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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명암 - 배희진 학우(방사선학과 3)

등록일 2023년04월26일 09시00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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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라고 말해주는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하지만 그 동시에 창피함도 느낀다. 저 말은 단지 ‘난 네가 무슨 짓을 해도 네 편이야’라고 말하는 것과는 다소 차이점이 선명하다. 그저 내가 한없이 주눅 들어서 의기소침해져 있을 때 나를 일으켜 주는 사람들에게서 고마움을 느끼는 거다. 내가 작아지는 걸 막아주는 것이 고마운 거다. 그런 당신들을 보고 있으면 역시 살아갈 때도 타인의 감정을 존중해서 배려하는 것보다는 이기적으로 사는 게 현명한 판단인가 싶을 때가 있다. 나는 내 감정에도 서투른 사람이니까. 감정적인 사람은 질색이니. 생각이 많아질 때가 있다. 내가 원하는 대로 일의 진행이 원활하지 않을 때. 그럴 때는 불현듯 안 좋은 생각이 날 때가 있다. 이를테면, 잠에 들지 못했다거나, 샤워를 하는데 머리카락이 엉켜서 풀리질 않고 있다거나, 더 나아가서 친구들과의 약속이 예정된 시간보다 길어질 때, 급격한 피로감을 느낀다.

 

나는 요즘 이런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누군가 괜찮냐고 묻는 말에 우리들은 모두 ‘응, 괜찮지’라고 대답한다. 그래서 나는 이 질문 자체를 안 하게 되었다. 안 믿는 게 더 편해 버리게 된 질문. 그런데 외국에선 이 말을 더 많이 쓰더라. 다만, 괜찮다고 하면 정말 괜찮은 줄 아는 것에서 다소 차이점이 보였다는 것. 어느 날 인터넷에 나름 열심히 써온 수필과 연재 중이었던 소설들을 누군가가 읽어보고 내가 썼다는 걸 알아차렸을 때, 인터넷이 참 무섭다고 생각했다. 묻지도 않은 것들에 그들은 정말이지 솔직했다. 일기 같았다거나, 필명이 달랐다면 같은 작가인 줄 몰랐었을 거라던가, 훔쳐본 것 같아서 미안하다거나, 소설은 단행본이 나오면 좋을 것이라거나. 말로는 “그래? 재밌게 봐줘서 고맙다” 했으나, 여전히 인터넷이 무서운 건 마찬가지였다. 


어떤 문제들이 닥친 상황에서 나는 딱히 조언을 구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상황이 많았다. 누구도 도움이 되지 못하리라는 생각이 머릿속엔 강하게 틀어박혀 있기 때문일 거다. 다만, 나에게 필요했던 사람은 조언을 해줄 지혜로운 사람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없으니, 스스로 자문자답하는 일이 잦아졌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지’라고 그럴 땐 늘 제3자 입장에서 생각해 보게 되었던 것 같다. 생각이 너무 많고 타인들을 생각하며 살다 보면 어느 순간 ‘나는 대체 어디 있지?’ 하며 본인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나조차도 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일들도 많으니까. 그러면 어느 순간 확 죽어버리고 싶을 때도 있다. 나는 지금 글을 쓰는 이 시점에 와서, 8살 때 카네이션 종이접기 수업을 바로 따라가지 못해서 짝꿍에게 도움을 요청했을 때가 생각났다. 선생님은 바빴고 짝꿍이나 다른 친구들은 ‘나도 몰라’라고 일제히 대답했고. 지금의 내 상태가 딱 그러하다. 어떤 문제에 닥치면 늘 그래왔듯, 나에게 묻지. ‘나 이제 어떡해?’, ‘나도 몰라.’ 내가 묻고 싶은 질문이다.

신구학보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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