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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 같은 순간에 찾아온 꿈같은 인연「중경삼림」

등록일 2023년12월13일 09시00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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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유통기한은 보통 3년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사랑을 할 때 사람의 뇌는 많은 것들을 소비하는데, 특히 어마어마한 에너지와 감정과 시간을 쏟아붓기 때문에 평균적으로 사람의 뇌가 사랑이라는 감정을 최대 3년 정도만 버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하루만에 만났던 사람에게 희로애락을 느끼고 운명 같은 사랑을 꿈꾸면서 평생 잊지 못할 감정과 기억을 가지는 것이 가능할까? 이번 시네마에서는 하룻밤의 신기루같은 만남으로 뜨거운 사랑과 이별까지 겪은 이들의 이야기를 살펴보자.

 

하룻밤의 신기루처럼 사라진 사랑

이제 막 24살에서 25살이 된 경찰인 하지무는 만우절에 연인 메이의 거짓말 같은 이별 통보를 받고 이별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메이가 좋아하던 과일인 파인애플 통조림 중에서도 유통기한이 자신의 생일인 5월 1일까지인 통조림을 하루에 한 통씩 구매하며 그날까지 메이가 연락하지 않으면 깔끔히 그녀를 잊자고 다짐한다. 그러나 5월 1일이 되어도 메이의 연락은 끝내 오지 않았기에 그동안 모아왔던 모든 파인애플 통조림을 먹으며 그녀를 잊기로 한다. 그렇게 통조림과 술을 먹다보니 하지무는 만취 상태가 되고 그대로 바로 향하게 되는데, 그곳에서 처음 만난 여자와 사랑에 빠지겠다고 다짐한다. 그리고 바에서 사랑을 찾기 위해 걸어다니다, 금발 가발을 쓰고 레인코트를 입은 미녀가 들어오는 걸 본 그는 광둥어, 영어, 일본어, 북경어 차례로 파인애플을 좋아하냐고 물어보며 작업을 건다. 그러나 미녀는 하지무의 말을 무시하다가 북경어로 물어보고 나서야 대답을 한다. 이윽고 둘은 만취하게 되고 여자가 쉬고 싶다는 말에 함께 호텔로 가지만 여자는 정말 쉬고 싶어한 것뿐이었고, 하지무는 그녀가 잠든 동안 2편의 광둥어 영화를 보고 4개의 샐러드를 먹은 뒤 동이 트자 그녀의 신발을 벗겨서 자신의 넥타이로 닦아준 뒤에 떠난다.

 

지난 인연에 힘겨운 순간, 구원처럼 나타난 인연

두 번째 이야기는 하지무가 자주 가는 식당의 점원 페이의 이야기이다. 페이는 매일 가게에 들러 음식을 사 가는 순찰 경찰 663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다. 어느 날, 663과 한때 연인 관계였으나 결별한 스튜어디스가 그에게 전해 달라는 말을 남긴채 가게에 맡기고 간 편지 봉투를 몰래 열어 보게 된다. 봉투 안에는 ‘취소’ 도장이 찍힌 항공권과 ‘Change of flight. Your place cancelled(항공편 변경, 당신 좌석은 취소됐어)’라고 적힌 이별의 편지, 663의 집 열쇠가 들어 있었다. 시장에서 663을 만난 페이는 편지를 우편으로 부쳐준다는 것을 빌미로 그의 주소를 알게 되고 종종 그의 집에 몰래 숨어 들어가 집을 청소하며 집에 남아 있는 여자의 흔적을 하나씩 지워 나간다. 며칠 후 순찰 중이던 663은 자기 집 창문에서 종이비행기를 날리는 페이를 발견하고 집으로 들어간다. 청소를 마치고 집을 나서던 페이는 문앞에서 663과 마주치고 놀라 문을 잠가버린다. 663은 문을 걷어차고 집에 들어가지만 페이는 도망가버린다. 663은 식당으로 페이를 찾아가 8시에 캘리포니아에서 기다리겠다는 데이트 신청을 하고, 페이가 자신의 옷장에 걸어둔 옷을 입고 ‘캘리포니아’라는 이름의 술집으로 향한다. 그러나 기다리던 그녀는 오지 않았고, 대신 페이의 사촌 오빠인 패스트푸드점 주인이 전해준 봉투를 받게 되면서 그녀를 만날 수 없게 되었다. 1년 후, 경찰을 관두고 가게를 인수한 663이 가게 일을 하던 도중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오자 손님을 확인하기 위해 시선을 돌렸을 때, 가게에 들어오던 페이와 눈이 마주치게 된다.

 

영화 속에 숨은 비하인드

중경삼림은 원래 2개의 이야기로만 구성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초기 구상으로는 하지무가 1번째 이야기에서 그렇게 하룻밤의 인연을 떠나고 나서 진실한 사랑을 만나는 이야기가 추가되어 3개의 이야기로 이뤄졌다. 또한 경찰 663의 집은 세트장을 따로 빌린 것이 아닌 영화를 찍은 감독의 실제 집에서 촬영이 이루어졌기에 더욱 더 생활감 있고 생동감 있는 배경을 연출할 수 있었다. 또한 ‘중경삼림’은 개봉 직전까지 완성을 하지 못했기에 초기에 개봉했을 때, 편집을 완성한 필름부터 급히 극장에 보내야 했다. 예전 극장에선 필름 1개 박스에 10분 분량만 담을 수 있었기 때문에 상영 시간이 90분인 영화는 9개 박스에 담아야 했다. 그로 인해 제시간에 아홉 개 박스가 모두 도착한 극장에서 중경삼림을 본 관객들은 ‘해피엔딩’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차가 막혔던 터라 시내에서 좀 먼 곳에 있는 관객은 시간 내에 필름이 다 도착하지 못해 80분 분량의 영화만 봤다는 웃픈 이야기가 있다.

 

짧은 시간 안에 여운을 남긴 명대사

“기억이 통조림에 들어 있다면 유통기한이 없기를 바란다. 만일 유통기한을 정해야 한다면 만 년으로 해야지”: 하지무가 그녀를 떠나고 난 뒤에 그녀와의 하룻밤을 잊을 수 없다고 이야기가 끝나기 직전에 말하는 혼잣말이다.

“당신이 가고 싶은 곳으로”: 663이 페이와 재회 이후 그녀의 사촌오빠한테 받은 쪽지에 담겨있던 번진 여권을 내밀면서 어디로 가고 싶냐고 묻자 페이가 그에 답하는 대사다.

 

 

여민영 기자 myeo0302@g.shing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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