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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스며드는 존재-박서희 학우(미디어콘텐츠과 3)

등록일 2024년06월14일 09시00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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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묘 ‘뚜리’를 키우기 시작하면서 나의 생활은 크게 변화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그릇에 사료를 부어준다. 또 물그릇을 바꾸고, 화장실을 치우는 등 오직 나뿐이었던 일상에 뚜리가 소소하게 녹아들었다. 처음엔 침대 위에 뚜리가 누워 있는 게 어색해 보였다. 종종 침대 모퉁이에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잠든 뚜리가 신기해 넋을 놓은 채 보고 있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새로운 일상에 빠르게 적응했다. 말 그대로 이제는 나보다 뚜리를 먼저 챙기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면 ‘야옹’하고 울며 반겨주는 존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어준다.

 

이름을 부르면 귀를 쫑긋 세우고, 간식이라도 꺼내면 어디선가 종종거리며 달려와 발치에 앉는다. 자기 전이면 옆구리와 팔 사이에 누워 이불 속을 데우고, 이마를 맞댈 때면 촉촉한 코끝을 맞붙여 온다. 그리고 밥을 먹다 보면 어느새 옆에 앉아 고양이 특유의 ‘골골’ 소리를 낸다. 속상한 일이 생기면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가와 따뜻한 온기를 나눠주는 뚜리는 나에게 매우 소중한 존재다.

 

뚜리를 키우면서 색다른 경험도 많이 했다. 새벽에 큰 소리가 나서 깨보니 화분을 엎어 청소하기도 했고, 벌레를 잡다가 털에 붙어 기겁하기도 했다. 그 덕에 웬만한 사고에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되었다. 종종 간식을 주지 않았음에도 무언가 오물거리고 있을 때면 소름이 돋긴 하지만, 그런 사소한 소란조차도 나에겐 소중한 추억으로 기억된다. 그 소중함을 어떠한 단어로 명확히 설명할 순 없지만, 뚜리를 품에 안고 있으면 세상에 있는 모든 행복을 다 끌어안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나에게 있어서 뚜리라는 작은 존재가 당연해졌듯이 뚜리에게 있어서 나의 존재도 당연해졌으면 좋겠다. 비록 우리는 걷는 방식도, 말하는 언어도, 삶을 살아가는 시간도 다르지만, 서로의 일상에 스며든 것은 같다. 뚜리에게 있어서 내 옆에 몸을 말고 누우면 이마와 등을 쓸어오는 손길이 당연하듯이.

 
신구학보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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