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나에게 유난히 몸이 먼저 말을 걸어오던 해였다. 사진영상미디어과 1학년으로 학교에 입학하며, 나는 스스로를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라고 다잡았다. 촬영 계획을 세우고, 카메라를 들고, 결과물을 상상하는 과정은 늘 설렜다. 그런데 마음과 달리 몸은 자주 나를 멈춰 세웠다. 감기는 좀처럼 나를 놓아주지 않았고, 위염으로 아무것도 먹지 못해 힘든 날도 많았다. 하고 싶은 건 많은데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는 사실이 생각보다 크게 다가왔다. 그럼에도 나는 멈추고 싶지 않았다. 촬영이 있는 날이면 약을 챙겨 먹고 학교로 향했고, 몸이 좋지 않은 날에는 촬영 계획을 다시 짜며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냈다. 카메라를 들지 못하는 날에는 사진을 보고, 영상을 분석하며 시간을 버텼다. 쉬는 것도 필요했지만, 완전히 내려놓는 건 더 두려웠다. 이 시간을 넘기지 못하면, 나 자신에게 실망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올해 나에게 가장 큰 변화를 준 순간은, 몸이 아픈 날 침대에 누워 아무것도 하지 못하던 어느 오후였다. 그날 나는 처음으로 ‘지금은 잘 못해도 괜찮다’는 생각을 했다. 열심히 사는 사람은 늘 강해야 한다고 믿어왔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걸 그때 알았다. 잘 버틴다는 건 무조건 참아내는 게 아니라, 나의 상태를 인정하고 속도를 조절하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로 나는 조금 달라졌다. 이전처럼 무작정 버티기보다는, 내 몸과 마음을 함께 살피게 됐다. 촬영 하나를 해도 더 오래 고민하고, 덜 무리하는 방향을 선택했다. 결과물은 느리게 나왔지만, 그만큼 나에게 남는 것도 많아졌다. 사진과 영상이 단순한 과제가 아니라, 내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드러내는 기록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올해는 분명 쉽지 않은 해였다. 하지만 그만큼 나를 단단하게 만든 시간이었다. 아프면서도 포기하지 않았고, 흔들리면서도 다시 중심을 잡았다. 아직도 완벽하지는 않지만, 잘 버텨왔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이 경험은 앞으로의 나를 조금 더 믿게 만드는 힘이 될 것 같다. 마지막으로, 올해의 나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흔들리면서도 끝내 자리를 지켜냈구나.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으니, 지금처럼만 천천히 가면 돼. 그동안 정말 잘 버텼고, 그 자체로 충분히 잘 해냈어. 고마워 채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