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매서운 바람이 지나간 길거리에선 봄을 맞아 개나리, 벚꽃, 프리지아 등 각양각색의 꽃이 핀 모습을 볼 수 있다. 활짝 만개한 꽃을 보면 가슴이 설레는 듯한 기분이 들어 강의와 과제 걱정은 잠시 접어두고 꽃구경을 떠나고 싶은 학우들도 있을 것이다. 이 때, 식물원 에서 볼 수 있는 관리된 꽃도 좋지만 우리나라의 산과 들에 자유롭게 피어 있는 야생화를 구경하러 가보는 건 어떨까? 지금부터, 봄에 피는 야생화의 매력 속으로 빠져보자!
후후 불면, 구멍이 뚫리는 민들레
민들레는 야생화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대표적인 꽃으로 꼽을 수 있다. 길가와 담벼락 사이, 들판, 공원, 도로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꽃으로 워낙 흔하게 자라기 때문에 잎은 김치, 무침 등 식용으로도 사용된다. 민들레의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인 하얀 실과 같은 모양의 씨앗은 바람에 쉽게 날아가 번식에 도움을 준다. 민들레의 꽃말은 ‘감사하는 마음’이다.
맑고 청아한 소리를 낼 것 같은, 은방울꽃
이름과 같이, 보고 있으면 당장이라도 종을 울려 좋은 소리를 낼 듯한 모양을 가진 은방울꽃은 ‘순결’과 ‘다시 찾은 행복’을 뜻한다. 유럽에서는 은방울꽃이 피기 시작하는 5월에 은방울꽃으로 만든 꽃다발을 받으면 행운이 온다고 믿어 소중한 친구에게 선물하는 풍습이 있다. 은방울꽃은 야생화 중에서도 향이 좋기로 유명한데,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면 은은한 사과 향, 혹은 레몬향이 강하게 전해 온다. 다가오는 5월에는 소중한 친구의 행운을 빌어주며 은방울꽃을 선물해 보는 건 어떨까?
허리가 많이 안좋으신가? 할미꽃
자줏빛의 꽃에 난 흰색 털이 흰 머리를, 꽃대가 밑으로 휘어진 모습이 할머니의 등이 구부러진 모습으로 보여 ‘할미꽃’의 이름을 가진 이 꽃에 슬픈 전설이 서려 있는 것을 아는가? ‘사랑의 굴레, 사랑의 배신’이라는 꽃말을 가진 할미꽃의 전설은 어느 마을에 남편을 여의고 딸 셋을 홀로 키우는 어머니의 모습으로부터 시작된다. 딸들을 홀로 키우며 땅, 소를 팔아 모두 시집을 보낸 이는 어느새 낡은 오두막 한 채 밖에 남지 않았다. 몸을 가누기조차 힘들어져 첫째 딸과 둘째 딸을 찾아갔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쫒겨난다. 소식을 듣고 눈보라 치는 날 홀로 계실 어머니가 걱정된 셋째 딸은 매서운 눈발에 어머니를 찾아 나서지만, 그녀를 기다리는 건 싸늘한 시체 뿐이였다. 이내 봄이 오고, 어머니의 시체가 있던 자리에 어머니의 모습을 닮아 흰 머리카락을 가지고, 등이 굽은 모습의 꽃이 피어났다. 이 꽃이 바로 할미꽃이라고 불리게 된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비록 슬픈 전설을 지녔지만, 뿌리가 소염진통제의 효과를 가져 약초로 활용되는 만능 야생화이다.
노루의 귀를 닮은 노루귀
마치 카멜레온처럼 자기가 처한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이 뛰어난 노루귀는 이름 그대로 노루의 귀를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또한 학명인 Hepatica는 잎의 모습이 간과 비슷하다 하여 붙여졌다. 두통과 치통, 복통 등의 통증을 완화시켜주는 진통효과가 있어 약초로 쓰이며 나물로도 섭취가 가능하다. 꽃말은 ‘인내’이며 바닥에 바짝 붙어서 피어나기 때문에 관심을 갖고 주의깊게 살펴봐야 발견할 수 있다.
남유리 기자 southyuri@g.shing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