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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에 남은 시간이 한 달뿐이라면-김다율 학우(원예디자인과 1)

등록일 2024년09월13일 09시00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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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에 남은 시간이 한 달뿐이라면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과 학업 등을 다 제쳐두고 나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보낼 것이다. 지금 당장 소중하다고 느끼는 사람들만을 챙길 수도 있겠지만, 한 달이라는 시간밖에 없다면 과거 나에게 소중했던 사람들도 정말 보고 싶을 거 같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에겐 최선을 다해 좋아한다 사랑한다고 표현할 것이고, 과거 소중했던 사람들에게는 나를 발전시켜줘서 고맙다고 표현할 것이다. 그냥 지나칠 수 있었던 일들을 바로잡아주고 엇나갔던 내가 정신을 차릴 수 있게 해줘서 너무나도 감사하다고 말할 것이다.

 

나는 내 곁에 남아준 사람들에게 조금의 피해도 주고 싶지 않기 때문에 내가 하고 있는 일과 해야 하는 일들을 내 힘으로 전부 정리하고 생을 마치고 싶다. 그 후 가족과 친구들, 남자친구를 만나 쌓고 싶던 추억을 다 쌓을 것이다. 사진과 영상을 정말 많이 남겨 내가 떠나도 이 사람들이 나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또한 알레르기로 인해 먹지 못했던 음식들을 전부 다 먹어볼 것이다. 알레르기 약도 먹지 않은 채 포도 주스를 한입에 다 마실 것이고 복숭아 털과 고양이들을 마구 만질 것이다. 한 달 중에 일주일은 나 혼자 시간을 보내며 지금까지 살아왔던 인생들을 되돌아볼 것이다. 여행 갔을 때 좋았던 곳들을 당일치기로 가서 사진을 많이 남겨올 것이며 작은 다이어리에 좋았던 순간들과 힘들었지만 이겨냈던 순간들을 차근히 다 적으며 내 인생을 깔끔히 정리해서 기록해둘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님에게 죄송했던 일들과 정말 감사했던 일들을 손글씨로 한 글자 한 글자씩 적어서 편지를 남길 것이다. 내가 상처를 줬던 사람들, 그리고 정말 고마웠던 사람들에게도 동일하게 편지를 써서 전달하고 싶다. 이런 생각을 갖게 된 계기는 2년 전, 고등학교 2학년 때 ‘이러다 정말 죽겠구나’ 싶을 정도로 많이 아팠는데 그 당시에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말과 미안하다는 말이 저절로 내 입에서 나오는 걸 알게 되었다. 나중에 후회하지 않게 마음껏 표현하며 생을 마무리하고 싶다.

 

내가 신체적인 아픔을 정말 싫어하는 걸 내 주변 사람들은 다 알기에 만약 내가 아파서 나에게 남은 시간이 한 달이라면 아픈 나를 위로하기보다는 내 옆에서 아니면 근처에서라도 있어 줬으면 좋겠다. 이기적이지만 말하지 않아도 내가 듣고 싶어하는 말을 해줬으면 좋겠다.

 

부모님은 내가 살짝만 다치거나 몸이 아프다고 하면 정말 걱정하시는데 하나뿐인 외동딸이 살 수 있는 기간이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는 소식을 들으면 얼마나 슬퍼하실지 짐작이 가기에 부모님 앞에서는 아픈 티, 힘든 티도 못 내고 눈물 한 방울 못 흘릴 것 같다. 내가 가장 감정적일 때는 부모님이 슬퍼하시거나 힘들어 하시는 상황인데 그 모습들을 보게 된다면 정말 세상이 무너질 것 같다.

 

‘이 모든 것들을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에 다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지만 잠을 자지 않고서라도 위에 썼던 것들을 전부 다 실천하고 지키고 싶은데 한 달이라는 시간은 너무 짧다. 고작 한 달 정도밖에 되지 않는 날들인데 슬퍼할 시간도, 기뻐할 시간도 없을 것 같다. 남은 30일 동안만큼은 쓸데없는 것에도 깔깔 웃을 것이고 좋은 기억들만 심고 생을 마감하고 싶다.

 
신구학보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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