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예술인 뮤지컬은 영화나 드라마와 다르게 배우의 열연과 가창 실력을 바로 눈앞에서 생생하게 펼쳐 마치 내가 그 이야기 중심에 들어간 듯한 몰입감을 준다. 감상하면서 배우들의 감정에 현혹되면 뮤지컬의 매력에서 쉽게 빠져나올 수 없을 것이다. 탄탄한 줄거리와 가슴을 울리는 넘버(뮤지컬에서 사용되는 노래나 음악)들로 화려한 공연을 보여주는 대형 뮤지컬뿐만 아니라 소극장에서 이뤄지며 작지만 강한 매력을 보여주는 소형 뮤지컬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렇게 운동력 있는 뮤지컬이 처음에 어떻게 탄생했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노래로 감정을 표현하는 음악극, 오페라와 뮤지컬
뮤지컬은 음악극의 한 종류로 음악과 춤을 중심으로 공연하는 무대예술을 일컫는다. 음악극은 줄거리와 음악적 요소가 균형 있게 조합된 극을 말하며 대표적으로 오페라와 오페레타, 뮤지컬이 있다. 오페라는 16세기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에서 탄생했으며 그리스 시대의 이상을 재건하려는 문예 부흥 운동이 있던 분위기의 산물이다. 이 과정에서 그리스 연극이 춤과 노래로 이뤄지고 부분적으로 대사를 노래로 불렀다는 점을 착안해 구상한 것이 최초의 오페라다.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오페라는 프랑스를 거쳐 서유럽으로 급속히 확산
해 18세기 들어 시민들이 즐겨 부르던 유행가에 영어로 가사를 바꾼 발라드 오페라로도 변화됐다.
뮤지컬의 기원으로 다양한 이야기가 있지만, 유럽을 풍미한 오페라와 발라드 오페라 등의 음악극 형식이 점차 변화하면서 영국의 연극 문화계에 흡수됐다. 이러한 여러 성격이 합쳐져 초기 대중극들인 뮤지컬 파스(Musical Farce) 또는 뮤지컬 코미디(Musical Comedy)가 탄생했는데, 이를 뮤지컬의 시초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기원을 통해 20세기 초 영국에서 인기를 누리던 대중적인 성격의 음악극들이 오늘날 대중문화적 속성을 지닌 뮤지컬의 정체성 형성에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가 있다.
닮았지만 분명한 차이점을 가진 오페라와 뮤지컬
앞서 얘기했듯 오페라는 뮤지컬이 발전하는 과정에 영향을 끼쳤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분명 차이점도 존재하는데 먼저 가장 큰 차이점은 오페라는 성악을 중심으로 극을 이어가지만, 뮤지컬은 대중음악을 중심으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사용해 더욱 복합적인 면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또한, 오페라는 배우들의 동작이 작고 공간의 이동이 한정적이지만 뮤지컬은 다양한 동작을 통해 극에 역동성을 줘 보다 더 다채로운 무대를 보여준다.
두 번째 차이점은 아리아라고 부르는 독창 또는 이중창이 오페라에서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지만, 뮤지컬은 아리아뿐만 아니라 합창 또한 극 중 음악 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점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관현악단의 연주에 맞춰 부르는 오페라와 다르게 관현악단, 하우스밴드, MR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접목해서 대사가 계속 음률이 있지 않고 연극과 같은 대사가 있으며 감정을 노래로 따로 표현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또한, 오늘날과 같은 뮤지컬 양식이 정립되기 전 19세기 미국에서는 다양한 형식의 대중 오락물이 유행했는데, 대도시에 일자리를 찾아 몰려드는 시민들의 위로가 되어 점차 뮤지컬로 합류했다. 한발 앞서 발달한 유럽 대중 예술과 다른 독자적인 양상도 뮤지컬이 오페라와의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다.
화려해서 눈을 뗄 수 없는 뮤지컬의 탄생
우리가 보고 있는 대부분의 대형 뮤지컬은 보통 영국의 런던 웨스트엔드와 미국의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시작됐다고 말할 수 있다. 이름만 들어도 아는 레 미제라블, 오페라의 유령, 캣츠, 시카고 등 들으면 바로 아는 유명한 넘버들과 탄탄한 줄거리들로 전 세계에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뮤지컬의 시초는 1728년 영국 런던에서 시작된 발라드 오페라인 거지 오페라를 들 수 있다. 이 작품은 1928년 뮤지컬 코미디인 서푼짜리 오페라라는 작품으로 발전됐다. 그 후 유럽에서 큰 사랑을 받던 뮤지컬 코미디는 신대륙으로 이주하는 유럽인들과 함께 미국으로 전파됐다고 한다. 여기에 미국의 종합예술인 버라이어티 쇼나 벌레스크, 민스트럴 쇼 등이 합쳐져 오늘날과 같은 본격적인 형태의 뮤지컬로 완성됐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뮤지컬도 꾸준히 사랑을 받았던 것은 아니었다. 1960년대 말에서 70년대까지는 TV와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이 등장해 예상치 못한 침체기를 가져야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뮤지컬계는 1980년대 이후 영국의 대규모 블록버스터 작품들로 시작된 글로벌한 흥행작들의 등장으로 뮤지컬 산업의 새로운 부흥이 이어지면서 본격적인 산업 성장을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강재환 기자 hwanhwju@g.shing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