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닫기


공공의대를 둘러싼 의사 집단 파업

등록일 2020년09월23일 09시00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기사글축소 기사글확대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코로나19가 재확산되고 있던 지난 8월, 의과대학 의사·전공의들이 총파업을 감행하며 정부에 강력하게 반발했다.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반대 등을 촉구하는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서울 여의도 공원에서 침묵시위를 전개했다. 전국에서 전공의들이 23일 집단 휴진에 들어가고, 전임의와 개업의들까지 동참했으며 의대생들은 국가시험을 거부했다. 정부도 강력하게 대응하며 파업에 참여하는 의사들을 고발했다. 또한, 집단 휴진 과정에서 일부 병원이 환자를 받지 않거나 입원환자를 미리 퇴원시켰으며, 응급환자들이 진료받을 병원을 찾지 못하는 일도 발생했다.

정부는 우리나라의 인구 1,000명당 의사의 수가 OECD 평균에 크게 못 미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갈수록 지방의 의료 인력 부족 문제로 인해 의료 공백 해결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한다. 더불어 공공의료에 종사할 인력을 늘리지 못하면 지역 격차나 의료 편중을 해소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무엇보다 국민이 거주하는 지역에 따라 치료에 편차가 생기는 문제를 개선하고, 모든 국민이 어디서나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지역의 의료 인력을 확충하는 것이 중요한 골자라고 강조한다. 정부는 의대 추가 정원의 상당수를 지역 의사로 배출할 방침으로 의대 정원을 향후 10년간 한시적으로 400명을 증원하고, 폐교된 서남대 의대 정원을 활용해 공공의대를 설립하기로 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정부의 정책을 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대한의사협회는 지방 의료 인력 부족의 본질은 의사의 수가 아닌 배치의 불균형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지방의 경우 수도권보다 전문성 계발에 제약이 있을뿐더러 비인기 진료과의 인건비 및 관리비에 대한 의료 인프라가 열악함을 호소했다. 더불어 근무 지역과 전공과목을 제한하는 것은 직업 선택의 자유와 평등의 원칙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방법으로는 보건 의료 정책 등을 개선한 뒤, 의료진이 지역으로 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번 사태에 대한 지지와 비난·비판의 목소리가 갈라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1일, 총파업을 주도한 대한의사협회 산하 의료정책연구소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공공의대 설립 추진을 비판하기 위해 제작한 페이스북 게시물이 찬성 측의 특권의식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문제 속에는 공공의대 설립을 비롯한 비대면 원격의료, 의과대학 정원 확대, 한방 첩약 급여화 등 정부 정책에 관한 내용이 담겨있었다. 이후 누리꾼은 ‘전교 1등 vs 공공의대 중 어느 의사를 선택할 것인가?’의 게시글에 ‘학력 차별에 대한 메시지가 강하게 담겨있다’라는 등의 비판을 쏟았다. 아울러 의대생들이 ‘덕분에 챌린지’를 ‘덕분이라며?’로 비꼬는 것은 국민을 향해서도 등을 돌리는 것이라며 지적했다. 또한,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의사의 파업은 있을 수 없으며, 혹여 수입이 줄어들까 의사 증원을 반대한다는 것은 밥그릇 싸움이라며 논리를 폈다.

이에 찬성 측에서는 ‘정부가 의견 청취 없이 논쟁적인 의료보건정책을 밀어붙인 것이다’ 또한, ‘예고도 없이 일방적으로 정책을 입안하고는 이를 따를 것을 강요한다’라며 항변했다. 코로나19 사태에서 민감한 정책을 내놓고 소통 없이 밀어붙임으로써 의사들에게 ‘밥그릇 챙기기’와 같은 자기 잇속만 챙기는 이들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것이라며 말했다. 더불어 공공의대의 실제 의무 복무 기간은 약 5년 남짓으로 지방의 의사들은 경험이 적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의무 기간이 끝난 뒤 서울로 이직 시, 이에 대한 차별을 심화시킬 수 있음을 지적했다.

이번 사태에 대한 국민의 의견이 갈라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한발 물러섰다. 바른 사회를 이끄는 힘, 그것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진지한 토론과 대화를 통해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하는 것이다. 이제는 어떠한 정책이 나왔을 때, 여론몰이에 선동돼 희생양이 되지 않는 것이 국민의 중요한 숙제가 됐다. 지금은 서로 싸울 때가 아니라 우리가 모두 코로나 극복에 힘을 모을 때가 아닐까.


오예림 기자 stcavon@g.shingu.ac.kr
신구학보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올려 0 내려 0
유료기사 결제하기 무통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이제는 OTT 전성시대 (2020-11-04 09:00:00)
용서 받지 못할 폭력 (2020-07-22 09:00:00)


가장 많이 본 뉴스

보도 여론 사람 교양 문화

포토뉴스 더보기

현재접속자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