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거짓말에도 종류가 있다고 말한다. 흔히 아는 남을 정말 속이려고 하는 나쁜 거짓말과 다른 사람이 피해를 받지 않게 돌려 말하는 하얀 거짓말로 말이다. 평생 이 두 종류의 거짓말 중 어떤 것도 해보지 않은 사람도 있겠지만 보통 한 번쯤은 어릴 때 남을 속이는 용도로 거짓말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에도 부모님에게 거짓말을 하다 생긴 이야기가 있다. 초등학교 때 우리 집 근처 슈퍼와 자주 다니던 주민센터 앞 게임기에 매일 홀린 듯이 찾아갔었다. 게임기 앞에는 항상 게임을 잘하는 애들과 형들이 앉아있어 열심히 구경만 하다가 돌아왔었다. 막상 게임을 하자니 처음 해보는 것이라 게임기에 자리가 비었다 해도 쉽사리 앉지 못했던 것이다. 괜히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사람이 없을 때 잠깐씩 하는 정도였다.
어렸을 때 우리 집은 숨겨진 것을 찾으며 기쁨을 누리기에 좋은 장소였다. 서랍이 많았고 당시 부모님이 게임기를 숨겨놓고 가끔 주셨기 때문에 그것을 찾기 위해 집 구석구석을 누비곤 했다. 그런데 서랍을 뒤지다가 우연히 딸기 모양 지갑을 발견했다. 엄마는 늘 그곳에 잔돈을 넣어놓고 식탁 의자에 걸어두곤 하셨는데, 항상 짤랑짤랑 소리가 날 정도로 동전이 차 있었다. 지금도 큰돈이지만 그 당시 어렸던 나에게는 더 큰 돈이었고 100원짜리 몇 개만 있어도 부자가 된 느낌이 들었었다. 결국 나는 게임이 하고 싶다는 유혹에 넘어가 그 지갑에서 몰래 돈을 꺼내 쓰고 말았다. 부모님이 다른 것을 하고 계실 때나 아침 일찍 일어나 조금씩 빼 썼었는데, 그러다 보니 당연하게 부모님은 눈치를 챘다. 하지만 부모님은 때리시거나 크게 혼을 내시는 게 아닌 편지로 돈을 가져갔는지 물으셨다. 나는 끝까지 아니라고 거짓말 했지만 부모님은 편지로 나의 잘못을 짚어주셨고 그제서야 나의 잘못을 사실대로 말했다.
12년이 지났지만 그때 부모님이 편지로 나에게 말을 해주시지 않고 때리시고 크게 혼내셨다면 ‘이번에는 걸리지 않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로 인해 ‘돈이 생겨도 지금 써도 될까?’ ‘다음 용돈 받을 때까지 급하게 돈 쓸 일이 생가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조심스럽게 쓰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