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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뉴욕! 뉴욕의 매력은 어디서 오는가?-이윤나 교수(식품영양학과)

등록일 2023년11월01일 09시00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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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간 뉴욕에서 연수학기를 보낼 기회가 있었다. 이전에 관광객으로 뉴욕을 방문하였을 때는 화려한 건물과 볼거리들에 나의 온 관심이 집중되어 있었다면, 이번에는 빨리 많은 것을 보겠다는 욕심을 부리지 않아도 되니 그곳의 사람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뉴욕이 흥미로운 도시인 진짜 이유는 나와 다름을 받아들이고 오밀조밀 공존하며 살아온 사람들 덕분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물론 처음부터 그곳 사람들이 눈에 보였던 것은 아니다. 진정한 뉴요커라면 몇 초안에 5개 이상의 냄새를 맡을 수 있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지저분한 거리에 강아지 소변 냄새를 비롯한 여러 냄새가 뒤섞여 머리가 아파지는 경우도 많고, 노숙자도 많고 아시아인 혐오 범죄 등 무서운 이야기가 뉴스에 보도되니 밖에 나갈 때마다 경계태세에 있는 나를 발견하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한 덕분에 뉴요커들의 일상의 모습들을 더 잘 볼 수 있었다. 흥미롭다고 생각했던 것 중의 하나는 지하철에서 온몸에 금색 페인트칠을 하고 있거나 어떤 이상한 모양새를 하고 있어도, 어떤 이상한 행동을 하거나 시끄럽게 떠들어대도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안 보이고 안 들리는 듯이 간다는 점이었다. 우리나라였으면 최소한 무슨 일인가 쳐다보거나, 인상을 찌푸리거나, 누군가 한 분은 일어나 여기가 너희 집 안방이냐고 소리칠 법한 상황인데 말이다.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면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멋지다”라고 인사해주는 경우이다. 지하철에서 노숙자가 긴 좌석을 차지하고 누워서 자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그러면 그 칸 전체가 견딜 수 없는 냄새로 진동한다. 뉴욕의 지하철은 다른 칸으로 이동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어 꼼짝없이 그 냄새를 견디며 가야 하지만 그 경우도 쳐다보거나 티를 내는 일이 없다.

 

뉴욕은 이민자들이 모여서 이루어진 도시이다. 여러 나라, 여러 인종들이 살 길을 찾아 이곳으로 건너와서 좁은 땅에 정착하고 살아가다 보니 많은 진통도 겪었지만, 결국 함께 공존하는 방법을 배워왔을 것이다. 성공하고 싶은 사람들, 나의 권리가 무엇보다 중요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지만 나와 다른 사람들을 인정하고 다양성을 존중하여 왔기에 엉뚱한 상상들이 현실이 되고 매력 있는 도시로 발전하여 온 것은 아닐까? 대학에도 각 층마다 ‘다양성’,‘형평성’,‘정의’ 등이 쓰인 큰 포스터가 곳곳에 붙어있는 것을 보면 어떤 가치를 전달하고 있는지를 잘 볼 수 있다. 우리는 그동안 공동체 문화를 통해 기적과 같은 발전을 이루어왔기에 우리만의 강점을 가지고 있지만, 다름을 받아들이는 훈련은 덜 되어있는 것은 아닌지 깊이 생각해야하는 시점이라 생각된다. 대학은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장이기도 하다. 그러니, 누군가가 이상해 보이거나 비난하고 싶어질 때, 당신이 틀렸다고 하고 싶어질 때, 그게 정말 잘못된 것이 맞는지, 고정된 생각에 서로를 가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 번 더 돌아보고 나와 다른 것을 발견하는 기쁨과 가치를 알아가는 훈련의 장이 되기를 희망한다.

 

 
신구학보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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