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을사년(乙巳年), 우리는 열강의 침탈 속에서 민심의 이반과 정치적 혼란을 극복하지 못한 채 주권을 상실했다. 영일동맹과 러일전쟁에 의한 동아시아 질서의 재편 속에 세계 질서와 산업 구조 변화에 대한 준비 부족이 그 원인이었다. 인재를 기르지 못하고, 산업을 선도하지 못한 국가는 결국 자립의 기반을 잃는다. 그 냉혹한 현실을 역사에 남겼고 준비되지 않은 공동체가 맞이하는 결과는 언제나 닮아 있다.
2025년의 끝자락에 선 지금, 우리는 다시 한번 그 전환점 앞에 서 있다. 학령인구 감소라는 구조적 위기는 모든 대학의 존립 자체를 묻고 있으며, 인구 절벽에 취약한 대학일수록 그 질문은 더욱 심각하다. 다가오는 병오년(丙午年)은 그 기억을 되풀이하는 시간이 아니라, 결단과 도약을 시작하는 원년이 되어야 한다. 우리가 추진하는 「신구비전 2050」은 바로 이 시대적 요구에 대한 응답이며, 미래 25년을 향한 전략적 선언이다.
개교 이래 성남을 중심으로 국가와 사회에 봉사하는 실용교육을 실천해 왔다. 성남은 1970년대 기계·금속·섬유·전자 등 제조업과 건설·서비스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이후, 2000년대 들어 첨단 IT, 의료 서비스, 바이오, 물류 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탈바꿈했다. 신구대학교는 이 변화의 과정 속에서 지역 산업과 호흡하며 실무형 직업전문가를 양성해 왔다. 이제 신구비전 2050은 이러한 성과 위에서 다음 25년을 체계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첫째, 지역산업과 연계된 교육 고도화가 필요하다. 성남을 중심으로 한 IT·의료·바이오·물류 산업은 갈수록 정교한 융합형 전문인력을 요구하고 있다. 기존 학과와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여 산업 맞춤형·현장 중심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실습, 취업, 산업 협력이 단절되지 않는 교육 구조를 정착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둘째,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고령화, 소득 격차, 건강과 안전 문제는 모든 지역이 직면한 현실이다. 보건·복지·식품·IT 분야에서 지역 문제 해결형 교육을 강화하여 단순히 일자리를 찾는 인재가 아니라 지역을 지키고 지속시키는 인재를 길러야 한다.
셋째, 수도권 교육허브의 위상을 확립해야 한다. 성남을 중심으로 광주, 남양주, 용인, 서울의 핵심권은 하나의 생활·기반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 권역을 아우르는 인재 유입과 교육 협력의 중심축으로 그 역할을 명확히 해야 한다.
넷째, 지속가능한 대학 운영 혁신 전략이다. 미래 대학은 규모가 아니라 역할로 평가받는다. 교육과정 혁신, 교수 역할의 재정립, 지역사회와의 파트너십 강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대학이 지역 사회에 기여한다는 기준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병오년에 시작되는 앞으로의 25년은 인공지능과 기술 전환 속에서 지역의 미래를 좌우하는 결정적 시간이다. 100년 전 을사년의 교훈은 분명하다. 준비되지 못한 공동체는 선택권을 잃고 자립할 수 없다. 신구비전 2050은 위기를 넘기기 위한 임시방편이 아니라, 시대적 요구에 응답하며 지역과 함께 미래를 설계하는 약속이다. 지금의 결단이 25년 후 우리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