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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에 걸린 가시 - 백수연(치기공과 1)

등록일 2021년12월15일 09시00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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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생선을 좋아하던 나는 허겁지겁 먹다 목에 가시가 걸린 적이 많았다. 가시가 걸리면 엄마에게 빼달라며 울먹거렸고, 그 순간마다 입을 벌려 가시가 빠지기를 기다렸다. 대부분 엄마가 빼줬지만, 간혹 집에 엄마가 없을 때는 혼자 밥을 삼키거나 물을 마시며 가시를 빼려고 애를 썼다. 혼자서 가시를 빼려고 하는 것뿐만 아니라 혼자 해야 하는 일들을 할 때조차도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그때마다 나는 엄마에게 너무 의지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것을 결정해야 할 때면 엄마에게 물어본 다음 결정했고 무슨 일이 생기면 언제부턴가 나는 엄마에게 곧장 달려가 해결해 달라고 했다. 하지만 이젠 스스로 해야 하는 나이가 되었고 수많은 가시는 내 몸 곳곳에 박혀 나를 더욱더 공포에 빠뜨렸다. ‘내가 이 가시들을 다 빼낼 수 있을까?’라고 자신에게 질문한다면 주저 없이 그럴 수 없다고 대답할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가시를 빼는 방법을 아직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언제부터인가 갑자기 걸리는 것 없이 몸이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정말 내가 가시를 스스로 빼고 있는 건가?’ 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지금 내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스스로 터득한 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가시를 어떻게 빼낼 수 있었던 건지는 알 수 없었다. 그리고 나는 자신을 믿으며 주위에서 공격해오는 가시들을 막지 않고 다 받아들이며 살아갔다. 어차피 다 빠질 가시들일 텐데 굳이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이 모든 건 그저 착각이었다. 내가 빼내는 것이 아니라 가족과 친구, 동료들 모두가 내 몸에 박힌 가시들을 전부 빼주고 있었던 것이었다. 착각이라는 걸 알게 된 순간부터 나는 잠시 모든 걸 멈추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애초에 나는 가시를 뺄 생각이 없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어렸을 때부터 의지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살아왔기 때문에 스스로 할 수 있었던 일이 아무것도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정말 나는 주변 사람 없이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몸이 돼버린 걸까? 이때까지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며 살아왔던 것이 한순간 마음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가시는 점점 나의 목을 조여왔고 이 순간조차도 가시를 뺄 수 없는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모든 걸 포기하고 가시를 받아들이려 했다. 작은 가시조차도 당황하며 쓰러지는 나는 아무 쓸모가 없었고,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게 눈에서는 천천히 물이 쏟아져 나왔고 가시들은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가시가 박힌 채 뒤늦게 깨달았다. 의지해도 된다는 것을, 스스로 하지 못해도 언젠가 방법을 터득할 수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아직 어렸고 시간은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
신구학보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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