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참 좋아졌다. 분명 러시아에 있을 피겨 여왕 김연아가 우리 집 안방에서 실시간으로 점프를 한다니. 그것도 HD 화질로. 4년 만에 우리는 빙상 위에서 휘날리는 태극기를 볼 수 있게 됐다. 소치 동계올림픽이 2월 7일부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번 동계올림픽은 그 개최지의 선정에서부터 흥미진진했는데, 1차 투표에서 2표 차이로 소치를 누르고 1위를 했던 한국의 평창이 러시아의 금발미녀 프레젠테이션에 밀려 최종투표에서 3표 차이로 소치에게 패배하게 돼,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게다가 이번 올림픽이 열릴 러시아의 소치가 그 유명한 전투민족의 무장투쟁지역인 ‘체첸’에 인접해 있기 때문에 러시아 정부를 철천지원수로 여기는 체첸 반군의 공격 위험성까지 우스갯소리로나마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아무튼 시작부터 심심하지는 않을 조짐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이번 올림픽은 이전 대회와 마찬가지로 총 15개 종목으로 개최되며, 세부 항목으로는 피겨 스케이팅 단체전, 여자 스키점프, 바이애슬론 남녀 혼합계주 등이 추가되어 이전 대회에 비해 금메달 수가 12개 늘어난다.
한국은 15개 종목 중 13개 종목에 선수를 파견하여 역대 가장 많은 종목에 참가한다. 선수단 규모 역시 역대 최대로, 2014년 1월 초 현재 최소 61명의 선수가 참가 자격을 얻었다. 1월 하반기까지 스키점프와 썰매 일부 종목에서 출전권을 추가로 얻는 선수가 나올 수 있다. 과거에 비해 밴쿠버 대회를 기점으로 참가자격을 얻은 선수가 늘어나고, 지난 대회에 비해서 사상 처음으로 팀 스포츠인 컬링에서 여자선수단이 출전권을 얻은 덕택에 참가 선수가 늘어난 것이다. 다만 노르딕복합과 아이스하키 두 종목에는 출전하지 않는다.
이 중 매 올림픽마다 국민들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여자 스피드 스케이팅과 쇼트트랙은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금메달이 점쳐지고 있으며, 빙상 위의 여신이신 우리 연느님 역시 올림픽 2연패를 점쳐볼 수 있는, 아니 점쳐볼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다.
하지만 여러 해 동안 세계 최강으로 평가받았던 남자 쇼트트랙은 최근 샤를 아믈랭이 이끄는 캐나다와 안현수가 이끄는 러시아에 밀려 안 좋은 성적을 받은 만큼, 이번에도 메달권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다소 분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쇼트트랙의 황제라 불리는 안현수 선수와 불화를 일으킨 것으로도 모자라 아예 러시아로 귀화시켜버린 빙상연맹의 고압적이고 관료적인 행태는 지난 몇 년간 빙상 팬들에게 비난을 받고 있는 터라, 많은 팬들이 러시아의 안현수 선수를 응원하는 등 국내 남자 쇼트트랙팀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 외에도 동계 올림픽에 사상 처음 출전하는 국내 여자 컬링 팀은 최근 실력이 급상승, 해외에서 다크호스로 평가받고 있으며, 프리스타일 스키 모굴에 출전하는 최재우 선수는 동계 올림픽 설상종목 최초로 메달권 진입을 노리는 중이다.
북한은 내부사정이 바쁜지 지난 2002년 이후로 12년 만에 다시 동계올림픽에 참가하지 않게 되었다. TV에서나마 남과 북의 선수들이 함께 경쟁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야말로 국제경기 관람의 낙이었는데, 이제는 김연아 vs 아사다 마오의 경기가 유일하게 남은 라이벌 매치가 되어버렸다.
이형렬 기자 pak_8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