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서 인생을 배운다. 일찌감치 승부가 결정될 것 같은 경기에서 역전 드라마가 연출된다. 연장전까지도 승부가 결정되지 않아 피를 말리는 듯한 승부차기 끝에 결과가 정해지기도 한다. 승자와 패자로 나뉠 수 밖에 없는 치열한 싸움에서 선수 뿐만 아니라 온 세계인이 울고 웃는다. 2022 카타르 월드컵 경기에서 보게된 극적인 승부는 한편의 영화 그 이상이었다. 세계 최고의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 한 곳에 모여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았다. 국가를 대표한만큼 이기기 위해 한치의 양보도 없이 사력을 다한다. 정치, 경제, 외교 문제에서 자국의 이익을 위해 고도의 두뇌싸움과 경쟁을 하는 것처럼, 감독은 90분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해 선수도 교체하고 각종 전략과 전술을 선수들에게 지시한다. 경기가 과열되어 심한 몸싸움으로 경고를 받는 선수도 생긴다. 침대 축구를 비롯해 승리를 위해 온갖 방법을 다 쓴다. 그만큼 승리가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이번에 16강에 진출했다. 세계 최강 브라질과의 8강 경기에서 두터운 세계의 벽을 실감하며 이변을 연출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더 큰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12년만의 16강 진출로도 어마어마한 성과였다. 온 국민을 즐겁게 했고 하나되게 만들었다. 승패와 관계없이 국가 대표 선수들이 그동안 흘렸을 땀과 눈물, 피나는 노력과 치열한 승부, 영광과 좌절, 이 모든 과정과 결과가 감동적이었다. 16강을 승리로 이끈 손흥민 선수는 심각한 부상을 안고도 국가를 위해 몸을 아끼지 않았다. 태극기를 가슴에 달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그라운드를 누비는 선수들을 보면서 우리 학생들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학생의 신분으로 학업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나의 목표를 가지고 있는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는가? 그 계획을 차근차근 실천하고 있는가? 그동안 너무 쉽게 포기하지는 않았는가? 스스로 이런 질문을 던져보기 바란다.
손흥민 선수는 어려서부터 기초를 튼튼히 하였다. 뿌리 깊은 나무로 성장했다. 대나무는 땅속에서 5년동안 뿌리를 뻗은 다음 순을 올린다. 뿌리를 뻗고 준비를 마치면 하루에도 몇 미터씩 자란다. 스스로를 3류 축구선수였다고 겸손해 하는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는 그만큼 기초를 강조했다. 오른발 잡이인 손흥민 선수가 오른발과 왼발을 모두 다 잘 쓸 수 있도록 왼발 연습을 많이 했다. 높이가 다른 특수 계단을 만들어 양발을 모두 잘 쓸 수 있도록 했다. 무의식 중에도 왼발이 익숙하도록 해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했다. 중학교까지 슛 연습도 시키지 않고 오직 기초와 습관에 집중했다고 한다. 유럽 프리미어리그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득점왕에 오른 것은 이런 노력의 결실이었다.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룬 히딩크 감독은 혹독한 체럭훈련 을 통해 박지성 선수를 발굴했다. 박지성 선수는 어렵고 힘든 시기를 잘 극복하였고, 근면, 성실, 정직한 노력과 실력으로 우리나라 선수 최초로 유럽 프리미어리거가 되어 은퇴 후에도 존경받고 있다.
오늘 우리가 월드컵에 열광하는 이유는 예측할 수 없는 승부 속에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의 움직임 하나 하나가 큰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또 그 과정에 이르기까지 선수들이 보여준 축구에 대한 열정과 노력이 우리 가슴을 뜨겁게 만들기 때문이다. 축구 경기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미래도 지금 예측할 수 없다. 만일 경기장에서 멈춰 서 있다면 경기를 포기한 것이다. 죽을 힘을 다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모든 것을 다 쏟아 부으며 경기장을 누비는 선수들처럼 우리 학생들도 학교에서 젊은 패기로 목표에 도전해보자.
이제 학기가 다 마무리되어간다. 국가고시를 준비하는 학생들, 마지막 졸업 전시를 마친 학생들 모두 고생 많았다. 지금 흘린 땀과 노력, 그리고 열정이 나에게 보답을 할 것이다. 재학생들은 우선 내가 뛸 수 있는 기초 체력에 해당하는 학업 기초를 튼튼히 하자. 교수학습센터에서 학생들의 능력 향상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니 좋은 프로그램에 꼭 참여하자. 그리고 나를 돌아보자. 지금 나는 뛰고 있는가? 무엇을 위해 뛰는가? 다시 한번 오늘을 돌아보며 한 해를 잘 마무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