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도 어느덧 첫눈이 내리고, 날씨는 점점 추워져만 간다. 그래서 이번 12월에는 추워진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기 위해 매년 이맘때 열리는 ‘2012 서울 사진축제’에 다녀왔다. 매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렸던 서울사진축제가 올해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서울시립미술관말고도 새롭게 지어진 ‘서울시청사’ 그리고 ‘서울 역사박물관’까지 다양한 곳에서 서울 사진축제가 열리고 있다.
서울시청사에서 열리고 있는 사진전은 2012 서울 사진 축제의 특별전으로 ‘기억의 터’라는 제목으로 열리고 있다. 이 ‘기억의 터’는 관람객들에게 서울은 어떻게 기억되며 어떤 의미가 담긴 공간일까? 라는 물음을 던진다. 전시는 첫사랑의 기억을 간직한 장소, 친구들과의 추억이 깃든 장소, 가족과의 행복한 한 때를 보낸 장소들을 그리고 있다. 여기 있는 사진들은 ‘네이버 포토갤러리 출사미션’을 통해 촬영/수집한 시민들의 추억의 장소와 그에 얽힌 사연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에게 서울은 개인의 특별한 기억과 개인의 역사가 담긴 공간으로 새롭게 의미화 된다. 이번 특별전의 두 번째 주제인 ‘기억이 많은 아이’는 시민 워크숍의 일환으로 진행된 ‘어린이 사진 캠프-기억이 많은 아이’의 결과물로 구성한 특별전이다. 서울 시내 초등학교 11개, 지역아동센터 1개, 대안학교 1개 등 총 13개 기관의 참가 학생 200여 명은 자신과 가족의 기억을 사진 앨범을 통해 정리하고, 자신이 몸담고 있는 학교의 역사를 ‘기억공책’의 형태로 꾸며져 있다. 특별전은 시민들의 참여로 이루어진 전시여서 보는 이에게 잠시나마 옛 추억에 잠기게 해준다.
서울시립미술관을 가는 길에 우연하게 덕수궁 앞에서 수문장교대식을 볼 수 있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매 정시 마다 교대식이 이루어지니 놓치지 않고 한번쯤 보고 가는 것도 좋다. 교대식을 다보고 나서 낙엽이 수북이 쌓인 덕수궁 돌담길을 지나 발걸음을 옮겨 서울시립미술관에 도착했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본전시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본 전시는 1부 ‘기억이 많은 도시: 삶의 터전과 기억의 고고학’과 2부 ‘기억의 재구성: 그때, 거기에 있었습니까?’로 구성돼있다. 1부에서는 연령별, 직업별, 성별 등 다양한 계층을 이루고 있는 시민들의 서울에 대한 기억을 사진과 구술을 통해 복원하여 개인사, 지역사, 마을사를 새로 구축하고, 마을공동체 형성을 위한 공감의 자리를 마련하고 서울의 도시 경관과 지역성을 주제로 다루어온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서울의 기억을 구성한다.
제2전시는 근현대사에서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 일어난 해에 촬영된 일반 시민들의 기념사진이나 기록 사진을 ‘네이버 포토갤러리’를 통해 수집하고, 수집된 사진들을 연표로 구성하여, 특정 사건이 일어난 해의 다양한 삶의 파편들을 보여 주고 있다. 전시가 이렇게 두 개의 주제로 나누어져 있지만, 한 장 한 장 사진을 보다보면 옛 향수에 취해 나뉘어져있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 이번 전시는 사진으로만 전시되어있는 것이 아니라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물건과 소품들도 전시되어있다. 이번 전시는 관람료 무료로 12월 30일까지 진행되는데, 전시뿐만 아니라 다양한 워크샵, 강좌들도 무료로 진행되고 있어 주변 친구들과 또는 가족들과 함께해도 좋은 추억을 남길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박찬일 기자 news_@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