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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프라이즈 스승의 날 - 문영호 학우(관광영어과 2)

등록일 2015년05월27일 00시00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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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때의 스승의 날 레퍼토리는 항상 똑같다. ‘칠판에 이것저것 그림과 글을 지저분하게 써놓기’,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오시면 스승의 은혜 노래 불러드리기’, ‘롤링페이퍼 작성해서 드리기’, ‘케이크 드리기... 하지만 작년, 2014년의 스승의 날은 적어도 내 고등학교 시절 담임 선생님께만큼은 어느 정도 의미 있고 색다른 스승의 날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사실 우리의 계획은 이러했다. “교무실에 들러서 꽃 드리고 인사나 하고 PC방 가서 게임이나 하자라는 의견에 모두 끄덕했고, 그렇게 우리는 교무실로 향했다. 그런데 졸업한지 4년이 지나면서 교무실과 실습실 그리고 선생님의 자리, 위치가 약간 바뀌어 있었다. 우리는 조금 당황했지만 곧바로 다른 선생님들께 인사를 드리면서 담임선생님의 자리 및 담당하시는 반을 여쭤 보았다. 그렇게 선생님 자리로 향했다.

점심시간임을 간과한 우리는 뒤통수를 맞은 듯이 머릿속이 띵하고 어지러워졌다. 선생님이 자리에 계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괜히 급식실 갔다가 엇갈리면 어쩌지...?’라는 생각도 잠시, 담임을 맡고 계시는 반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고 친구들이 있는 곳을 바라봤다. 녀석들 역시 나와 같은 생각인지 서로를 힐끗 보더니 한 녀석이 말을 꺼냈다.

교실 가볼까?”
그치?”, “”, “그래

이런저런 대화가 오가고 우리는 얘기한대로 교실을 향해 움직였다. 점심시간이었지만 다행히 빠르게 먹고 온 건지, 밥을 안 먹은 건지 학생이 몇 명 있었다. 이들에게 선생님은 어디 계시냐고 물으니 모른다는 대답뿐이었다. 그런데 그 때, 반장으로 보이는 한 아이가 한 줄기 빛 같은 말을 건네어 왔다.

저희 다음 시간이 OO 선생님 시간이에요! 정보통신실에서 실습해요!”

하늘이 돕는구나, 교실에 와보길 잘했다!’라고 생각하면서 아이들을 따라 실습실로 향했다. 실습실에 가보니 이 녀석들도 스승의 날이라고 나름 준비중이었다. 처음에 언급했던 그 레퍼토리 그대로였다. 칠판에 뭔가 그리고 있는 아이들, 이곳저곳 풍선을 붙이고 있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을 보며, ‘우리도 저랬었지...’하며 추억에 잠겨있던 바로 그 때 교실로 가자고 먼저 말을 꺼냈던 녀석이 이번에도 먼저 말을 꺼냈다.

야 우리 숨을래?”

대답은 역시 그치?”, “”, “그래”. 그렇게 우리는 실습실 창고, 케이블 무더기 안, 학생 책상 밑 등 이곳저곳 각자 숨었다. 그리고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선생님이 들어오시자 아이들은 스승의 은혜를 부르며, 자기들이 열심히 준비한 선물을 드렸다. 선생님은 짜식들, 또 뻔한 거 준비했네, 허허하는 표정을 지으셨고, 그 표정을 본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노래의 박자에 맞춰 천천히 걸어 나갔다. 그 순간의 선생님이 지으신 표정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세상에서 가장 놀란, 그리고 가장 기쁜 표정을 짓고 계셨다.승의 은혜 노래가 끝나고 우리도 선생님 앞에 서서 꽃을 드리고 악수를 한 번씩 하고 뻘쭘하게 서있는데 선생님께서 씨익 웃으며 말씀을 꺼내셨다.

왜 왔어! 녀석들아.”

말씀은 그렇게 하시면서도 선생님은 계속 웃고 계셨다. 우린 그걸로 만족한다.

수도공고 이근희 선생님! 이 글은 못 보시겠지만 감사합니다! 또 찾아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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