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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요, 엄마 - 박도희 학우(실내건축전공 2)

등록일 2015년05월27일 00시00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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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나와 엄마의 관계는 남들이 부러워 할 정도로 친한 친구 같은 사이였다. 같이 쇼핑도 하고 영화도 보고 밥도 먹고 연락도 자주하고... 하지만 요즘 들어 엄마와 나는 많이 부딪히게 됐다. 나는 바쁘고 엄마는 카페 일을 다시 시작하면서 서로 얼굴 볼 시간도 없기 때문에 마주치기만 하면 필요한 것, 고칠 것만 얘기하게 되는 것 같다.

얼마 전에 엄마가 일을 하시다가 실수로 손가락을 좀 크게 다치셨다. 난 그 당일에도 엄마랑 싸워서 냉전중인 상황이었고, 그 다음날 엄마가 아침에 설거지 좀 하고 학교에 가라는 말을 듣고서야 엄마 손이 다친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몇 주 동안은 손을 아예 못쓰셔서 살림을 거의 못하셨고 가족끼리 일을 나눠서 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나는 학교와 과제 때문에 일찍 나가서 늦게 들어왔고 일을 거의 하지 못했다.

화요일은 공강이어서 학교를 늦게 나갔기 때문에 아침에 설거지를 하고 엄마가 돌려놓은 빨래를 널고 학교에 가곤 했는데, 그 일이 싫은 건 아니지만 그렇게 귀찮고 재미없을 수가 없었다. 내가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널고 있는 동안에 엄마와 아빠는 거실에서 티비를 보는데 그게 그렇게 샘이 나는 것이었다. 그런데 생각을 해보니 엄마는 매일 매일을 그렇게 살아 오셨고 아무렇지 않게 해 오신 일이었다. 그런데 나는 진짜 몇 번 하지도 않으면서 한심하게 귀찮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며칠 전에는 집에 늦게 들어와서 엄마에게 혼이 났다. 하지만 나는 엄마를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놀다가 늦게 들어온 것도 아니고 팀 과제를 하다가 늦게 들어온 건데 뭐라고 하시는 게 짜증났다. 차라리 놀다가 늦게 들어오는 거라면 억울하지라도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엄마가 그러셨다. 아침에도 늦어서 후다닥 나가고 저녁에도 늦게 들어오고 도대체 얼굴 볼 시간이 없다고... 이야기를 하고 싶어도 얘기할 시간이 없다고, 또 엄마가 아픈데 엄마 손가락은 괜찮아요?’라고 물어도 안보냐고. 좀 여유롭게 나와서 설거지 좀 해주고 나가면 안 되냐고 엄청 서운해 하셨다. 그런데도 내 자존심이 쓸데없이 너무 세서 그냥 바쁘고 피곤한데 어쩌란 식으로 받아쳤다.

내 말투를 듣자 엄마가 내 마음속에 깊이 생각하게 될 말을 하셨다. 네가 친구와 대화할 때를 생각해 보라고.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미안한 일을 했을 때 네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그래서 생각해 봤다. 나는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는 사소한 미안한 일에 자존심을 세우지 않고 쉽게 용서를 구했고 상대방의 기분을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엄마를 너무 소홀히 생각했나? 너무 안이하게 그래도 된다고 생각했나? 미안할 때 미안하다고 하지 못했고 자존심 상해서 내가 맞다는 생각에 휩쓸려 그래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엄마의 말에 정말 한 대 맞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항상 곁에 있는 게 당연했고 나를 걱정하는 게 쓸데없고 귀찮다고 생각했다. 항상 나를 챙겨주는 걸 감사히 여기지 못했고 당연하게 여겼다. 엄마에게는 셀 수 없이 잘못을 했어도 용서를 구하지 않았다. 그냥 그래도 되는 건줄 알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엄마는 항상 강한 줄 알았지만 한없이 여린 존재였고, 원래 잠이 없고 부지런한 줄 알았지만 가족을 생각하다보니 그렇게 바뀐 것이었다.

물론 내가 이렇게 생각이 들어도 얼마나 갈 수 있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나중에 후회하기 전에 더 잘하기보다는 더 많이 표현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더 많이 미안하다고 말하고 더 많이 사랑한다고 말할 것이다. 평생 함께 사랑하면서 살아야할 나의 엄마니까! 같이 친구처럼 나이 들고 행복해요. 내가 더 노력할게요. 사랑해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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