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정의는 긍정의 형용사로서의 great가 아닌, ‘(명사 앞에서 가족 관계를 나타내는 데에 써서) ~와 1촌(寸) 건너의’였다. 맞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가까운 사이의 사람들이었다. 예를 들자면, 작품에서 개츠비와 이웃사촌이자 작중 3인칭 관찰자로 등장하는 ‘닉 캐러웨이’가 그러했고, 결혼을 해 1촌 관계였으나 개츠비가 제1차 세계 대전에 참전하면서 유럽 전선으로 떠난 이후 다른 남자와의 사랑을 찾은 ‘데이지 페이’ 역시 관계가 있다. (그리고 닉과 데이지는 사촌관계로 등장한다.) 이렇듯 등장인물들은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져 우연성을 강요하는 관계가 아니었다.


정의 2 : 유명한
유명한 사람들. 많이 나온다. 스포츠계, 정치계, 문화계, 지하경제의 검은 손 등등. 사람들뿐만 아니라 명품 시계, 고급 음식, 초호화 별장. 예나 지금이나 이름값 하는 유명 브랜드 승용차. 무엇보다도 이 작품에서 유명한 것은 ‘개츠비의 파티’이다. 전쟁이 끝나 귀국한 개츠비는 데이지가 이미 남의 아내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첫사랑을 다시 찾기 위하여 갖은 수단과 방법으로 많은 재산을 모아 주지육림(酒池肉林)의 파티를 연다. 수컷 공작이 암컷 공작을 유혹하기 위해 자신의 깃털을 바로 펴 화려한 모습을 과시하듯, 개츠비도 바로 단 한 사람, 데이지를 되찾기 위해서 그러한 사치스러운 파티를 열었던 것이다.


정의 3 : 즐거운
“우리의 남은 삶이, 그리고 지금이 영원했으면 좋겠어.” “그렇게 될 거야” 그녀와의 ‘즐거웠던’ 시간을 되찾기 위해서, 두 눈 앞에 있는 서로의 즐거운 시간을 위해서, 그리고 앞으로 남은 즐거울 시간을 위해서 개츠비는 위대한 계획을 짜게 된다. 위대한 개츠비의 위대한 복수. 아쉽게도 그 끝은 즐겁지만은 않는데...


정의 4 : (규모, 모양이) 아주 큰
작품 외적인 요소를 살펴보자. 이 작품이 쓰인 시대는 1920년대이다. 경제적으로나 규모적으로 부흥기이던 국가. 바로 미국이다. 작품 속 주인공들이 무대로 활동하는 곳도 그러하고, 작가의 고향도 그러하다. 이 즈음 이 글을 읽다가 ‘끼워 맞추기 식이다!’라는 소리를 지르는 독자가 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위대한 개츠비』를 탄생시킨 작가 피츠제럴드가 이 작품의 제목을 두고 무척이나 고심했다는 사실과 제목이 되지 못한 후보군들을 보면 필자의 말에 어느 정도 수긍할 것이다. 피츠제럴드는 여러 제목을 염두에 두었지만 그 가운데에는 ‘푸른색과 붉은색 그리고 흰색’이라는 제목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것들은 두말할 나위 없이 미국을 상징하는 성조기의 색이다. 작가는 어떻게 해서든지 이 작품을 미국과 연관시켜보고 싶었던 게 분명하다.


피츠제럴드의 예언적 비유와 상징
이제 사전은 옆으로 치워두고, 작품 속 등장인물들을 통해서 피츠제럴드가 어떤 것을 상징하고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 살펴보자. 이 작품이 1920년대 미국을 이해하는 데 더 할 나위 없이 좋은 책이라고 하는 데는 그 이유가 있다. 바로 작품 속 주인공 ‘제임스 개츠비’가 1920년대 당시의 ‘미국’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작품이 출간된 1925년대에 미국은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어느 국가보다도 잘 나가는 선진국이었다. 개츠비 또한 작품 속에서는 어느 누구보다도 잘나가는 유명인사였다.

개츠비가 되찾고자 했던 여자 ‘데이지 페이’는 미국의 경제체제로 두고 있는 ‘자본주의’이다. 데이지 페이를 되찾고 옆에 앉아 세상을 다 얻은 듯 기뻐하던 개츠비, 자본주의를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해 경제적으로 성장한 미국. 하지만 결국 개츠비는 데이지 때문에 죽고, 미국은 자본주의 때문에 경제 대공황을 맞이해야 했다.

피츠제럴드는 조국이 멸망할 것으로 예상하고 이러한 이야기들 속 상징과 여러 장치들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 것 같다. 영원히 ‘위대한’으로 남길 바랐던 조국이 위대하지 못하게 되었으니, 작품을 쓰는 도중에도 쓰고 난 이후에도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을 것 같다.

이로서 재조명은 끝났다. 이제 이 글을 읽은 독자들이 『위대한 개츠비』를 다시 읽는다면, 한 작가가 조국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그것을 어떤 기법으로 표현했는지 느껴보기를 희망한다.


최진수 기자 dpjs9208@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