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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예전의 우리가 아니다 – 권종숙 교수(식품영양학과)

등록일 2022년12월14일 09시00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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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축구팀이 2022 월드컵에서 16강까지 올랐습니다. 축구 세계랭킹 1위인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패하여 8강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우리 선수들이 축구 강국들의 선수들과 경기하는 모습을 보며 내내 자랑스러웠습니다. 이기는 게임, 비기는 게임, 비록 지는 게임에서도 대한민국 축구선수들의 팀워크와 투지가 보였고, 개인기나 전반적인 실력에서는 브라질팀에 다소 뒤지는 모습을 보였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하며 경기를 운영하는 선수들을 보니 감동적이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도 유소년기부터 축구에 재능을 보이는 어린이들에게 다양한 훈련의 기회를 주는 시스템을 통해 축구선수들을 육성하였다고 들었는데, 좋은 결과를 보인 것이 기뻤습니다.

 

저는 1960년대에 초등학교를 다녔고 1970년대에 중고등학교, 그리고 1980년대에 대학교를 다닌 세대입니다. 지금 재학생들이 생각하면 정말 옛날 일이지요. 제가 어렸을 때도 스포츠 이벤트들이 있어서 한마음으로 응원했던 기억이 아직 생생합니다.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시기인 1960~1970년대에는 프로레슬링이나 권투 같은 격투기가 인기여서 레슬링의 김일 선수와 권투의 4전5기로 유명한 홍수환 선수가 최고로 인기 있었습니다. ‘헝그리 정신’으로 무장한 그 투사들은 결연한 표정과 멍들어 부어오른 얼굴, 상대방에게 맞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서 파이팅하여 마침내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지요. 그들을 열렬히 응원하면서 우리도 포기하지 않으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그 시절 감성이 떠오르네요. 그 당시 스포츠에서는 조직적인 지원보다는 개인이 불굴의 의지로 노력하여 승리하는 결과를 만들었지요. 제가 대학교에 다니던 1980년대를 생각해보면 등장할 때마다 팽팽한 긴장감을 불러오며 최동원 선수와 선동열 선수가 야구장 그라운드에서 투구하던 모습과 각 지역 프로야구팀을 응원하며 외치던 커다란 함성들이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독일 프로축구를 가까이 느끼게 했던 차붐, 차범근 선수도 함께 생각나네요. 1990년대에는 마라톤의 황영조 선수가 스페인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이봉주 선수가 미국 보스톤 마라톤에서 결승선의 테이프를 끊던 순간을 TV로 보았는데, 우리집 막내가 태극기를 꺼내와서 흔들며 응원하던 장면이 떠오르는군요.

 

저는 1992년부터 신구대학에서 강의를 시작하였고 지금까지 학생들과 함께 보람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스포츠계는 1990년대 후반부터 그 이전과는 다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린으로부터 하늘을 향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하얀 공, 패션 감각을 갖춘 선수들 그리고 산책하듯 걸어가며 응원하는 갤러리들이 어우러져 부유한 사람들의 운동으로 보이던 골프는 미국이나 유럽, 일본과 같은 선진국들의 스포츠로만 여겨졌었지요. 그런데 어느 순간 국제 골프 대회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이 우승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골프장 인프라 구축이 되어 있는 곳에서 어린 시절부터 체계적으로 훈련을 한 선수들만이 제 기량을 나타내는 스포츠에서 우리 선수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모습이 대견하게 느껴졌습니다.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예전의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하기도 어려웠던 분야인 피겨스케이팅, 스피드스케이팅, 수영 같은 선진국형 스포츠 분야에서 대한민국 선수들이 올림픽 금메달을 따기 시작하였는데, 김연아, 이승훈, 이상화, 박태환 선수들이 그 주역이었지요. 이 종목들도 장기간의 집중투자를 통해 시스템이 갖추어진 상태에서 훈련을 받은 선수들만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분야이지요.

 

영양 상태와 관련하여 발생하는 질병의 발병률도 세월에 따라 변화하고 있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 같은 반 남자아이들은 많은 경우 입가가 헐어있곤 하였습니다. 영양학을 공부하면서 그 이유가 할머니들이 말씀하셨듯이 입이 크느라고 그런 것이 아니라 그 시절 우유 섭취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우리나라 성장기 어린이들에게 비타민의 한 종류인 리보플라빈 결핍증상이 드믈지 않게 나타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대학을 다니던 1980년대 초반까지도 우리나라의 농어촌 지역 주민들에게는 영양부족 문제가 이슈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방학에 농어촌 봉사활동을 하시던 교수님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인해 영양학의 중요성을 깨달았던 저의 대학 시절이 생각납니다. 하지만 현재의 우리나라는 영양부족으로 인해 발생하는 영양결핍증은 매우 드믈게 나타나고 있으며, 음식의 과다섭취로 인한 비만이 많아지면서 대사증후군, 고혈압, 동맥경화 당뇨병 등이 주요 건강문제가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국민의 사망원인 1위인 암도 발생하는 종류가 이전과 달리 서양의 트렌드와 비슷하게 유방암이나 폐암의 발생률과 사망률이 증가하고 있지요. 이에 따라 영양교육 방향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당과 나트륨 그리고 포화지방의 섭취를 줄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국민건강증진법을 제정하여 우리 국민의 생애주기 특성에 맞추어 영양을 개선하고 신체활동을 장려함으로써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 생활을 실천하도록 하기 위한 시스템을 마련하여 국민의 건강증진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식품영앙학과의 졸업생들은 식품과 영양 분야에서 활동하며 국민 건강증진에 기여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미래에 다양한 분야에서 더욱 많은 기대를 할 수 있는 지금의 우리, 우리나라는 예전의 우리가 아닙니다.

 
신구학보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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