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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의 명예회복을 위해 집필한 「한중록」

등록일 2015년04월14일 00시00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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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록/혜경궁 홍 씨/문학동네
아바님, 아바님, 잘못하였으니, 이제는 하랍시는 대로 하고 글도 읽고 말씀도 다 들을 것이니 이리마소서

한중록(閑中錄)의 내용 중 사도세자(思悼世子, 1735~1762)가 뒤주에 갇혀 죽기 전 부왕 영조에게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장면이다. 조선 22대 임금인 정조의 어머니이자, 사도세자의 빈인 혜경궁 홍 씨가 쓴 한중록계축일기(癸丑日記)인현왕후전(仁顯王后傳)과 더불어 조선의 3대 궁중소설 중 하나로 유일하게 작가가 알려진 것이다.

한중록은 총 4편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1편은 혜경궁 홍 씨가 회갑을 맞이해 그녀 자신의 일대기를 쓴 글이고 나머지 3편은 순조에게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보이는 글이다. 혜경궁 홍 씨의 입궐, 사도세자와 영조의 갈등, 임오화변(壬午禍變-사도세자가 부왕 영조에 의해 뒤주에 갇혀 죽은 사건)과 정조의 사도세자의 추숭(追崇)에 관한 내용을 다루며 이러한 역사적 사건들을 둘러싼 정치적 논쟁과 갈등이 작가의 시선을 통해 잘 드러나 있다.

한중록은 조선시대 여성들이 사용한 고전문체 중 하나인 내간체가 사용된 한글수필로, 대궐의 사람이 썼음에도 불구하고 근엄한 느낌보다는 섬세한 세련미가 돋보인다. 또 인물 간의 대화에서 합쇼체하오체등 현대국어에서 잘 쓰이지 않는 구어체의 느낌이 확고하게 드러나 고전문학의 진미를 맛볼 수 있다.

조선왕조실록이나 야사에도 세세하게 드러나지 않은 여성의 생활관을 비롯한 대궐의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보인 것도 한중록의 특징이다. 혜경궁 홍 씨는 한중록을 집필하면서 자신의 가치관과 심정을 드러냈다. 후에 한중록이 편집되어 민간에 퍼졌을 때 충격이었을 것이다. 당시 여성의 행동이 제약을 받던 유교 사회에서 임금의 어머니가 자신의 심정을 드러내는 것은 이례적이었기 때문이다.

흔히 혜경궁 홍 씨가 사도세자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한중록을 쓴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더 큰 이유는 친정의 명예회복을 위함이었다. 그녀는 당시 임오화변을 둘러싼 정치적 싸움에서 패배해 역적으로 몰려 몰락해 버린 자신의 친정의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해서한중록을 집필했고 당시 임금이나 그녀의 손자인 순조로 하여금 자신의 친정은 무관하다는 점을 부각시켜 명예 회복을 요구하는 탄원을 대변하는 내용을 내포시켰다. 이 과정에서 그녀의 친정과 친정에 우호적이었던 노론(老論)과 관련된 부분이 미화되어 세간의 부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이 점을 제외하면 당대에 있던 주요사건들이 대부분 일치한다는 점과 인물 간의 대화를 정확하게 묘사한 점을 보면 충분히 역사적 사료로서 가치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한중록에서는 아들인 정조를 걱정하는 혜경궁 홍 씨의 모성애를 느낄 수 있다. 권력과 다툼이 난무하는 대궐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헌신하고 걱정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담겨 있다.



한희수 기자 hhs802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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