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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저트의 미학, 기본에 충실함과 즐길 수 있는 여유- 백승희 교수(호텔외식F&B과)

등록일 2022년06월29일 09시00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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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굶어도 디저트는 먹는다. 트렌디한 디저트를 경험하고 공유하는 것이 소소한 플렉스가 되었다. 디저트는 ‘테이블을 치운다’는 뜻의 프랑스어인 ‘desservir’에서 유래한다. 어원이 의미하듯 식사의 마지막 단계를 장식했고, 뭔가에 곁들여 제공되던 디저트가 몇 년 전부터 반란을 일으켰다

백승희 교수(호텔외식F&B과)
. 식사 후 먹는 디저트, 커피와 곁들이는 디저트가 아니라 위상이 올라가 그 자체로도 트렌드를 선도하는 메인이 되었다. 백화점들은 SNS 디저트 핫플레이스로 팝업스토어를 오픈하고, 호텔은 디저트 뷔페를 선보이며 유행에 뒤처지지 않았음을 각인시키려 한다.

 

요즘 힙한 공간들은 상당 부분 디저트 카페가 차지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기에 황홀한 비주얼이 압도적이고, 때로는 메인디쉬보다 더 큰 즐거움을 선사한다. 디저트를 보고 있으면 예술작품이 떠오른다. 때로는 만든 사람의 장인정신이 느껴져 작품을 무너뜨리기가 미안한 생각도 든다.

 

개성이 다양한 MZ세대는 할매입맛도 접수하며 ‘할매니얼’ 열풍을 일으켰다. 시장 간식이었던 붕어빵, 꽈배기와 도넛을 레트로 아이템의 주연으로 캐스팅했다. 광장시장의 붕어빵을 1시간 가까이 줄 서서 먹기도 한다. 얼마나 특별하길래, 붕어빵이 거기서 거기 아닌가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꽈배기의 변신도 무죄다. 형형색색 다양한 색상이 사용되어 유행을 선도한다는 자신감과 위태를 뽐낸다. 뚱카롱은 있는데, 뚱도넛이 없으면 안되지 싶게 크림으로 속을 가득 채운 도넛도 종류가 다양하다. 케이크와 도넛에 주로 사용했던 아이싱과 토핑이 꽈배기 위로도 올라갔고, 도넛은 가운데에 크림을 필링하던 것이 이제는 반을 갈라 속을 꽉 채우며 다양한 변신이 가능해졌다.

 

구움과자의 신흥강자로 떠오르는 쫀득꾸덕한 식감의 버터바는 세인트루이스 구이 버터케이크가 정식 명칭이다. 탄생 일화가 재미있는데, 세인트루이스의 파티쉐가 케이크를 만들던 중 실수로 버터를 많이 넣어 우연히 만들어진 레시피라고 한다. 바삭한 파이 반죽 위에 카라멜 같이 쫀득한 버터 토핑이 올려져 있어 바삭함과 쫀득함이 절묘하게 조합되어 있다.

 

많은 종류의 디저트가 있지만 그 안을 잘 들여다보면 하나같이 기본으로부터 응용된 것이다. 복고를 의미하는 레트로는 단순한 과거의 표방과 호기심에 의한 유행만은 아닐 것이다. 기본으로 돌아간 것이며 기본에 충실한 것이다. 새롭다는 것은 새롭기 이전의 것이 있었기에 나올 수 있는 표현이다. 디저트의 기본은 제과제빵 기술에서 시작된다. 제과와 제빵은 이스트 발효과정의 유무에 따라 나뉜다. 이스트 발효를 거치면 제빵으로 분류된다. 우리가 빵류라 생각했던 케이크는 제과에 속한다. 제과와 제빵의 탄탄한 기본기 위에 토핑과 필링의 기술과 창의성이 더해지면 무궁무진한 디저트의 신세계가 펼쳐진다.

 

프랑스의 유명 쉐프인 ‘얀 쿠브레’가 본인 이름을 건 아시아 최초 디저트 카페 매장으로 한국을 낙점했다. 그 이유가 한국은 프랑스와 유사한 삶의 미학을 가진 나라라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프랑스 문화를 한국에도 소개하고 싶었다고 한다. 삶의 여유를 즐기기 위해서는 커피한 잔과 맛있는 디저트만한 것이 없다. 진정 디저트를 사랑한다면 먹는 것도 즐거움이고 만드는 것도 즐거움이다.

 

입시를 벗어난 여유로운 대학생은 옛말이 되었고, 이제는 취준생으로 또 달려야 하는 현실이 얄궂다. 달콤한 디저트를 먹으면서 삶의 여유를 즐겼으면 한다. 단조롭고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디저트와 함께 삶의 소중함을 느끼길 바란다.
 

신구학보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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