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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ㆍ日 생활문화의 유사점과 차이점 - 색채디자인과 사츠모토 타쿠마 교수

등록일 2013년12월10일 00시00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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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츠모토 타쿠마 교수(색채디자인과)
한국에서 지내다 보면 일본에 있다는 착각이 들 때가 자주 있다. 사람들의 얼굴도 잘 구별이 안 되는데다가 거리의 간판도 한국어로 되어 있을 뿐, 여기가 일본이라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보기에는 비슷하게 보여도 습관이나 사회 시스템은 확실히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역시 외국은 외국이다. 한국과 일본 문화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몇 가지 사례를 통해 살펴본다.

한국에서는 공항버스 등을 제외하고는 시내버스 시간표를 본 적이 없다. 버스정류장에는 첫차와 막차 시간, 그리고 배차간격의 안내만 있을 뿐 시간표는 없다. 반면에 일본은 5분마다 버스가 오는 도시의 버스정류장은 물론 1시간에 1번밖에 안 오는 시골의 버스정류장에도 반드시 시간표가 있다. 도시에는 평일, 휴일의 각각의 교통상황과 환승에 걸리는 시간까지도 계산되어 시간표에 명시되어 있다. 실제로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면 거의 정시에 버스가 온다. 하지만 버스에 타고 내리는 것은 정해진 정류장에서만 가능하다. 예전에 버스정류장에서 3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신호대기를 하는 버스가 있었다. 이 버스를 놓치면 다음 버스가 올 때까지 20분 이상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달려가 문을 두드렸지만 아니나 다를까 태워주지 않았다. 고지식하게 정해진 정류장에서만 태우고 내려주는 것이다. 반면에 어느 정도 융통성 있게 해주는 한국 버스는 일본사람 입장에서는 고마울 뿐이다.

겨울의 난방으로 한국에 온돌이 있다면 일본에는 `고타쓰가 있다. `고타쓰란 사각형의 좌식 탁자 같은 테이블 윗면에 전기 히터가 달려있어 테이블 위에 이불을 씌우고 그 위에 테이블 판을 올린 것이다. 가족 모두가 하나의 `고타쓰안에 다리를 넣고 하반신을 따뜻하게 한다. 다리가 따뜻해짐에 따라 몸 전체가 후끈후끈해진다. 가족 모두가 `고타쓰로 모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가족 간의 커뮤니케이션도 활발해진다. 요즘에는 팬히터 등을 사용하는 가정도 있지만 대부분 `고타쓰를 선호한다. 일본인은 `고타쓰를 커뮤니케이션의 장으로 여긴다.

일본에는 `와리칸문화가 있다. `와리칸이란 한국식으로 말하자면 더치페이이다. 식사 자리에서는 물론 술자리, 교통비에 이르기까지 일본인에게는 `와리칸이 몸에 배어있다. 점심시간에는 식당 계산대 앞에서 줄을 서서 각자 계산하는 회사원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같이 식사한 사람이 누군지는 중요하지 않다. 직장 후배와 같이 식사를 했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와리칸을 한다. `와리칸을 한다고 해도 아랫사람들이 윗사람을 치사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스마트 폰 어플에 다양한 와리칸 어플들이 있는 것도 일본밖에 없지 않을까? 와리칸 어플을 보면 아주 재미있다. 정확하게 나눌 수 없을 경우에는 누가 더 부담할 것인가를 1엔 단위로 계산할 수 있다. `와리칸에서는 상대방에게 부담을 안 주려고 하는 배려심과 손해를 안 보려고 하는 개인주의의 상이한 두 가지 면을 볼 수 있다. 일본에 여행 갔을 때 일본인이 와리칸으로 하자고 해도 당황할 필요 없다.

한국의 음식 배달과 같은 의미로 일본에는 `대마에가 있다. 주로 중국요리집, 라면집, 스시집 등에서 `대마에를 시킬 수 있다. 전화를 걸어 메뉴와 장소만 알려주면 신속히 배달해준다. 물론 한국처럼 공원 같은 장소까지 배달해주는 극진한 서비스 마인드는 볼 수 없다. 배달 가능한 장소는 집이나 회사 등에 한한다. 하지만 식사를 하고 나서 그릇을 깨끗이 씻어 반납해야 한다는 사실은 한국과 많이 다르다. 음식 값을 내는데 설거지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일본에서는 그릇을 깨끗이 씻어 반납하는 것이 예의이다. 요즘은 패스트푸드 점에서도 배달을 해주는데 `대마에라고 하지 않고 패스트푸드 점답게 `델리버리(delivery) 서비스라고 영어로 말한다. 패스트푸드 점에 배달을 시키면 종이 등의 일회용품으로 포장된 상태에서 배달이 오기 때문에 따로 그릇을 씻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일본에는 기본적으로 평균 300엔 정도의 배달비가 있는데 이는 햄버거 1개 값에 해당된다. 그래서 일본의 `대마에는 한국처럼 당연히 받아야 하는 기본 서비스가 아니라 별도의 추가 서비스라는 개념이 있다.

일본 초등학생들은 누구나 네모난 가방을 메고 다니는데 이 가방을 란도셀이라고 한다. 한국의 초등학생들은 모양도 색상도 각각 다른 가방을 메고 다닌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법으로 정해진 것도 아닌데 모든 초등학생들이 매일 이 란도셀을 메고 다닌다. ‘란도셀A4 사이즈의 교과서가 들어갈 정도의 크기에 튼튼한 가죽으로 만들어져 있으며, 가격은 4만 엔에서 8만 엔 정도로 웬만한 명품가방과 비슷한 수준이다. 유치원 졸업선물로 할머니, 할아버지가 사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원래는 남자아이는 검은색, 여자아이는 빨간색 란도셀을 멨는데 요즘에는 연두색이나 오렌지색 등 다양한 색상의 `란도셀도 볼 수 있다. 6년간 매일 같이 메고 다녀서인지 일본인들의 `란도셀에 대한 사랑은 남다르다. ‘란도셀은 약 120년 전인 메이지 시대에 등장했다고 하는데, 다양한 가방이 많은 요즘에도 란도셀을 고집하는 것을 보면 일본인들의 고지식함을 엿볼 수 있다.

이상 몇 가지 사례에서 보듯이 일본과 한국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나라지만 서로 비슷하면서도 다른 특유의 생활문화를 가지고 있다. 이번 겨울 방학에 일본으로 한 번 여행을 가보는 것은 어떨까?

신구학보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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