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첫눈을 떠올렸을 때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첫눈을 맞으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전설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 그래서 학창 시절에는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눈을 맞고 싶어 일기예보를 보면서 오매불망 눈이 오는 날만 기다렸다. 그리고 가끔 첫눈을 놓쳤을 때는 내가 지금 처음 봤으니 이게 첫눈이라며 말도 안 되는 논리로 애쓰던 그 시절이 생각나 설레면서도 아련한 감정이 든다.
우리나라의 첫눈은 거의 크리스마스쯤에 내려 항상 그 시기에 약속을 잡곤 했다. 눈이 오면 실내에 있다가도 뛰어나가서 눈을 맞으며 웃고 있으면 그 순간만큼은 좋아하는 사람과 세상에 둘만 남았다는 감정이 들기도 했다. 내 첫사랑과 눈이 오는 날 함께 집에 가면서 내내 마음으로 고백했던 기억이 있다. 속으로 좋아한다고 외쳤지만, 밖으로 뱉지 못한 이유는 친구로라도 남고 싶었기 때문이다. 괜한 고백으로 친구로도 남지 못 할까 봐 무서워 애써 참았다. 그래서 그 친구와는 딱 한 발자국이 모자라 더 다가가지도, 멀어지지도 않는 애매한 사이가 되어버렸다. 그 기억 때문에 내 첫사랑이 이루어지게 해달라고 여러 가지 첫눈과 관련된 미신들을 찾아보며 늘 첫눈을 기다렸던 기억이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나는 첫눈 하면 설렘이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에게 첫눈이란 설렘과 좋은 기억들만이 가득해 매년 기다려지고, 계속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밤에 눈이 오면 잠을 자지 않으며 종일 눈이 오는 것만 구경하며 좋았던 기억을 다시 생각해 본다. ‘그땐 그랬지, 내가 이랬다면 더 좋았을 텐데’ 등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다음 첫눈을 기다린다. 가끔은 오늘 처음 본 눈이니 첫눈이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로 모든 눈을 첫눈으로 기억하고 싶어 꼼수도 부려본다. 나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과 기분, 설렘, 감정들을 느끼게 해 준 첫눈이 먼 훗날 나의 자녀들에게도 설렘 가득한 것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