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 2일 겨울의 찬 기운이 여전히 남아있는 날, 새로 산 옷을 입고 새로운 마음으로 복학 첫날을 맞이했다. 걱정과 설렘이 반반 섞인 긴장감 때문에 아팠던 배를 부여잡으며 버스에 올랐다. 시간을 거슬러 2020년 3월, 스무 살의 나는 고등학생 때부터 막연히 가져왔던 대학교에 대한 기대와 로망을 잔뜩 안고 우리 학교의 신입생이 됐다. 그리고 그 해에 코로나19는 전 세계로 뻗어 나가며 감염자가 속출하고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2019년 말 발생한 이후로 입학 전까지 집콕 생활을 즐겨 왔던 나는 전면 비대면으로 수업을 진행한다는 공지를 받는 순간까지도 일 년 내내 평범하게 학교에 다니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라곤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잠깐이면 된다고 생각했던 비대면 수업은 예상외로 쉽지 않았다. 전국 각지에서 온 동기들과 친해져 함께 밥도 먹고 과제도 하면서 즐거운 학교생활을 보내고 싶다는 바람은 한 학기 내내 비대면 수업으로 바람처럼 날아가 버렸다. 그뿐만이 아니라 대학 생활의 꽃이라고 하는 MT와 축제 등 대학생이 되어서 해보고 싶었던 것들이 많았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흘려보냈다.
많은 것들을 놓쳤지만 비대면 수업으로 가장 아쉬웠던 건 바로 수업의 질이었다. 물론 우리 과는 대부분의 과목을 실시간으로 진행하고, 교수님들께서 최선을 다해 수업을 준비해주셨기 때문에 수업의 질이 많이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교수님과의 소통과 피드백이 중요한 수업에선 비대면의 한계를 절실히 느꼈다. 인터넷 문제로 수업 중 연결이 끊기거나, 질문을 바로 하지 못해 수업을 따라가지 못 하는 일이 종종 생기면서 비대면 수업에 대한 반감으로 나는 휴학을 결심했다.
일 년간의 휴학 후, 2022년 3월 2일 개강일이 되었다. 긴장한 탓인지 오랜만에 하는 등교 때문인지 길을 헤매 수업 시간을 코앞에 두고 학교에 도착했다. 학교에 일찍 도착해서 나의 동기가 될 후배들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겠다는 계획은 성공하지 못했지만, 걱정이 무색하게도 앞자리에 앉은 동기들이 먼저 이름을 묻고 환하게 웃으면서 인사를 건네주었다. 오전 수업을 마치고 함께 점심을 먹어도 되겠냐는 나의 제안에도 흔쾌히 좋다고 대답해준 동기들 덕분에 걱정 가득했던 하루를 무탈하게 보낼 수 있었다.
사실 정말로 행복했고, 고마웠다. 그리고 지금은 동기들 덕분에 학교를 다닌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즐거운 대면 수업을 하고 있다. 교수님과의 소통이 어렵지 않아 바로 질문을 할 수 있어 수업 진도를 따라가는 게 어렵지 않고, 비대면 수업에 비해 적은 과제도 대면 수업의 큰 장점이지만 그 무엇보다도 즐겁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물론 매일 아침 눈을 뜨고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수업을 마치고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순간까지 집에 가고 싶다는 말을 수십 번도 넘게 하지만 이제는 학교로 오는 걸음이 그리 무겁지만은 않다. 수업 중 모르는 것이 있으면 옆자리에 앉은 동기에게 물어보고, 점심 메뉴를 함께 고민하고, 꿀 같은 쉬는 시간과 종일 수업을 듣느라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가면서 나누는 소소하고 재밌는 이야기들 덕분이 아닐까. 물론 너무 피곤할 때면 비대면으로 수업을 듣고 싶다는 마음이 끓어오르지만, 피땀 흘려 낸 등록금을 생각해보면 ‘여건이 되는 한 일부 대면은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만이 남는 것 같다. 그래도 대학 생활은 즐겨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