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세월호 사고 이후 참사 관련 소식을 접할 때마다 고개를 숙이게 만드는 유가족들의 목소리가 있다.
‘당신들 가족이었어도 이렇게 할 수 있어요?’ SNS에서 유가족들을 대상으로 막말을 한 정치인들, 자기 책임이 아니라며 서로에게 잘못을 떠넘기는 정부의 각 부처 관계자들, 구조 현장에서 갇혀 있는 사람들의 생명보다 구조 업체의 체면과 이해관계를 먼저 생각하는 어른들의 모습들 속에서 그 한 마디는 끝없이 메아리로 울려 퍼졌다. 그렇다. 같은 ‘가족’이라면 그렇게 행동할 수 없었을 것이다. 사고 이후 어느 때 보다도 ‘가족’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눈이 감기고 뜨거워진다.
그리고 5월이 됐다. 어느 때 보다도 날씨는 좋았고, 하루하루가 조용했고 슬펐다. ‘가정의 달’이면 매년 진행되던 행사들의 모습도 숙연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23일째였던 어버이날에는 시민들이 카네이션 반납행사를 진행했다.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은 “우리는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 수 없다”며 가슴에 단 카네이션을 내려놓고, 진도 팽목항에 있는 유가족들의 눈물과 아픔을 함께하자고 했다. 필자의 동네 웃어른 중 중학생 아들을 둔 한 어머니도 어버이날에 아들이 직접 만든 카네이션을 받았다. 카네이션과 함께 받은 편지엔 ‘핀은 따로 준비하지 않았다’고 적혀 있었다. 이 어머니의 아들 역시 카네이션 반납행사에 동참하기 위한 의미였다고 설명했다. 항상 어리게만 생각했던 아들의 어른스러운 생각에 가슴이 뭉클해진 어머니는 조용히 아들을 안아줬다. 항상 자식이 명문 대학에 진학하길 바랐기에 성적에 대해서 잔소리와 부담감을 줬던 어머니는 “이젠 옆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두 모자(母子)의 사례 외에도 평소의 생활이 달라진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가족사진을 찍으려고 사진관을 찾는 가족들, 주말에 가족 여행을 떠나거나 고향을 찾는 사람들, 항상 저녁엔 회사 동료들과 외식을 하던 직장인들이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하기 위해 발걸음을 가족들에게로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함께하는 오늘이 마지막 순간일 수도 있기에, 평소에 하지 못했던 말을 하고 싶었기에.
세월호 참사는 대한민국의 부패한 민낯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기도 했다. 즉, 세월호 참사 이후 ‘가족 애(愛)’를 느끼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사고로 인해서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났다가 희생된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들과 같은 또래의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마음은 더 애틋할 것이다.
가정의 달이 끝나가고 있다. 어느 때 보다도 조용하고 슬픈 한 달이었다. 부디 이번 사고의 희생자들이 천국에서는 더 이상 고통스러워하지 않고 편히 쉬기를 기원한다. 또한 아직 돌아오지 못한 희생자들이 하루 빨리 가족들의 품에 안길 수 있기를 희망한다.
최진수 기자 dpjs9208@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