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과 강병삼 교수
최근 모대기업 회장이 심장에 이상 증상이 발생해 응급처치 후 심장 시술을 받았다고 언론에 크게 보도되었다. 언론에 따라 차이는 있었지만 의학전문기자가 작성한 기사에는 회장이 받은 시술에 대해 자세히 소개된 곳도 있었다. 그 환자에게 시행된 시술은 심장혈관이 좁아져 혈액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좁아진 혈관에 볼펜 스프링 같은 모양의 기구인 스텐트를 삽입하는 시술이었으며 이러한 혈관 내 치료를 통칭하여 인터벤션 시술이라 한다.
인터벤션이란 외과적 수술을 대신하여 최소 침습적(invasive)인 방법으로 혈관을 통해 치료를 시행하는 방법으로 최근 영상의학분야에서 급격히 시술이 증가하고 있다. 만약 심장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혀서 급성심근경색증이 발생할 경우 인터벤션 시술이 아니면 흉부외과에서 개흉술을 시행하여 심장혈관에 우회하는 혈관을 문합하는 수술(CABG)을 시행하여야 한다. 2008년에 방영된 “뉴하트”에서는 심장의 외과적 수술과 혈관 내 치료에 대한 내용이 소재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인터벤션은 진단과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다. 감기환자를 진료할 때 청진기로 호흡을 청진하는 진단과정이 있어야 적절한 치료를 시행할 수 있는데, 영상의학에서는 혈관조영술이 이러한 진단과정에 해당한다. 혈관조영술은 방사선을 이용하여 혈관질환을 진단하는 검사법이다. 방사선은 몸의 단단한 부분(예: 골조직)은 잘 투과하지 못하여 단순 방사선 촬영에서 부드러운 부분은 검게, 골조직은 하얗게 보이게 된다. 몸에 방사선이 투과되지 않는 물질을 넣으면 방사선 투시 하에 눈에 보이게 되므로, 혈액과 섞일 수 있는 주사액(조영제)으로 만들어 혈관 안에 주입하면 조영제는 혈관을 따라 동맥, 모세혈관, 정맥 순으로 몸을 순환하게 된다. 순환하던 조영제는 콩팥에서 걸러져 소변으로 배출되며, 그 동안 우리 몸을 방사선으로 투시하면 그 과정이 모니터에 보이고, 조영제는 혈관을 타고 흐르니 혈관의 모양과 분포를 알 수 있다.
혈관조영술은 사타구니나 팔꿈치 안쪽에서 만져지는 굵은 혈관 위의 피부를 국소마취한 후 3-5mm 정도 절개하고 주사바늘을 넣는다. 절개한 피부 아래 혈관을 뚫고 주사바늘을 이용하여 가는 관을 혈관 안에 넣은 다음, 그 관을 질환이 예측되는 부위와 가까운 혈관까지 위치한 후에 조영제를 주입하면서 방사선을 조사하면, 질환이 있는 혈관이 보이고 1초에 몇 장씩 찍을 수 있는 촬영기법이 더해져 조영제의 움직임을 동영상처럼 남길 수도 있다. 혈관조영술로 다음과 같은 혈관 질환을 진단하기도 하고 질환을 치료하기도 한다.
• 심장혈관이나 뇌혈관, 다리혈관 등이 심하게 좁아진 경우: 이런 질환이 의심될 때 혈관조영술로 좁아진 혈관과 좁아진 정도, 혈관의 모양, 인접한 혈관과의 관계를 알 수 있으며 풍선이나 그물망(스텐트)을 이용해 좁아진 혈관을 넓혀주는 치료를 시행한다.
• 혈관이 터져서 출혈이 지속되는 경우: 혈관조영술로 출혈되는 혈관을 찾아 코일과 같은 기구를 관을 통해 넣어 혈관을 막아 출혈을 멈추게도 한다.
• 동맥류의 경우: 관을 통해 코일이나 그물망으로 부푼 혈관부위를 채워 메움으로써 더 이상 피가 들어갈 수 없는 공간을 만들어 출혈을 막는 방법으로 치료한다.
• 수술적 치료가 불가능한 간암의 경우: 암에 혈류를 공급하는 혈관에 관을 넣어서 직접 항암제를 주사하고 혈류를 차단해서 암을 없애거나 성장을 막는 치료도 널리 시행되고 있다.
• 동정맥 기형의 경우: 관을 동정맥 기형의 원인이 되는 동맥의 말단부위까지 넣어서 아교와 같은 색전 물질을 흘려 그 연결 통로를 막는 치료를 한다.
이 밖에도 다양한 상황에서 혈관조영술이나 이를 이용한 혈관 내 치료가 심장혈관의 경우에는 순환기내과에서, 다른 경우에는 영상의학과 인터벤션분과와 신경중재치료분과에서 활발히 시행되고 있다. 혈관 내 치료의 발달은 이전에는 몸의 일부를 전신마취하고 절개해야 하는 수술에 의해서만 가능했던 질환들을 혈관에 단지 몇 mm의 작은 구멍을 내어 아무 고통 없이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