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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의 동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등록일 2021년01월13일 09시00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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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본 적은 없어도 멘델스 빵집의 분홍색 포장 상자는 한 번쯤 본 적 있을 것이다. 멘델스 빵집의 포장과 그 속의 디저트처럼 영화가 달콤하기만 할 거라 생각하고 무심코 시청했다간 눈살을 찌푸리게 될지도 모른다. 비주얼은 달콤하지만 그 속은 맵다 못해 쓰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동화 같은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지금부터 소개한다. 
 
미스터리한 사건의 시작, 마담 D.
영화의 시작은 어린 소녀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이야기가 담긴 책을 펼치며 시작된다. 1917년,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어느 날 세계 최고 부호 마담 D.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 다녀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의문의 살인을 당한다. 그녀는 유언을 통해 가문 대대로 내려오던 명화 ‘사과를 든 소년’을 전설적인 호텔 지배인이자 연인인 구스타브 앞으로 남긴다. 마담 D.의 유산을 노리고 있던 그의 아들 드미트리는 구스타브를 그녀를 살해한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게 되고, 구스타브는 자신이 아끼는 호텔 로비보이인 제로와 함께 누명을 벗기 위해 모험을 시작한다. 한편, 드미트리는 그녀의 유품과 함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차지하기 위해 킬러 조플링을 고용해 구스타브와 제로의 뒤를 쫓기에 이르며 이 영화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액자 속으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특별한 점은 액자식 구성을 취한다는 점이다. 이 영화는 사건의 흐름대로 따라가지 않고 타임라인이 섞여져 있으며 각 시대에 따라 서술자가 다르다. 현재에서 1985년의 작가로, 1968년의 작가를 거쳐 1932년의 제로로 시점이 전환된다. 1930년대에도 이야기는 시시각각 바뀌는데, 무슈 구스타브의 이야기에서 마담 셀린느 빌뇌브 데고프 운트 탁시스로, 체크포인트19 교도소에서의 이야기로 넘어간다. 십자 열쇠 협회의 이야기로 이어지고 마담의 두 번째 유언의 사본으로 바뀐 후 제로의 이야기는 결말을 맞이한다. 제로의 이야기는 결말이지만 이 영화는 끝이 아니다. 다시 1968년으로, 1985년으로 향한 후 현재의 모습을 보여 주며 영화는 막을 올린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속 미장센들
#화면 비율
시시각각 장면에 따라 화면 비율이 변환되는 것이 이 영화의 재미요소 중 하나이다. 작가가 호텔 지배인에게 작중 이야기를 듣는 시점에서는 화면비가 2.39:1(와이드스크린)이며, 주 이야기가 펼쳐지는 30년대 파트에서는 화면비가 1.37:1(브라운관 TV의 비율)로 바뀐다. 이는 해당 장면이 배경으로 하고 있는 시대에 주로 쓰이던 영화의 화면 비율이다. 이외에 1985년 파트와 현재 파트는 1.85:1 화면비를 사용하는데, 현재 파트는 조금 큰 크기의 1.85:1를 사용하다가 1985년 파트로 들어서면 60년대 파트에서 쓰는 2.39:1 화면비에서 좌우만 잘라낸 작은 크기의 1.85:1 화면비를 사용한다. 즉, 이야기 속의 액자가 하나씩 겹쳐질 때마다 다른 화면 비율 및 크기를 보여주는 것이다. 감독은 이와 같은 화면 비에 익숙치 않은 관객들이 어색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을 고려해 90도로 빠르게 패닝 하는 장면을 넣어 공간이동의 답답함을 줄이고자 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했다. 
 
#색채
이 영화가 아직까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 중 하나는 동화 같은 색감일 것이다. 영화 전체가 동화책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이 아름답고 화려하며 아기자기하다. 강렬한 원색부터 파스텔톤, 무채색까지 한 편의 영화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다채로운 색감들이 눈을 즐겁게 만든다. 다양하게 사용된 색채들은 아름다움만 주는 것이 아니라 영화에 더 몰입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이끌어 내고 영화의 상황을 암시하기도 한다. 감독은 특히 대비를 통해 이를 나타냈다. 호텔 내부의 사람들은 다채로운 색을 입고 있는 반면, 호텔 외부의 사람들은 무채색의 의상을 입음으로써 주 시대 배경인 30년대를 잘 표현해냈다. 호텔이 나오는 장면, 제로와 아가사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장면, 구스타브와 마담 D.가 만나는 장면 등에서는 밝고 화려한 컬러로 표현했다. 더불어 구스타브가 살인자로 누명을 쓰고 쫒기는 상황에서는 어둡고 차가운 컬러가 주를 이뤘다. 
 
#조명
색채와 함께 어우러져 사용된 것이 바로 조명이다. 조명은 분위기를 조성하고 상황을 암시하는 데 부가적인 역할을 했다. 구스타브와 제로가 악당인 조플링에게 쫓길 때, 구스타브가 감옥에 수감돼 있을 때 등의 상황에서는 흰색, 파란색, 검은색들이 주를 이룬다. 조명도 밝지 않고 전체적으로 어두운 반면에 호텔과 멘델스 빵집(아가사가 일하는 곳)에서는 주로 분홍색, 빨강색 등이 쓰이며 조명이 전체적으로 밝다.
 
자꾸만 찾게 되는 호텔
웨스 앤더슨 감독의 고집이 가득 담긴 이 영화는 한 마디로 “볼수록 매력이 넘치는 영화”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한 번만 봤을 때는 영화를 이해하기 힘들 수 있다. 복잡한 액자식 구성에 눈을 현혹하는 다양한 색감과 자꾸만 바뀌는 화면 비율이 혼란스럽지만 영화가 끝난 후에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려 다시 이 영화를 찾게 될 것이다. 
 
 
윤예원 기자 lonstos@g.shingu.ac.kr
신구학보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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