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닫기


당신은 괴물이 아닌가? 「괴물」

등록일 2024년05월29일 09시00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기사글축소 기사글확대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우리 동네에 괴물이 산다’는 소문을 듣는다면 다들 어떤 반응일까? ‘괴물’이 누구인지 어떤 일을 저질렀는지 궁금해할 것이다. 보통의 사람들은 이 소문 속 ‘괴물’의 존재 여부에 대해 의심을 하지 않는다. 사실 ‘괴물’이 누구인지 소문만 믿고 함부로 오해하던 우리가 이 동네의 ‘괴물’일 수도 있다. 괴물의 형태는 사람마다 다른 이미지이기 마련이니까. 이번에 소개할 영화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괴물」이다. OST를 작업한 故 류이치 사카모토를 기리며.

 

엄마의 눈은 피할 수 없어

1막은 싱글맘 ‘사오리’의 이야기이다. 사오리는 아들 ‘미나토’의 행동이 평소와 달라진 걸 느낀다. 미나토가 근래 들어 자주 다치고 귀가가 계속 늦어지자 학교생활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사오리는 학교를 찾아가 담임교사 ‘호리’와 교장 ‘후시미’에게 상담을 신청한다. 그러나 학교 측은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성의 없는 사과만 하며 상담이 끝난다. 무책임한 학교가 답답한 사오리는 직접 사건을 파헤친다. 사오리는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 ‘요리’를 만나게 되고 요리와 미나토 사이에 일이 있다는 걸 깨달은 뒤 필사적으로 아들을 지켜내려 한다.

 

사건은 사람의 시선에 따라 다르게 보이기 마련

2막이 시작되면서 이야기의 흐름은 반전된다. 유흥업소를 출입하고, 미나토를 때렸다는 의심을 받던 담임교사 호리는 사실 오래 교제한 연인이 있었고 유흥업소 이야기도 전부 소문일 뿐이었다. 물론 미나토를 때리긴커녕 학생을 걱정하는 열정적이고 따뜻한 교사였다. 그럼에도 호리는 학교와 학부모로부터 내몰리고 동네 신문에 체벌 교사라는 타이틀로 기사도 나게 된다. 결국 사랑하던 연인과 헤어지게 된 호리는 사건의 심각성을 깨닫고 왕따를 당하는 요리와 미나토에게 무언가 접점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풋풋하고 아름다워서 아픈

마지막 3막이 시작된다. 이야기는 미나토 시점이다. 미나토가 보고 들은 그와 요리의 비밀은 어른들은 절대 알지 못하던 아름답고 슬픈 세계이다. 둘은 산 속에 비밀 기지를 만들고 시간을 보낸다. 영화 중간중간 미나토와 요리는 “괴물은 누구?”라고 천진난만하게 묻는다. 영화 초반부터 자신의 머릿속에 돼지 뇌가 들어가 있다고 하는 요리는 그로 인해 왕따를 당하며 놀림을 받았는데, 그 말은 그의 아빠가 요리에게 늘 하던 말이었다. 영화의 끝 무렵, 지독한 태풍을 맞으며 진흙투성이가 된 아이들의 모습은 3막 초반과 달리 푸릇함은 없어지고 꾀죄죄하지만 여전히 아름답고 빛난다.

 

행복을 위한 희생양 총량법칙

담임 호리는 학부모의 항의로 파면당하고, 요리는 남자아이들의 이지메 대상이 된다. 미나토는 요리처럼 희생양이 될까봐 억지로 요리를 모른 척한다. 교장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게 행복이라며 아름다운 세계를 이야기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 감독은 인터뷰에서 ‘동조압력’을 이야기한다. 모두가 같은 보편의 가치를 지녀야 한다는 압력이 강한 사회는 여기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을 배제하게 된다. 끝끝내 행복을 찾은 요리와 미나토는 누구를 희생시킨 걸까. 둘을 찾기 위해 폭우를 뚫고 헤매야 했던 사오리와 호리가 아닐까. 미나토와 요리는 길고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와 맑게 갠 푸른 하늘 아래 자유롭다. 마치 ‘빅크런치’가 오고 난 후의 리셋 된 세상처럼. 요리와 미나토는 결국 행복에 희생양이 필요하지 않은 세상을 찾아낸 게 아닐까.

 

영화 속에 나온 마음을 울리는 대사들

“몇몇 사람들만 가질 수 있는 건 행복이라고 하지 않아.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걸 행복이라고 하는 거야”: 교장 선생님이 미나토에게 건넨 말이다.

“괴물은 누구게?”: 미나토와 요리가 우리에게 묻는다.

“말할 거야?”, “아니, 남이 알면 아깝잖아”: 요리의 질문과 미나토의 대답이다.

“우린 다시 태어난 걸까?”: 요리의 질문이다.

“빅크런치가 오고 있어!”: 미나토의 대사이다.

 

 

신서현 기자 mareavium@g.shingu.ac.kr

 
신구학보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올려 0 내려 0
유료기사 결제하기 무통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가장 많이 본 뉴스

보도 여론 사람 교양 문화

포토뉴스 더보기

현재접속자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