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 이후 세계 각국은 고물가와의 전쟁 중이다. 이러한 고물가를 잠재우기 위해서 각국의 중앙은행이 잇따라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다는 뉴스가 경제뉴스 중 가장 중심에 서있는 듯 하다. 그런데 물가와 기준금리가 무슨 관계가 있길래?
‘물가’란 실물의 가격이라는 뜻이다. 실물이란 가전제품, 부동산 등 우리가 사용하는 자원이나 물건 혹은 이용하고자 하는 서비스를 말하는 것이다. 흔히 이야기하는 ‘가격’이라는 용어는 돈을 실물과 교환할 때 지불해야 하는 금액이다. 그래서 물가가 상승한다는 말을 달리 표현하면 실물의 가치가 상승하여 동일한 실물을 사거나 이용할 때 지불하여야 하는 돈의 금액이 증가한다는 의미가 된다.
우리는 ‘가격’이라는 것은 가격이 매겨진 대상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고 배웠다. 공급이 일정한 상황에서 수요가 증가하면 가격이 오르고 반대로 감소하면 가격이 내린다. 수요가 일정한 상황에서 공급이 증가하면 가격이 내리고, 공급이 감소하면 가격이 오른다.
그러나 이는 돈의 가치가 일정(물가상승이나 하락이 없다는 것)하다고 가정할 때 실물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매겨진 가격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만일 돈의 가치가 상승하거나 하락하면 어떻게 될까? 수요와 공급이 일정한 상황에서도 ‘돈’으로 표시되는 가격은 변할 수 있다. 즉 실물과 교환하여야 하는 돈의 가치가 상승하면 돈의 가치로 표현되는 물가가 하락하는 것이고, 반대로 돈의 가치가 하락하면 물가가 상승하는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각국의 정부는 팬데믹으로 인한 영향을 최소화 하기 위하여 팽창적인 통화정책을 사용하였다. 이를 위하여 화폐를 많이 찍어 공급하여 시중의 유동성(화폐의 유통수량)을 늘렸다. 돈의 공급이 늘어났기 때문에 돈의 가치가 하락하였고 돈과 교환하는 실물의 가치가 돈의 가치에 상대적으로 증가하였다. 즉, 물가가 크게 상승한 것이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의 밥 값과 지금의 밥 값을 비교하면 쉽게 알 수가 있다.
그렇다면 금리란 무엇인가? 금리는 이자율이다. 현재는 돈이 없지만, 사업 상 혹은 생활안정을 위해서 사람들은 미래의 소득을 기반으로 은행과 같은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다 쓰는데, 이때 돈을 빌려쓰고 지불하는 것이 이자율에 기반한 이자다. 이자율은 사람들의 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 높아지고, 돈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면 낮아진다. 그리하여 이자율을 ‘돈의 가격’이라고도 부른다. 돈의 수요와 공급이외에도 각국의 중앙은행은 금융기관과 거래시 적용하는 기준금리라는 것을 정하는데, 시장의 이자율은 이러한 기준금리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기준금리를 올리면 시장의 이자율이 올라가고, 기준금리를 내리면 시장의 이자율이 내려간다.
지난 코로나 팬데믹 당시에 각국의 정부는 팽창적인 통화정책 이외에도 사람들이 돈을 편하게 빌려 쓸 수 있도록 낮은 기준금리 정책을 사용했다. 낮은 기준금리는 사람들이 돈을 쉽게 빌려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 돈의 유통수량이 증가하게 되었다. 코로나 팬데믹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팽창적인 통화정책과 낮은 기준금리 정책은 사용할 수 있는 돈의 공급을 더욱 풍부하게 하여 돈의 가치가 낮아지게 되었다. 이에 따라 돈과 교환하게 되는 실물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아져 물가가 상당히 치솟게 되었다.
코로나 팬데믹 위기 상황이 어느 정도 극복된 이후 각국 정부는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물가상승을 낮추기 위하여 기준금리를 올리는 정책을 채택하였다. 기준금리의 상승은 시장의 이자율을 높이므로 높아진 이자율에 따라 자금을 빌리는 수요가 줄어 돈의 유통수량도 줄어들게 된다. 즉, 돈의 공급이 줄어드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돈의 가치가 실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상승하게 되어 돈으로 표시되는 실물의 가격인 ‘물가’는 낮아지게 되어 물가상승이 억제되는 것이다. 이러한 메커니즘을 통해 기준금리 정책이 물가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물론 물가상승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금리이외에도 여러 요인이 있어 기준금리와 물가의 방향이 항상 반대인 것은 아니지만 경제기사를 살펴볼 때 금리와 물가의 관계를 이해하고 살펴보도록 하자.
[통계로 보자]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추게 되었고 이에 월별물가상승율이 전반적으로 높아졌다. 지속적으로 높은 물가상승율을 억제하기 위하여 2021년부터는 기준금리를 높이기 시작하는데, 이에 따라 높은 월별물가상승율이 꺾이게 된 것을 볼 수 있다.
(자료: 기준금리 – 한국은행, 월별소비자물가지수상승율 – 국가통계포털 KOS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