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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예절의 습득과 실천 - 항공서비스과 문희정 교수

등록일 2014년09월02일 00시00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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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정 교수(항공서비스과)
몇 년 전 다른 대학에서 취업관련 특강을 진행하던 때의 일이다. 설명이 끝나갈 무렵 앞쪽에서 열심히 필기를 하며 듣던 남학생 한 명이 꽤 진지한 얼굴로 손을 들었다.

, 교수님, 물어볼 게 있는데요.”

아이고.... 물어보면 제가 아픈데요.”

나의 뼈 있는 농담을 알아차린 여학생 몇 명이 키득거렸고, 나머지 학생들은 그런 유치한 농담은 재미없다는 듯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는 존대어도 제대로 구사할 줄 모르는 대학생을 스물다섯 살의 성인으로 존중한 나의 부드러운 일침이었다. 4학년 취업준비생과의 대화라니 참으로 씁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웃어른에게 질문을 할 때는 여쭙다라고 표현한다는 것은 이미 초등학교 이전에 배웠을 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생활에서 예의를 갖춰 말할 줄 모르는 대다수의 학생들은 취업을 통해 사회인이 되어서도 부장님, 과장님을 한 번 물어 보겠다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강의실에서 빈자리를 가리키며 여기 누가 있느냐고 물으면 ○○선배님이신데, 잠깐 화장실 가셨어요한다. 아마 ○○선배님이란 분은 필자보다 훨씬 연배가 높으신 분임에 틀림없을 게다. 듣고 있는 필자 앞에서도 극존대를 하니 말이다. 듣는 이의 입장에선 눈살을 찌푸릴 일이다. 이런 경우 주체(선배)가 화자(후배)보다 서열이 높다 하더라도 청자(교수)가 서열이 최상위인 점을 고려해 ○○선배인데, 잠깐 화장실 갔습니다라고 해야 맞는 표현이다. 적지 않은 학생들이 연구실에서 상담을 한 뒤 나갈 때에도 수고하세요라며 필자에게 고생 좀 하라 한다. 이는 윗사람에게는 적절한 인사가 아니다.

비단 언어 예절뿐이겠는가. 수업 중에 태연히 입실해 아무 일 없다는 듯 당당하게 앉기도 한다. 지각을 하면 가벼운 목례를 통해 만남에 대한 인사와 수업 방해에 대한 사과를 겸하고 착석하는 것이 예의임을 모른다. 아니 모르는 척 한다. 캠퍼스 내 흡연도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야 한다. 비록 흡연구역이라 하더라도 교수님 등 웃어른이 지나가실 경우, 급히 끄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뒤돌아서 피우는 시늉 정도는 해야함을 일일이 말해줘야 하는 게 대학 생활 지도의 안타까운 현실인 것이다.

더 나아가 사회생활에 필요한 포괄적인 기본준비도 부족한 실정이다. 학부모 간담회 등으로 부모님과 교수님이 상견례를 해도 중간에서 양자를 소개하는 방법을 모른다. “엄마, 교수님이야가 전부인 경우가 많다. 이러한 기본 매너는 대인관계의 폭이 넓고 서열을 중시하는 직장사회생활에서 반드시 갖추어야 할 필살기인 것이다.

고로 기본예절에 대한 습득과 실천이 절실하다. 이 정도는 알겠지 하며 믿고 사회로 내보내는 현장실습생과 취업생의 기본기는 기대수준에 못 미칠 때가 많다. 때로는 몰라서, 때로는 알면서도 지키지 않는 예의가 가정과 학교의 예절교육 부재를 회자되게 만들곤 한다.

돌이켜보면 필자도 학교에서 배워야 할 것을 뒤늦게 사회생활을 통해 익히기도 했다. 항공사에서 신입으로 근무하던 시절, 한 번은 팀장님께 호되게 꾸중을 들었던 일이 있다. 기억은 나지 않지만 팀장님과 전화 통화 후 필자가 먼저 끊었던 모양이다. 이튿날 출근해서 기본을 모른다며 처음부터 다시 배우라는 꾸지람을 들어야 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필자는 먼저 끊었는지 아닌지조차 기억하지 못 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의식적으로 행동하지 않았단 얘기다. 즉 우리는 몰라서가 아니라 무심코 예의에 벗어난 언행을 하는 경우가 많다. 굳이 예절을 지키지 않아도 별다른 페널티가 없다는 것은 실천력을 떨어뜨리는 중요한 요인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예절은 필요로 할 때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일반적인 언행은 상당 기간에 걸친 체화(體化)의 산물이다. 즉 사소한 일상에서 반복되는 실천만이 비로소 체화되어 예의범절이 자연스레 묻어나는 것이다.

혹시 수업 시간에 껌을 씹진 않는지, 다리를 꼰 채 등을 기대고 있진 않은지 스스로를 점검해 보도록 하자. 수업 시간의 바른 자세, 교내에서의 인사, 승강기 승·하차 매너 등 사소한 학교생활 예절부터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대학교에서 2013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High 5 program에는 '교양과 매너'를 주제로 하는 다양한 교과내용이 준비되어 있다. 신입생을 위한 기본매너대학생의 이미지’, 사회구성원으로서 숙지해야 하는 공공매너전통예절’, 그리고 예비 직장인의 기본 소양을 배양하는 의사소통 매너직장매너’, 마지막으로 취업 준비과정으로서 글로벌 매너’, ‘메이크업과 코디네이션’, 그리고 면접매너가 그것이다.

평소 기본예절 교육과정을 대학의 교양필수 과목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필자에게는 크게 환영할 만한 일이었다. 혹자는 이러한 예의범절 및 기본예절은 고등교육기관에서 다룰 내용이 아니라고 치부해 버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학교육의 또 다른 수요자인 사회와 기업에서는 이러한 기본기를 절실히 요구하고 있으며, 학생 또한 예비 사회인으로서 이를 간과해서는 기본 소양을 갖춘 전문직업인으로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다.

기본예절에 대한 습득과 실천을 결언으로 당부하며, 부디 신구인들은 기본기가 다부진 예비 사회인이 되길 바라본다.


신구학보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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