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인사이드 아웃」을 보면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슬픔이, 버럭이 등과 같은 여러 감정들이 마치 하나의 인격체처럼 살아있으며 서로 자신들의 성질대로 버튼을 눌러 감정을 외부로 내보낸다. 그렇게 외부로 보내진 감정은 한 개인의 희로애락으로 표출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사람이 통제하기 힘든 것 같다. 감정이란 그만큼 다양하고 뜻대로 다루기 어렵다는 것을 표현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나도 내 감정을 마음대로 하기 어렵다. 지금도 그렇지만 전에는 더욱 어려웠다. 지난 인생에서 내 머릿속을 들여다보면 가장 힘이 셌던 감정은 버럭이와 까칠이, 슬픔이였던 것 같다. 어릴 때부터 다혈질에 화를 잘 다스리지 못해 걸핏하면 친구와 다퉜던 것이 기억난다. 어릴 땐 싸우면서 큰다는 말이 있듯이 또래와 싸울 때마다 그 자리에서 화해하고 풀었던 적이 많았지만 부모님과 다툰다는 것은 또 달랐다. 앞에선 핏대를 세우고 소리를 질러도 뒤를 돌아서면 매번 가슴 한편이 아렸다. 서로 감정이 격해져서 마음에 없는, 살을 에는 듯한 말을 내뱉은 적도 있었고 그로 인해 한동안 집안에서 불편한 기류가 흘렀던 적도 있다. ‘가족이니까’라는 표현이 가장 적절할 것이다. 가족이 아니었다면 그런 말을 내뱉고 다시는 서로 얼굴을 보지 않았을 것이다. 참 안타까운 일이지만 내 안의 버럭이는 유독 부모님 앞에만 서면 강해졌다. 그만큼 부모님이 내 마음을 몰라줄 때가 속상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매일 같이 싸우다가 어느 시점에서부터인지 싸우는 일이 확 줄어들었는데 아마 내가 성인이 된 이후였던 것 같다. 점점 부모님의 마음이 이해되기 시작했고 그 무게가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왜 그렇게 사소한 것 하나에, 말 한마디에 서로 싸웠는지 모르겠다. 부모님도 당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내가 미웠을 것이고 내 마음과는 정반대로 나오는 부모님의 말들에 나도 무척이나 서러웠다. 예전에는 어긋나던 감정들이 이제는 함께 웃고 떠들 수 있는 공감대로 많이 바뀌었다. 슬픔과 화가 아무리 많은 사람도 내면 그 깊숙한 어딘가에는 일말의 기쁨이 자리 잡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영화에서 가장 강한 감정이 기쁨이인 이유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