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만은 40년 동안 만화를 위해 살아온 만화가다. 그의 작품은 1970년 「각시탈」을 시작으로 215개 중 30개가 드라마나 영화, 애니메이션이나 게임화가 됐다. 예술의전당에서 개관 이후 최초로 만화 전시회를 열게 되었다. 만화가 ‘허영만 전’이 바로 그것이다. 전시장은 ‘연보존’을 첫 섹션으로 하여 ‘허영만의 손’, ‘평면에서 입체로’, ‘Grand Brush’, ‘창작의 비밀’, ‘팝아티스트의 오마주’, ‘허영만과 윤태호’, ‘더 깊숙한 이야기’, ‘1974년 각시탈 원화’, ‘원화 중 원화’, ‘만화 레시피’로 총 11개의 섹션으로 나눠져 있다.
만화가 허영만
1948년 전남 여수에서 태어난 허영만은 초등학교 시절에 김용환의 「코주부 삼국지」를 통해 처음 만화에 눈을 뜨게 됐다. 그리고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상경해 본격적인 만화 공부를 시작했다. 대표 작품으로는 「각시탈」, 「날아라 슈퍼보드」, 「식객」, 「타짜」, 「비트」 등이 있다.
영화 ‘비트’의 김성수 감독은 “인물, 상황, 설정 등이 단단한 땅 위에 세워진 허영만의 만화는 ‘진짜’다”라고 했다. 영화제작자 김동주는 “이제 허영만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허영만의 영향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작품에서는 허영만 특유의 세심한 감정 표현과 당시의 상황을 소소하게 묘사한 장면을 찾아 볼 수 있다.
창작의 비밀
전시회의 부제목이 ‘창작의 비밀’인만큼 이 섹션에서는 대표 작품들의 탄생 비화를 낱낱이 파헤칠 수 있는 곳이다. 「날아라 슈퍼보드」는 자식들이 학교를 다니면서 자신의 만화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철저히 어린이의 시선으로 기획한 만화라고 한다. 이어 학교 친구들이 아빠의 만화를 보고 같이 이야기했다고 할 때마다 자랑스럽고 뿌듯했다고 덧붙였다.
그 외에도 작가의 실제 각본이나 그림노트의 복사본들이 전시돼 있어, 만화가 어떤 과정으로 탄생했는지도 직접 볼 수 있다. 벽에는 허영만의 말이 글귀로 새겨져 있는데, 그 중 “기본적으로 창작하는 사람은 많은 시간을 할애해 소재를 사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평상시에 남들이 볼 땐 아무것도 아닌 걸 가지고 오래 고민하고 한 나절을 생각하고 밤을 새면서 스토리를 못 쓸 때가 있습니다”라는 문구에서는 창작의 고통을 읽어낼 수 있다.
각시탈 원화
이 섹션에서는 1974년 20대의 허영만이 처음으로 그려낸 「각시탈」의 원화를 최초로 공개한다. 원화는 한 명씩 일렬로 줄을 서서 감상할 수 있도록 전시돼 있다. 원화에서는 작가가 붓과 펜으로 직접 수정한 흔적을 볼 수 있다. 컷들 중 주인공의 발차기와 같은 액션 신에서는 20대 시절 작가의 패기가 보인다.
허영만과 윤태호
여기에는 허영만이 자신의 제자인 윤태호와 공동 작업한 「벽」과 「망치」의 원화와 윤태호가 혼자 작업한 「미생」, 「이끼」, 「야후」, 「발칙한 인생」, 「파인」의 원화가 전시되고 있다. 그 중 「미생」은 웹툰에 이어 드라마로도 성공적인 인기를 끌었다.
윤태호의 만화는 허영만의 만화와 비슷하게 철저한 사전 조사 후에 그려져 무게감 있으면서 세심한 컷을 보여준다.
스승인 허영만이 윤태호에게 자필로 쓴 편지도 볼 수 있다. “태호, 항상 네 작품의 내면을 믿었다. 그림 좋고, 긴장감 놓치지 않는 연출 좋고, 이 시대는 당신들 것이다. ‘이끼’를 보고 있자니 흑백만화는 생명이 없어 보인다. 이제라도 칼라 공부를 해야 쓰겄다”라고 했다. 편지에서 윤태호를 칭찬하는 동시에 자신의 취약점을 보완시킬 의지를 불태우는 모습을 보여준다.
▶전시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전시기간: 4월 29일~7월 19일
▶관람시간: 오전 11시~오후 8시(입장마감 오후 7시)
▶입 장 료: 성인 12,000원, 청소년 10,000원, 어린이 8,000원
▶전시문의: 070-7533-8998, www.huryoungman.co.kr
정예진 기자 jasmine135@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