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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공유 시대의 코딩- 최승학 교수(지적공간정보학과)

등록일 2022년05월25일 09시00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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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학 교수(지적공간정보학과)

 

우리네 삶에 있을 수 없는 세 가지가 있는데 바로 공짜, 비밀, 정답이라는 우스개가 있다. 정답이란 있을 수 없으니 순위 매김 또한 의미 없어 순위 매김을 싫어하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순위를 매겨야겠다. 바로 요즘 뜨는 프로그래밍 언어인 파이썬(Python) 이야기이다.

 

프로그램을 개발하면서 잘 모르거나 막히면 다른 개발자에게 질문하고 해결책에 대해 조언을 들을 수 있는 곳이 여럿 있는데, 그 중 Stack Overflow라는 유명한 사이트가 있다. 이곳에서 언급되는 프로그래밍 언어에 대한 통계를 통해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언어가 무엇인지 간접 지표로 삼고 하는데, 이에 따르면 전 세계 개발자 숫자, 프로그래밍 강좌, 솔루션 통계를 봐도 요즘 파이썬이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파이썬의 뒤를 이어 C와 Java가 2위와 3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 두 언어는 점유율이 계속 하락하고 있는 데에 반해 파이썬은 4년 전부터 점유율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으니 최근 수년간은 물론이고 앞을 봐도 파이썬이 확실히 대세임에 틀림없다. 이렇듯 파이썬이 인기를 끄는 비결은 문법이 간단하고 코드가 처한 다양한 상황에서도 호환성이 높게 보장되는 등 많은 장점 때문이지만, 여기에 더해 개방과 공유라는 시대의 흐름에 잘 맞아 떨어진다는 점도 큰 몫을 하고 있다고 본다.

 

코딩을 위해서는 프로그래밍 언어의 문법과 동작 방식을 잘 익히고 통합 개발환경에 탑재된 편집기나 오류 탐색기 등 여러 도구도 능숙하게 다룰 줄 알아야 한다. 여기에 실제 개발 경험을 겸비해야 개발자로서 덕목을 갖추게 된다. 그런데 이와 같은 개발자의 덕목을 잘 살펴보면 무엇을 어떻게 하는가에 대한 지식, 즉 노하우라고 볼 수 있다. 한편 지금은 개방과 공유의 시대. 전세계 많은 개발자들이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프로그램을 개방하고 공유해 놓았고 우리는 이를 이용할 수 있기에 노하우의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물론 노하우가 필요 없거나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라 이보다 더 중요한 덕목이 등장했다는 이야기이다.

 

내가 무엇인가를 필요로 했다면 이미 이런 필요성을 느꼈던 개발자들이 세상 어디에는 분명히 있기 마련이다. 이들이 이미 솔루션으로서 프로그램을 만들어 놓았고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공개하는 경우가 많기에 이제 코딩도 개방과 공유의 세상이 되었다. 이렇게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해 놓은 프로그램을 오픈소스라 하는데, 개방, 참여, 공유 정신으로 집단지성의 정신을 극대화하고 있는 최고의 생태계이다. 오픈소스는 여러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째, 무료로 사용할 수 있지만 만일 내가 특정 오픈소스에 변경을 가했다면 나도 역시 변경한 부분을 무료로 공개해야 한다는 의무 조항이 대부분 붙어 있다. 이는 오픈소스 생태계가 확산하도록 하는 핵심 장치이다.

 

둘째, 다수의 개발자가 참여하고 사용하면서 오류를 없앴기에 매우 안정적이다.

 

셋째, 수많은 개발자가 이미 사용하고 있어서 내가 문제점에 부딪쳤을 때 물어보고 정보를 얻을 곳 또한 수없이 많다. 앞에서 언급한 Stack Overflow 사이트가 대표적이다.

 

넷째, 신개념이 등장하면 얼마 있지 않아 오픈소스가 제작되고 공개되는 일이 일상적이어서 신기술을 신속하게 활용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오픈소스는 무료이지만 이를 사용해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내가 알아서 해결해야만 한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오픈소스로서 스마트폰 운용체제인 안드로이드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심지어 인공지능 플랫폼마저 TensorFlow와 같은 오픈소스가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제는 오픈소스를 활용하여 다른 개발자의 노하우를 충분히 이용할 수 있으니, 내게 필요한 일을 하기 위해 유용한 오픈소스가 어디 있는지 평소 잘 발굴해 놓는 이른바 know-where도 노하우(know-how) 못지 않게 중요한 개발자의 덕목인 시대가 되었다. 발굴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유지 관리하며 더 나아가 불편한 점을 개선해서 다시 오픈소스 세상에 내놓는다면 개발자로서 또 다른 덕목인 know-where의 선순환 고리를 완성하게 된다고 할 수 있겠다.

 

다시 파이썬으로 돌아가 보자. 파이썬은 know-where의 선순환 고리에 아주 적합하게 설계되어 있다. 예를 들어 내가 필요한 오픈소스를 손쉽게 나의 코드에 붙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특정 오픈소스에 꼭 필요한 또 다른 오픈소스를 자동으로 찾아서 붙여주기까지 하는 등 접착제 역할이 매우 충실하다. 현재 파이썬을 통해 사용할 수 있는 오픈소스는 30만개가 넘는다고 알려져 있다. 이렇듯 파이썬은 공유와 개방 시대에 know-where 코딩의 중심으로 자리잡게 됐다.

 

지금 오픈소스와 파이썬을 통해 프로그램 제작에 대한 진입 장벽 문턱이 크게 낮아지면서 know-where를 쌓아가며 늘 코딩을 하는 늘코 개발의 세상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더 쉽기까지 하니 어찌 축복이 아니겠는가?

 
 
신구학보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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