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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약 히어로가 된다면-신서현 학우(사진영상미디어과 1)

등록일 2023년11월01일 09시00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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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내가 히어로가 된다면? 사실 초월적인 능력을 갖추게 됐을 때 늘 정답인 선택을 할 자신이 없다. 어떤 최선의 선택이든 결국 차선책일 뿐이다. 후회는 남고, 내 선택에 피해자는 불가피하게 생긴다. 누군가에게 사탕을 주면 사탕을 못 받는 이가 생기듯이 말이다. 그렇다면 누구에게 사탕을 줘야 할까? 아마 내가 행복할 때 생각나는 얼굴들, 자기 전 떠오르는 미안한 이들에게 줘야 할 거 같다. 엄마도 연인도 친구도 아닌 얼굴들.

 

21세기에 여전히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내가 따뜻한 밥을 먹고, 침대에 누워 잠들 때 어린 나이에 가족을 잃고 떠도는 전쟁고아들이 있고 무너진 집에 사는 사람들이 있다. 순하고 사람을 잘 따르는 동물들은 사람들의 기호에 맞춰 맛있고 건강한 담배를 만들기 위해 호흡기를 달고 담배 연기를 하루 종일 마신다. 개 농장은 폐기물처리업으로 등록해서 처리비를 받고 음식물 쓰레기를 개에게 사료 대신 먹인다. 현재 음식물 쓰레기를 먹는 가축은 사실상 개밖에 없다.

 

매일 내일을 향한 사투인 누군가가 있다. 내가 평온한 하루를 보내고 침대에 누워 눈을 감으면 얼굴도 모르는 이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내가 해야 할 일은 이미 정해져 있지 않나. 머리는 차가워지고 마음이 뜨거워진다. 나는 누군가의 사리사욕이 들어가지 않을 때만 발동하는 전지전능한 능력을 갖추고 싶다. 그 후엔 전쟁을 멈출 건데, 싸울 거면 각국의 지도자들이 경기장에서 스파링을하라 하고 승부의 결과는 지도자들을 제외한 누구에게도 이익과 손해가 없도록 할 것이다. 또한, 개발도상국에 병원이랑 공장을 세우고 아픈 사람들이 제때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며 병원 혹은 의식주는 더 큰 자본이 개입하지 않도록 한다. 개발도상국은 인력에 비해 일자리 부족이 심각하니까 공장을 세워 일자리를 늘려 무조건적인 지원이 아닌 홀로 설 수 있도록 자립의 기회를 마련한다.

 

약자들을 위한 복지 처우 개선을 위해 움직인다. 동물실험과 동물 학대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여 동물 대체 인공 신체를 만들고 사사로이 쓰이지 못하도록 한다. 범죄자들은 마땅히 벌을 받도록 잡아서 자신의 죄를 뉘우치게 한다. 그리고 인력으로 사용한다. 할 수 있다면 해야 한다. 나는 세상을 구할 수 있으니까 구할 거다. 글을 쓰는 동안은 내가 잠시 전지전능했지만, 이 글의 마지막 온점을 찍을 때면 능력을 내려놓아야 한다. 내가 세상에서 할 수 있는 건 뭘까. 그건 분명히 누군가에게 사탕을 건네는 일이다. 늘 그랬듯이 쓰레기가 보이면 줍고 대중교통에서 자리를 양보한다. 아무도 날 기억해 주지 않겠지만 상관없다. 할 수 있으니까 나는 한다.

 
신구학보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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