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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의 소통, 사람의 소통 - 한경식 교수(환경원예전공)

등록일 2020년07월22일 09시00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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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식 교수(환경원예전공)
자연에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는 관계를 맺는다.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소통이 필요하다. 소통은 한자로 ‘트일 소’, ‘통할 통’이니 무엇이든 막히지 않고 잘 통하여 트이는 것을 말한다. 소통은 어느 사회나 조직에서든 가장 중요한 생존의 기술이 된다. 도로에서는 차량이 잘 소통되어야 하고 우리 몸 안에서는 혈액이 잘 소통되어야 한다. 차량이나 혈액 같은 물질의 소통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소통의 중요성은 더 말할 나위 없다. 우리는 개인이면서 동시에 관계 속의 존재라는 사실을 늘 인식하고 그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진정한 ‘나’를 유지한다는 것은 관계 속에서의 ‘나’를 유지하는 것이다. 결국 ‘나’ 자신을 이해하고 응원하면서 다른 사람과의 소통을 위해서도 노력해야 한다. 소통이 원활하지 않으면 내가 먼저 답답하고, 심하면 상대와의 단절이 생겨 위험하거나 어려운 상황에 빠질 수 있다. 원활한 소통을 위해 무엇보다 나의 뜻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의 뜻을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뿐 아니라 대부분의 생물들도 서로 소통을 한다. 심지어 너무 작아 우리가 곧잘 간과하는 곤충조차도 소통한다. 귀뚜라미나 베짱이는 소리로 소통하고 반딧불이는 빛으로 소통하고 다듬이벌레는 진동으로 소통하고 꿀벌은 행동으로 소통하며 냄새로 소통하는 나방도 있다. 곤충들은 짝을 찾거나 집단을 유지하기 위해 이러한 다양한 소통 방법을 사용하며 이것이 바로 곤충의 언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밤에 활동하면서 소통해야 하는 곤충은 냄새를 많이 이용하게 되는데 이렇게 같은 종 사이에서 의사소통에 이용되는 물질을 페로몬이라고 부른다. 페로몬이 바로 곤충의 소통 언어인 셈이다. 곤충의 페로몬은 단순하지 않다. 개미가 길게 줄지어 가게 만드는 길잡이페로몬, 어서 모이라는 의미의 집합페로몬, 위험을 알려주는 경보페로몬, 흩어지라고 알리는 분산페로몬, 짝을 찾게 만드는 성페로몬 등 그 기능에 따라 다양하다. 필자는 특히 성페로몬을 연구한 적이 있는데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애모무늬잎말이나방의 성페로몬을 연구할 때 이 성페로몬이 심지어 지역별로 조금씩 다르기까지 하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우리나라의 중부지방과 남부지방, 경상도 지역과 전라도 지역에 살고 있는 나방의 페로몬 성분들은 그 비율이 달라 다른 지역의 나방에게는 그 소통의 효과가 적었다. ‘나방에게도 사투리가 있구나’ 하고 재밌는 현상으로만 여기다가 얼마 후 생각이 깊어졌다. 페로몬의 성분 조성이 달라 서로 소통하지 못하게 되면 이 나방들은 서로 만나는 게 어려워져 아예 다른 종으로까지 분화되어 갈 수도 있는 것이다. 소통하지 못하면 다른 종으로의 변이를 일으킬 수 있다니, 소통의 문제는 이렇게 중요한 것이었다.

작고 미미해 보이는 곤충의 소통이 이러한데 우리 인간 사이의 소통의 중요성은 어떻겠는가. 사람의 소통은 주로 언어로 이루어진다. 사람들 사이에서도 연령이 다른 세대 간에, 각자가 속한 집단 간에 그리고 각 개개인 간에도 표현하는 언어가 달라지면 서로 서로를 다른 종으로 여기는 일이 생길 수도 있겠다 싶다. 서로를 다른 종으로 여기게 되면 그 다른 종과 협력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공존의 관계를 갖는 것은 애당초 어렵다. 소통하지 못하는 상대는 경쟁의 대상이며 공존보다는 공격의 대상으로 생각하게 된다. 사회의 갈등과 분열이 여기에서 생겨난다. 크고 작은 많은 갈등과 분열로 점점 힘들어져 가는 요즈음, 그 어느 때보다 정확하고 정직한 언어의 표현이 필요하다. 타인이 이해할 수 있는 배려의 언어를 사용해야 할 때이다, 코로나로 인한 언택트의 시대에 대면하지 못하고 뱉어버리는 언어는 더 많은 오해와 갈등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충분하다. 나의 언어 표현에 더 신경을 써야겠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말뜻을 올바로 이해하려는 노력도 더 기울여야겠다. 내가 하는 말은 나를 정의한다. 내가 하는 말의 품위가 나의 품위를 결정한다. 곤충의 언어만큼 서로 소통하는 언어를 사용하여 벌레(곤충)만도 못한 인간은 되지 말아야겠다고 부쩍 늘어난 곤충의 울음소리와 자연의 향기를 맡으며 생각해본다.
신구학보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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