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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떠나는 여행 - IT미디어과 한정수 교수

등록일 2014년06월26일 00시00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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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미디어과 한정수 교수
주말이면 여행을 소재로 방송되는 ‘12이라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목적지를 향해 가는 과정을 각 멤버들의 개성과 적절한 상황을 통하여 보여줌으로써 여행의 재미와 그 속에서 맛볼 수 있는 인간의 본질을 느끼게 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물론 처음 기획했던 것처럼 국내의 여행지 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여행지를 재미있게 소개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다소 퇴색된 감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시청자에게 여행의 재미와 국내 여행지를 소개한다는 점에서 매우 성공한 프로그램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이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멤버들에게 새로운 여행지에 대한 호기심과 설렘, 그리고 여행지에서 겪은 수많은 인연들과의 소중한 경험은 쉽게 잊히지 않을 것이다. 여행은 이렇듯 우리에게 소중한 인연과 경험을 제공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된다.

여러분들이 기억하는 여행은 어떤 것이 있는가? 내가 기억나는 여행은 대학에 입학하여 처음 맞이하는 여름방학의 나 홀로 여행이다. 대학이라는 관문을 어렵게(?) 통과한 나는 어떤 것이 진정한 청춘을 보내는 방법인지 잘 몰랐다. 하지만 인생은 한 번 뿐이기에 더없이 소중하게 보내야겠다는 생각만큼은 확실했던 것 같다. 그래서 대학 신입생의 괜찮은 청춘나기 방법으로 나 홀로 여행을 선택하게 되었다

물론 부모님 품에서만 자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혼자서 여행을 떠나본 적도 없었는데, 갓 대학생이 된 나에게 나 홀로 여행은 힘든 결정이었다. 비록 국내여행이었지만 혼자서 낯선 곳을 돌아다니며 생전 처음 보는 이들과 함께 하는 설렘과 두려움은 매우 컸다. 서울을 출발하여 원주로, 다시 남쪽으로 이동하여 대구, 그리고 부산으로 이어지는 코스. 지금 생각해도 매우 용감한 여행을 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 때의 나 홀로 여행은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주었다. 대구 팔공산 자락에서 지인과 텐트를 치고 새벽까지 설전을 펼쳤던 기억,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 모래사장에서 친구와 담소를 나누었던 기억, 오고 가는 기차에서 나의 행적을 궁금해 하시던 아저씨, 그리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어르신들. 모두 잊을 수 없는 기억들이다.

물론 힘들 때도 있었다. 대구에서 10kg이 넘는 짐을 메고 지인을 찾아 반나절을 걷던 시간, 부산의 험악한 아저씨들과 대치했던 순간, 여행 지출계획을 잘못 세워서 부족한 돈을 메울 방법을 고민하던 시간들. 하지만 돌이켜보면 모두 추억이다. 그런 경험이 있었기에 갑작스러운 상황에도 유연하게 대처하게 되고, 더불어 대담함이나 뻔뻔함도 생겼던 것 같다

접하지 못했던 환경에 대한 두려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 등 현재의 우리는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고민들을 안고 산다. 또한 주위에서 발생하고 난무하는 수많은 정보들 속에서 자칫 우리들은 중심을 잃고 표류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중심을 잡지 못한 주체는 대중의 흐름에 표류할 수밖에 없고, 표류하는 순간 나의 주체는 상실되게 된다

따라서 나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중심을 잡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과 담대함을 기르기 위해서는,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많은 시간과 새로운 환경에 부딪혀 헤쳐 나갈 수 있는 상황 판단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를 충족할 수 있는 좋은 방법 중의 하나가 바로 나 홀로 여행이 아닐까 생각한다.

2014년도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이 여름방학에 대학생인 여러분들의 청춘나기 방법은 무엇인가?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기 위한 아르바이트? 취업을 위한 자격증 공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나 홀로 여행을 강력히 추천한다. 물론 친구와 떠나면 친구 사이가 돈독해질 수도 있겠지만, 혼자 떠나더라도 여행 중에 만난 많은 사람이 친구가 될 수 있다. 더욱이 여행 중에 생긴 경험과 인연은 더욱 소중할 것이며, 더불어 나만의 생각과 진로를 정리할 수 있는 특별한 나를 찾는 여행이 될 것이다

지금도 계속 흘러가고 있는 이 시간은 커리어나 스펙을 쌓기에도 부족한 시간일지 모른다. 그러나 20대는 청춘이다. 현재와 길게 늘어질 막연한 미래를 표류하듯이 살아가는 것보다 나의 중심을 잡고 불확실한 미래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며 다양한 가능성에 도전해보는 것이 더 진지하게 청춘을 대하는 자세가 아닐까

이제 막 시작된 여름방학. 나 자신과 다가올 나의 미래를 위해 힘들지만 보람찬 나 홀로 여행을 떠나 보자.

신구학보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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