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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표를 찍으며 - 오예림(식품영양학과 3)

등록일 2021년06월23일 09시00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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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하기 짝이 없던 1학년 생활에서 학보사를 해볼 생각 없냐는 교수님의 말씀에 곧장 무식한 OK를 날렸던 건 터무니없이 비싼 등록금에 대한 반발이었다. 단순히 글을 좋아했던 것은 뒷전으로 오로지 장학금이란 단어가 귓속에서 맴돌아 흔쾌히 미끼를 물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이 선택에 대한 후회는 전혀 없다.

나를 한 번이라도 스쳐 간 사람에게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겠다는 강박이 있다. 항상 멋진 사람이고 싶었고 뒤돌면 생각나는 그런 사람으로 남고 싶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게 바람이었듯, 사람은 역시 고쳐 쓰는 게 아니다. 틈만 나면 투덜거리기 일쑤고 꼼수 부리는 일이 잦음을 자신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항상 맑은 모습으로 모든 투정을 받아주는 국원들에 그동안 잊고 있던 책임감을 다시금 되새겼다. 난 이들에게 어떤 사람이었을까? 후배로서, 선배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했나? 그 답의 행방은 아직도 묘연하다.

그동안 실수에 있어서 너그럽지 못했다. 분명 속도가 빠른 사람도 있을 것이고 더딘 사람이 있을 터인데 왜 내 기준이랍시고 어설프게 끼워 맞추려고만 했을까. 눈만 마주쳤다 하면 쓴소리부터 해대는 나조차 내가 한 실수는 황급히 무마시키려고 했으면서 말이다. 지난 1년 동안 발전된 게 없다는 말에 날 보던 후배들의 눈빛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하지만 어찌 변한 게 없겠는가, 그저 내 기대치가 높았을 뿐인데 그렇게 다시 담지도 못할 말을 내뱉고 나서야 뒤늦게 후회가 밀려왔다. 가장 힘들었을 때 따뜻한 위로 한마디 건네지 않았던 모습에 원망도 많이 했으리라 생각한다. 표현은 하면 할수록 진심이 닿기 마련인데 마치 무거운 추를 달아 놓은 듯 입은 떨어질 기미가 없었다. 낯 뜨겁다는 핑계로 좋은 말 한 번을 안 하며 회피만 했음에도 선배랍시고 매번 거리낌 없이 다가와 주는 모습에 미안하고 또 미안했다. 그리고 단 한순간도 너희의 편이 아닌 적 없었다고, 지금도 과분할 정도로 잘하고 있다고 이 자리를 대신해 말하고 싶다.

누구에겐 2년이란 시간은 길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동안 다사다난한 일이 많았던 탓일까, 내겐 흘러가는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턱없이 부족하기만 하다. 그럼에도 남은 학기까지 마치지 않고 여기서 임기를 끝내는 것은 졸업반이란 이유로 더 이상 신문방송국에 소홀해지고 싶지 않아서다. 혼자 편하자고 내 할 일을 제대로 해내지 않으면 그만큼 다른 사람이 불편해지지 않겠는가, 그러니 이만 이쯤에서 마침표를 찍으려 한다. 사실 말은 이렇게 해도 걱정이 되는 건 나 역시 어쩔 수 없나 보다. 하지만 앞으로 어떤 난관이 가로놓여도 잘 헤쳐나갈 거라 감히 장담해 본다. 우린 늘 그래 왔으니까.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교수님의 연락을 받았던 날로 되돌아간다면 그때는 장학금이 아닌 이분들을 만나기 위해 또다시 이 길을 택할 것이다. 잊지 못할 소중한 기회를 선물해 주신 서현창 교수님과 많은 것을 배우게 해준 아림, 채영 간사님, 신방 선후배들 그리고 내 유일한 버팀목이었던 46기 동기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신구학보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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