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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을 행복하게 하는 법 - 한희수(시각디자인과 3)

등록일 2020년11월04일 09시00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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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은 왜 항상 피곤하게 살아?”

군대를 전역하고 나서 오랜만에 만난 후임으로부터 들은 말이다. 2년 가까이 함께 생활하고 이미 나에 대해 어느 정도 아는 것은 당연했다. 군인으로서의 생활은 고달픈 일이니 그 때는 그럴만하다고 여겼지만 전역을 하고 나서도 여전해 보인다고 했다. 그래서 어떤 부분이 그렇게 사는 것처럼 보이냐고 묻자 ‘주변의 시선을 너무 의식한다’는 것이었다.

사실 어느 정도 자각하고 있던 점이다. 나는 사람간의 관계에 있어서 많은 시간과 돈을 쓰며 타인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보이기 위해 상대적으로 많은 노력을 했다. 오랫동안 만나지 않았던 친구가 생일이면 자잘한 선물을 보내주어 ‘나’라는 존재를 어필하려 하거나, 정작 나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않은 사람에게 필요 이상의 선물을 주는 등 배보다 배꼽이 큰 행동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행동 뒤에 나에게 남는 것은 많지 않았고 오히려 ‘마음의 적자(赤字)’만 남을 뿐이었다. 후임과의 만남 후에 스스로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다. 나는 왜 우선적으로 타인에게 배푸려고만 했을까?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타인에게 안겨줘서 내가 얻으려고 했던 것이 무엇이었을까?

요즘은 다양한 매체에서 행복 추구에 관한 방법과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런데 각종 SNS나 서적에서 말하는 ‘행복을 얻는 방법’에 대한 것을 읽다보면 항상 공통되는 사항이 있다. 바로 ‘나 자신’이 먼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매우 당연한 이야기지만 많이들 간과하고 있는 말이다.
행복의 근원은 나 자신에게 있다. 정말 성인군자와 같은 사람이 ‘행복’이라는 말이나 연설을 한들, 그것을 행복으로 받아들일지 말지는 내가 판단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설령 그 사람에게 돈이 필요하다며 돈을 받는다고 해도 그것은 욕망의 해소지 진정한 행복이 아니다.

그렇다면 나와 같은 사람은 왜 다른 곳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했을까? 그 이유는 나를 우선시 하지 않으려고 했던 나에게 있었다. ‘
나는 소중하지 않아’, ‘나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한 없이 부족해’라는 낮은 자존감에 익숙해져 버린 내게서 도통 행복을 찾기 어려워졌고 다른 사람을 통해 나를 치켜세워줄 해소감이 필요했던 것이다. 내 행복은 내 안에서 찾아야 하는 것인데, 나는 나 자신 이외의 존재에게서 찾으려고 했다. 결국 나는 끊임없이 타인에게 내주고 타인을 기쁘게 하는 ‘보람’에서만 느끼는 일시적인 마약과 같은 행복만을 갈구하고 있었다.

그러한 고민 끝에 나는 조금씩 타인에게 무언가를 베푸는 행위를 줄여가기 시작했다.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관계 이상의 선물을 베푸는 것도 멈추기 시작했고, 내가 먼저 연락을 하거나 손해를 감수하는 일도 차차 줄여나갔다.
그러다 보니 주위에 사람들과의 만남도 줄어버렸고 금전적으로 손해를 보는 일도 줄어들었다. 혹시나 ‘아, 이 사람에게 무언가를 줘야 할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어도 마음을 다잡으며 참았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지난 후에 아무것도 베풀지 않고 스스로를 잘했다고 칭찬했다. 그렇게 하니 과거에 비해 마음의 여유가 생겼고 외로움을 느낄지언정, 다른 사람에게서 행복을 찾으려고 애쓰지 않게 되었다.

내가 진정 행복해진다는 것은 결국 무엇일까? 돈을 많이 번다는 것, 내 집을 마련한다는 것, 배우자를 만나 단란한 가정을 꾸린다는 것이 될 수도 있고 단순 기부, 누군가를 위한 봉사와 헌신에서 오는 보람도 나에겐 행복이 될 수 있다.
다만 일련의 행위든 무엇이든 간에 내가 얻은 행복은 반드시 스스로가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이유는 그 행복을 타인에게 가져다주는 것은 불가능 하더라도 이를 통해 그것을 얻을 수 있는 기회와 방법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비싼 연봉을 받으며 일하지만 항상 일에 지쳐 피곤한 직장인과, 단칸방에서 하루 끼니를 걱정해야하는 처지지만 항상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으며 하루하루가 보람차다고 하는 노인. 그 둘을 비교해 봐도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지 알 수 있고, 우리는 그러한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로부터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다.
신구학보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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