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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부모님 - 이우송 학우(물리치료학과 1)

등록일 2023년05월31일 09시00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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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방어기제는 3세까지 보호자, 특히 어머니와의 애착 관계에 따라 형성되고, 이어 6~7세까지의 교육에 따라 성격이 자리 잡게 된다. 인간으로서 탄생한 이상 우리는 부모님의 영향을 크게 받게 된다. 발생학적으로 유전에 의한 것부터 인지발달에 따른 자아의 형성까지 말이다. 윗세대의 경험을 받아 안정적인 전철을 밟는 것은 사회에 빠른 적응에는 큰 도움을 주지만, 온전한 자아로의 발달을 위해선 꼭 ‘나’를 명확히 정의 내리는 시기가 필요하다. 우리에게 보통 사춘기에 찾아오게 되는 반항기이다.

 

이 시기는 생물학적으로만 인간이 아닌 사회의 구성원이자 개개인으로 거듭나는 데 필수적인 시기이다. 모방을 통해 학습해온 우리는 지금까지 학습해온 것들에 질문을 던지기 시작하고는 극단적으로 우리가 부모님과 ‘닮은꼴’이라는 것을 부정하기에 이르기도 한다. 그런 생각에 많이 다퉜다. 속으로 답답하다고 느끼는 점이 닮아있을 수 있고, 내가 그런 행동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부정하고 싶어 했었으리라.

 

그렇게 정확히 중학교 2학년, 자아를 탐색하는 여행이라고 멋들어지게 포장된 그저 방황의 시기가 찾아왔다. 부모님과 나 모두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는지 몰랐기에, 본의 아니게 자주 분위기는 안 좋아졌고 동생이 휩쓸리는 일도 잦았다. 그래도 시간이 약이라고 했던가. 점점 타협과 갈등을 해소하는 방법을 알아 나갔고, 다사다난한 청소년기를 거쳐 내가 누구인지 생각이 명확해져 갔을 무렵에야 나는 부모님과는 다른 개체이지만, 나를 설명할 때 그분들을 빼놓을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서로 다르지만 매우 큰 영향을 받았고 부정할 수 없다’ 라는 명제 그 한 줄을 깨닫기까지 무려 5년이 넘게 걸린 것이다.

 

나는 아직도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을 아직도 그렇게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뉴스에서는 극단적인 가정의 사례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고, 주변에서 부모님과 거의 의절한 지인들도 몇몇 있다. 가슴으로 낳았지만 친자식이 있는 가정보다 관계가 좋은 집도 보았고, 자식을 그저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보았다. 이 세상의 모든 인간관계는 결국 본질에서는 같고, 객관적으로 어떤 한 가지에 가산점을 부여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수없이 많게 엮인 타래 속에서 남들과는 ‘달라 보이는’ 실을 찾아 색을 부여하고, 거기에 이름표를 붙인다면 적어도 서로에게는 둘도 없는 특별한 존재가 될 수 있다. 그래도 내가 방황한 5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을 지지해준 것은 부모님이었고, 서로 맞지 않을 때 이해하려고 노력해 주시는 것도 부모님이었다. 가끔 기분 좋지 않아서 툴툴댈 때도, 너무 바빠서 신경 못 쓸 때도, 실망하고 상처받고 냉랭해질 때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싸우고 화해하고 이해해 나가며 성장할 것이다.

 

내가 고른 이 실에 이미 우리 가족이라는 이름표가 붙여졌고 20년을 함께해왔기에, 그것이 그저 부모와 자식이 아닌 나와 나의 부모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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