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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날짜 [ 2021년05월26일 09시00분 ]
나윤빈 교수(미디어콘텐츠과)
국내 노동환경은 점차 개선되고 있으나 아직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일과 삶의 균형을 의미하는 워라밸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하는 등 삶의 질적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지만, 국내 연평균 근로시간은 1,967시간으로 OECD 평균인 1,704시간보다 여전히 높으며 우리보다 근로시간이 높은 나라는 멕시코 정도밖에 없다(2018년 기준). 최저임금 역시 지난 2018년 16.4%, 2019년 10.9%로 역대급의 높은 인상률을 나타냈지만 가파른 인상에 따른 부작용으로 2020년 2.9%, 2021년 1.5%로 회귀한 바 있다. 현 정부의 마지막 회차 최저임금위원회 결정이 아직 남아 있긴 하지만 사실상 지난 정부들의 평균치에 수렴할 것으로 보인다. 큰 틀에서는 OECD 평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최대 근로시간을 계속 낮추고 최저임금을 완만히 조율하는 한편, 사회적 계층별로 보완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기에 정부 입장을 반영하는 공익위원들이 캐스팅보드를 쥐고 있어 발생하는 부작용이나 매년 수십 명에 달하는 하청 노동자들의 안타까운 목숨을 앗아가고 있는 위험의 외주화와 같은 사회적 고질병도 함께 개선이 필요한 사항들이다.
 
이와 더불어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플랫폼 경제의 발달로 관련 종사자 역시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어 이들의 삶에 관해서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플랫폼 비즈니스는 소비자와 사업자를 연결하는 양면시장(Two Side Platform)의 개념을 의미하므로 관련 종사자 역시 플랫폼 측에 수수료를 떼어주고 일감을 받는 프리랜서 형태의 노동자 계층이 대표적이다. 물론 특정 플랫폼 기업에서 상근직으로 일하는 경우도 있으나 이들은 일반적인 사무직과 근무 형태가 크게 다르지 않을뿐더러 IT기업의 특성상 타 직종 대비 높은 초봉과 복지 대우를 받는 경향이 있어 제도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한 대상이라고 보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그에 반해 일반적인 플랫폼 종사자는 프리랜서 근로 형태를 지니므로 자유시간이 많다거나 혹은 개인적 시간 활용도가 높다고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비록 이들의 노동환경이 정해진 시간 및 장소에 출퇴근하는 임금근로자보다는 느슨한 형태일 수 있지만 밤낮 구분 없이 클라이언트들과 항상 접속된 채로 지속적 커뮤니케이션을 하거나 계약서 없이 추가 수정 작업 요청을 받는 경우가 많아 오히려 노동시간 및 강도를 높게 인지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한국은 스마트 디바이스 보급 및 인터넷 네트워크 구축 등이 잘 되어 있는 디지털 강국이지만 이로 인해 사회적 지향점으로써의 디지털 인문화 효과보다는 디지털 자본주의가 강화되는 패러독스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국민 앱으로 불리기도 하는 대표적 온라인 음식 배달 플랫폼인 A기업의 경우, 드라이버들에게 지속적으로 콜을 노출시켜 더 많은 콜을 잡은 드라이버가 더 많은 돈을 벌어가는 속도 경쟁 방식으로 인해 교통사고나 교통법규 위반이 발생할 확률도 높아진다. 반면 후발업체인 B기업의 경우에는 물리적으로 배달이 불가능한 시간 안에는 연속된 콜을 보내지 않음으로써 드라이버의 안전한 배송을 유도한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시스템이 가능한 이유로 건별로 동종업계 대비 더 높은 수수료를 드라이버에게 지불하여 이의 유출을 막는 방식으로 일종의 손해를 감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큰 틀에서 법적으로 라이더의 근로시간을 제한하는 것은 일종의 외피 역할을 할 순 있지만 내피의 역할로써는 한계가 있으며 진정한 의미의 적정 근로시간 준수는 기업의 철학을 비롯해 음식 배달이 다소 늦게 오거나 배달 수수료가 높아져도 이를 용인할 수 있는 시민사회의 성숙함이 함께 수반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는 프리랜서 형태의 근로자가 특히 많은 미디어 콘텐츠산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는데 그간 정확한 통계로 잡히지 않았던 근로자들의 유무형 근로시간을 측정하는 것부터 시작해 플랫폼 및 원청 기업 측과의 근로계약서를 의무 작성하도록 하고 명시된 작업의 범위만을 담당하도록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콘텐츠 소비에서도 무료에만 길들여 있거나 불법 다운로드에 무심했던 일부 소비자들이 정당한 가격을 흔쾌히 지불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되어야 한다. 모든 비즈니스 모델에 적용하기는 어렵지만 웹툰처럼 ‘기다리면 무료’ 전략을 활용하여 미리 보기 서비스에 한해 부분적인 유료 모델을 도입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또 다른 긍정적 콘텐츠 소비 예시로는 지난해, ‘The Shows must Go On!’ 유튜브 채널에서 <오페라의 유령>, <페임> 등 유명 뮤지컬 녹화본을 연달아 무료로 제공했던 캠페인을 들 수 있다. 이 역시 미디어의 역할이 더욱 확장된 형태로서 고화질 아날로그 공연 작품을 미디어 플랫폼으로 시청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었으나 코로나19 구호 기금 마련을 위해 시청자가 원하는 만큼 기부금을 줄 수 있는 등 수용자의 능동적이고 사회적인 참여를 이끌어냈다는 측면에서 더 큰 의미가 있었다. 또한 마찬가지로 지난해 10월, 위버스 플랫폼을 통한 BTS 공연은 이틀간 전 세계 191개국 99만 명이 유료 관람하였는데 추가티켓료를 내고 업그레이드 기능을 구매한 일부 시청자는 무대배경이나 배경음에 자신의 얼굴 및 환호성이 실시간으로 중계되면서 온라인 공연 콘텐츠의 상호 소통 요소를 보다 확장하기도 했다. 
 
이러한 사례들은 현대 소비자들의 달라진 문화여가시간 이용 패턴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과 더불어 플랫폼을 통한 콘텐츠 소비의 긍정적인 미래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최근 디지털 환경이 다양화되어 미디어 소비에 있어 휴대성, 용이성, 접근성 등이 높아졌고, 1인 가구의 증가, 코로나19 사태 등 사회환경적 변화로 인해 면대 면 방식으로 타인과 함께 하는 전통적 문화 활동보다는 미디어를 통해 비대면 방식으로 문화 욕구를 해소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따라서 미디어를 대중매체로 인식하는 전통적 틀에서 벗어나 문화여가시간의 단순 소비재 개념 이상의 새로운 집단 문화 활동 및 콘텐츠 창작 촉진제의 역할에 대해 연구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앞서 플랫폼 노동 이슈를 비롯해 이와 같은 현상들이 우리 사회에 끼칠 영향에 대해 총체적 관점에서 고민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급격한 플랫폼 생태계의 발달 과정에서 정보 이용이 미숙하여 소외되거나 정당한 근로 및 창작 권리를 침해당하는 계층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속적인 보호장치 마련과 사회적 관심이 동반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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