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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道)을 찾아 떠나는 여행 - 세무회계과 이기호 교수

등록일 2015년04월14일 00시00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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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호 교수(세무회계과)

나는 오래전부터 미국 몬타나주를 가고 싶었다. 영화에서 본 그곳의 자연과 사람들이 매우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드디어 작년 여름 기회가 왔다. 그런데 한국인들이 잘 가지 않는 곳이라 여행 정보가 거의 없었고, 하루 평균 400km를 운전해야 하는 쉽지 않은 길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여정에 대한 호기심이 나를 이끌었다. 나는 캐나다 밴쿠버 섬에서 시작하여, 콜로라도 주의 덴버까지 이어지는 4,000km가 넘는 긴 길을 달렸다. 운전하다 힘들면 쉬고, 저녁에는 다음 날의 일정을 계획했다. 가는 길에 글레이셔(Glacier)와 엘로우 스톤과 같은 국립공원을 4개나 방문했다. 그 아름답고 신비로운 대자연 앞에서 나는 미미한 나 자신의 모습과 그것들과 함께 존재하는 나만의 생명의 신비를 느꼈다. ‘흐르는 강물처럼이란 영화의 배경이 된 미졸라를 방문한 일도 기억에 남는다. 개척자들의 삶의 중심이었던 그곳 교회 앞에서 한참이나 서있었다.

사실 나는 여행을 즐기지 않는다. 어려서부터 나는 변화가 두려웠다. 익숙하지 않는 일을 시작하는 것도 어려웠다. 늦둥이로 태어난 나는 중학교 때까지 일체의 외박이 금지되었다. 그런 까닭에 여행의 즐거움을 경험할 기회가 없었고, 특히 해외여행은 나의 관심 밖이었다. 그런데 20041월 호주 멜버른으로 학생들을 인솔하라는 학교의 요청이 있었고, 의무감으로 나는 첫 번째 해외여행을 떠났다. 나만 가도 부담되는 여행을 20명이나 되는 학생을 인솔하려니 마음이 무거웠다. 그래도 멜버른의 스윈번 대학교(Swinbourn University)에서 열심히 생활했다. 학생들과 함께 돌아다니고,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하지만 서툰 영어와 낯선 환경이 늘 집을 생각나게 했고, 저녁에 홈스테이로 돌아오면 귀국할 날만을 기다렸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고 집에 돌아와서 여행을 정리하면서 나는 새로운 깨달음과 기쁨이 있었다. 마치 강에서만 놀던 고기가 바다로 나간 느낌이었다. 그때 난 나의 그런 느낌을 여러 가지 형태로 학생들과 나눴다.

그렇게 시작된 해외여행은 연구 학기로 이어졌다. 2006년 가을 학기에 미국 버지니아 주립대학교(VCU;Virginia Commonwealth University)에서 방문교수로 초청장을 받았다. 대학이 위치한 리치몬드는 남북전쟁 당시 남군의 수도로 인구 100만 정도의 아름다운 곳이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서 차로 2시간 정도면 충분히 갈 수 있고, 초대 대통령 워싱톤의 고향이기도 하다. 외국에 유학한 적이 없는 나는 미국 교수들의 강의에 관심이 있었다. 그래서 교수들에게 부탁하여 한 달씩 혹은 며칠씩 청강을 하였다. 또 그곳에 거주하는 한국인들과 나처럼 방문교수로 와있는 이집트 교수와도 친분을 맺었다. 그렇게 생활하다 돌아오는 길에 나는 미국 횡단을 결심했다. 미국에 있는 친구도, 가족들도 반대했지만 놓치고 싶지 않은 기회였다. 가족들의 의견을 모아 대서양이 가까운 리치몬드에서 태평양에 인접한 샌프란시스코까지의 길을 떠났다. 주로 Route 66(사진)과 교차하는 근처의 고속도로를 달렸다. 66번 길은 미국이 서부를 개척할 때 가난한 농민들이 목숨을 걸고 지나던 길이다.

그때 나는 지구 둘레의 10분의 1이 넘는 길을 달렸다. 그 여행의 끝인 태평양 바다 앞에서 기쁨과 뿌듯함의 함성을 질렀다. 더불어 Route 66지나던 개척민들의 두려움과 기대를 생각한다. 이미 다 만들어진 길을 달린 나의 기쁨도 그리 큰데, 당시 미국의 가난한 농부들이 자신의 땅을 얻고 느꼈을 기쁨은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더불어 나는 20여만년 전에 출현했던 우리 조상들이 가던 길도 상상해 본다. 인류학자들에 따르면 초기 인류는 아주 적은 수만이 지구상에서 존재하였고, 자연 재앙 등으로 만 명 정도만 남을 때도 있었다고 한다. 그처럼 소수의 사람이 살 때에 집을 떠나 길을 찾아가는 것은 매우 두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언제 맹수를 만날지, 산림 속에서 길을 잃어 굶어 죽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먹을 것과 사냥감을 쫓아 길을 떠났고, 그렇게 퍼져나간 인류는 오늘날 전 지구를 지배하게 되었다. 이렇게 길은 위험과 두려움으로 시작되지만, 인류에게 생명의 환희를 가져다주었다.

우리의 삶은 길처럼 불확실성과 변화와 새로움의 연속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천 년전 예수는 자신을 길이라고 말했고, 그보다 몇 백 년 앞서서 노자는 길[]에 대한 지혜를 이야기했을 것이다. 한편, 오늘날 우리는 앞날을 예측하기 어려운 급변하는 세계를 살고 있고, 지구촌이란 한 울타리 안에서 그 복잡성을 더해가고 있다. 이제 외국인과 외국 문화에 대한 이해는 학생들의 행복한 삶을 위한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그래서 우리 대학교는 학생들에게 많은 해외여행의 기회를 제공한다. 하지만 많은 학생들이 해외여행에 대해 주저하고 있다. 아마도 익숙함에서 벗어나는 두려움 때문이리라. 먼저 그런 두려움이 내게 있음을 인정하자. 그럴 때만이 그것을 해결할 방법이 생긴다. 그리고 덜 부담스러운 해외 연수 프로그램부터 참여해보자. 그것을 통해 길을 떠나고, 가능성의 길[]과 행복의 길[]과 생명의 길[]을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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