컴퓨터 바이러스는 어떤 컴퓨터 프로그램 일부에 스스로를 복사하여 원 프로그램을 수정, 감염시키고, 이 프로그램이 실행될 때마다 스스로를 복사하여 다른 프로그램을 감염시킨다. 감염된 프로그램을 복사하여 다른 컴퓨터에서 실행하면 그 컴퓨터도 감염되고, 이러한 패턴은 컴퓨터 네트워크를 통해서 끝없이 퍼져나간다. 감염후의 증상은 무증상에서부터 하드디스크 등의 컴퓨터 시스템을 복구 불가능하게 파괴하는 것까지 다양하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해당 바이러스 프로그램이 숨어있는 곳을 찾아내고, 제거하는 프로그램인 안티바이러스 프로그램을 써야 한다. 백신 프로그램은 컴퓨터 내에 상주하여 프로그램이 실행될 때마다 바이러스 부분을 탐지하고 감염된 프로그램의 실행을 차단한다. 자연의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인간의 면역시스템은 가끔 오작동을 일으켜 아토피, 크론병, 류마티스관절염의 등의 자가면역질환을 일으킨다. 안티바이러스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로 지속적인 감시에 따르는 오동작과 때로는 심각한 컴퓨터의 전반적인 성능 저하를 피할 수 없다.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비용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와 비슷한 것으로 인간사회에는 밈(meme)이 있다. 생물학자 도킨스가 정립한 밈의 개념은 ‘문화복제자’정도로 번역할 수 있는데, ‘모방 등 비유전적 방법으로 전달된다고 생각되는 문화의 요소’라고 정의된다. 옷, 관습, 특정 사상 등 모든 문화 현상들이 이에 속한다. 복제를 통해 여러 사회와 여러 세대를 통해 전파될 수도 있고, 특정 시기의 특정 집단에서만 왕성하게 공유되다가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한 사람의 선행이나 악행이 여러 명에게 전달되어 영향을 미치는 것도 이의 한 종류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중에는 보이스 피싱이나 인터넷의 악성댓글처럼 잠시 번창하여 사회를 병들게 하는 것들도 있다. 바이러스와 참 비슷하다.

바이러스는 감염을 예방하고 감염되었다면 적절하게 치료하며 더 이상의 전파를 막아 공동체를 보호해야 한다. 자연의 바이러스는 인간의 면역시스템과 백신, 치료제를 통해 치료하고, 적절한 거리두기를 통해 더 이상의 전파를 막는다. 컴퓨터 바이러스는 안티바이러스 프로그램의 철저한 감시로 대응한다. 사악한 밈에 대해서도 각자들 열심히 대응해 나가고 있다. 누구는 기본적인 좋은 성품으로, 누구는 종교의 힘으로, 또 다른 누군가는 명상과 성찰을 통해서 이에 맞선다. 돌아보면 위대한 정신적 지도자들이 가장 힘써 역설했던 가르침들이 이 사악한 사회 바이러스에 대한 대응이 아니었나 싶다.
신구학보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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