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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 황채림(그래픽아츠과 2)

등록일 2020년07월22일 09시00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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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란 단어는 나를 생각에 잠기게 만든다. 머리 위로 해가 떠 있는 시간은 나에게 일상이 된다. 해가 지고 하늘을 올려다보면 마치 눈을 감은 것처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공기마저 차분한 어둠이 찾아왔을 때 비로소 새벽은 나에게 혼자만의 시간이 되어 준다. 나 자신과 혼자 마주하게 될 때 고요한 밖과 달리 내 머릿속은 태풍이라도 부는 것 마냥 휘몰아친다.
 
사람들은 새벽이 되면 감성적으로 변한다고 한다. 지난날의 추억에 젖어 그때의 감정을 되살려 떠올리게 된다. 그리움, 슬픔, 공허함이 한데 모여 외로움에 사무친다. 바보 같은 나날들을 떠올리면 내가 밉고 원망스럽기도 하다. 과거는 부질없다고 해도 사실은 그때가 그리운 것이 아니라 그때의 내가 그리운 것이라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하늘에 나의 가장 깊은 어둠이 보이지 않게끔 새벽에 의지한다.
 
너무 많은 생각은 나를 옭아매는 것을 알면서도 고민에 잠기며 아직도 이런 생각을 한다. 동이 터오고 하늘이 물 색으로 가득 차 창문을 빼곡히 메우면 하나의 캔버스가 되어준다. 나는 내 방에 걸려있는 캔버스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암흑에서 일렁이는 푸른 빛으로 변하면 그제야 잠이 든다. 가장 잔인한 것은 그 사람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존재가 되었다가 사라지는 것이다. 그래서 난 항상 이 시간의 빈 공간을 그리워한다.
 
하루 중 가장 낮은 온도일 때가 해가 뜨기 전인 것처럼 나도 함께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기 전 가장 나와 가까워지는 시간이 비로소 새벽이다. 그래서 나는 너무 힘들어서 버틸 수 없을 때, 지금 당장 쓰러질 것만 같을 때 다시 한번 되뇌인다. 인생은 새벽과도 같아서 가장 찬란한 빛이 오기 전 어둡고 추운 새벽이 오는 것이라고. 나를 비추던 달빛이 점점 푸른 하늘에 감겨 해가 뜨기 시작하면 난 더 이상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다.
신구학보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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