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왕별희는 항우와 우희의 비극적인 죽음을 담고 있는 고사를 바탕으로 하는 경극 작품으로, 이 영화의 중요한 소재이자 제목이다. 혼돈의 시대에 경극에 미쳐있던 두 남자와 경극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이야기,「패왕별희」를 소개한다.
나는 본래 사내아이로서 계집아이도 아닌 것이 머리를 깎여
두지의 어머니인 매춘부 옌홍은 홍등가에서 사내아이를 키우기 힘들어지자 경극학교에 두지를 맡기려고 한다. 하지만 6손인 두지를 경극학교는 받아 주지 않고, 옌홍은 식칼로 두지의 손가락을 강제로 잘라내며 두지는 그렇게 경극학교에 들어가게 된다. 경극학교에서 자란 두지는 정을 나눈 시투와 함께 경극배우로서 둘의 데뷔가 목전으로 다가오자 극장주인 나곤이 경극단의 후견인의 분부로 경극단을 찾아온다. 그때 경극을 연습하고 있는 두지를 발견한 나곤은 두지에게 노래를 불러보라 시키자 두지는 ‘나는 본래 계집아이로서 사내아이도 아닌 것이 머리를 깎여’를 ‘나는 본래 사내아이로서 계집아이도 아닌 것이 머리를 깎여’라고 틀린 대사를 한다. 그러자 나곤은 인상을 쓰고 자리를 박차고 나가려 하자 시투가 나서서 눈물을 흘리며 두지의 입을 담뱃대로 쑤시며 제대로 하라고 강요한다. 충격을 먹은 두지는 그 대사를 제대로 할 수 있게 되고, 여자 역할을 받아들인다.
일 년, 한 달, 일 초라도 같이하지 않는다면, 그건 일생이 아니야
이들이 데뷔하고 4년이 지난 1937년, 두지는 청데이라는 이름으로 시투는 단샬로라는 이름으로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경극 배우가 된다. 어느 날, 공연에서 북경 문화계의 거물인 원세경이 나타나 공연을 관람하고 데이에게 눈독을 들이게 된다. 한편, 공연이 끝난 후 기생집에 주샨을 만나러 방문한 샬로가 기생을 더듬으면서 즐길 때 취객에게 괴롭힘을 받던 주샨을 약혼 흉내를 내며 구해 주게 된다. 그 소식을 들은 데이는 제발 평생 같이 노래를 부르자고 무릎을 꿇고 샬로에게 애원한다. 샬로는 이미 반평생을 같이 했지 않냐고 하지만 데이는 한평생이어야 한다면서 일분일초라도 부족하면 한평생이 아니라고 샬로에게 매달린다. 하지만 샬로는 데이에게 경극에 미쳤다며 무대와 현실을 구분하라는 투로 말한다.
하지만 샬로, 넌 ‘패왕’을 버렸어
문화대혁명이 극에 치달으면서 샬로와 데이의 경극단은 경극분장을 한 채 길거리에 끌려나가 인민재판을 당한다. 홍위병의 우두머리가 샬로를 때리며 데이에 대해 비판하라고 하자 데이는 경극에 미친 자라 일본군 앞에서도 공연했고 국민당 앞에서도 공연했고 깡패와 헌병들 앞에서도 공연했다고 비난한다. 그 모습을 보는 주샨은 남편을 말리는 눈빛으로 쳐다본다. 하지만 공포에 질린 샬로는 계속 비판하라는 홍위병들의 말에 데이가 아편을 했던 것도 고발하고, 데이가 더러운 원세경과 ‘그런 관계’가 아니었냐며 비판하며 데이가 준 검을 불길에 집어 던진다. 이걸 본 주샨이 경악하여 검을 끄집어냈다가 홍위병들에게 잡혀 같이 조리돌림을 당하게 된다. 샬로에 배신감을 느낀 데이도 통곡을 하며 자신도 비판할 것이 있다고 일어선 후 샬로가 양심도 염치도 없는 놈이라고 비난한다. 데이는 패왕이 굴복했으니 경극도 끝이라고 하며 분노에 이성을 잃고 홍위병들에게 붙들린 주샨을 가리키며 그녀가 매춘부였다고 폭로하면서 저 여자도 비판하라고 악을 쓴다. 샬로는 홍위병 두목이 정말이냐고 추궁하자 견디지 못하고 단 한 번도 주샨을 사랑한 적이 없었다고 거짓말을 한다. 주샨은 이런 샬로의 말을 듣고 엄청난 절망과 배신감, 충격에 빠진 표정을 짓는다. 결국 그날 셋 다 살아서 홍위병들로부터 풀려나긴 하지만, 충격을 받은 주샨은 데이가 샬로에게 주기 위해 원대인에게 몸을 바쳐 얻어낸 보검을 데이에게 돌려주고 집으로 돌아와 목을 매어 자결한다.
우희, 그리고 데이의 결말
세월이 흘러 문화대혁명의 영향이 거의 사라지고 다시 만난 샬로와 데이는 관객 없이 둘만의 패왕별희를 연기하다가 절정 부분에서 숨이 딸려 그만 공연을 멈춘다. 샬로는 자신이 늙었음을 한탄하고 데이는 그를 애잔하게 바라본다. 샬로는 갑자기 데이에게 어렸을 적 계속 틀렸던 대사를 외치며, 데이가 대사를 틀리게 말하도록 유도한다. 유도에 말려들어 대사를 틀린 데이는 “나는 원래 남자로 태어났거늘...” 하며 중얼거린다. 샬로는 “또 틀렸지?”라며 웃고, 데이는 뭔가 깨달은 듯 그 구절을 한 번 더 중얼거린다. 이후 재개한 연습에서 다시 극은 절정으로 치달아, 둘은 우희가 패왕의 검을 뽑아 자결하는 장면을 연기한다. 샬로의 허리춤에 있는 검을 뽑기 직전, 데이가 샬로를 향해 미묘한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경극의 장면처럼 데이는 샬로의 검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하나의 영화, 다양한 매력
패왕별희는 중국 공산당의 집권과 문화대혁명 등 비극적인 역사들을 담고 있다. 패왕별희의 감독인 천카이거는 중학생 때 문화대혁명을 겪었고 직접 홍위병으로 참가하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문화대혁명의 비극적인 역사를 더 생생하게 담아냈다. 또한, 패왕별희는 중간중간 경극 장면을 보여줘 영화와 경극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으며 화려한 색감으로 눈이 즐겁다. 다양한 매력이 있는 「패왕별희」를 함께 감상해 보자.
윤예원 수습기자 lonstos@g.shing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