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희 교수(아동보육전공)
즐거운 열정을 가진 사람을 만나는 것이 좋다. 어린이 축제 자원봉사를 하면서 수천 명의 사람들 중에 가장 빛나는 얼굴로 일하는 학생이 좋다. 기쁨이 넘치는 표정으로 손님에게 정성을 다하는 식당에 가면 절로 행복해진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자기 일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얼굴이 불을 켠 듯 밝아진다. 마주보고 있으면 덩달아 내 마음까지 밝아진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진심으로 즐기며 좋아하고 그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를 스스로 마음에 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두 명의 벽돌공이 열심히 벽돌을 쌓아올리고 있는데 “당신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라고 물었다고 한다. 한 명의 벽돌공은 잔뜩 찌푸린 얼굴로 “보면 몰라요? 땡볕에 벽돌 담을 쌓아올리고 있잖소”라고 퉁명하게 대답했다. 또 다른 벽돌공은 활짝 웃는 얼굴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을 짓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두 사람은 같은 대가를 받고 일을 하고 있지만 행복의 무게는 다를 것이다. 단지 끝없이 벽돌을 쌓아올리는 일이라고 생각한 사람과 웅장한 성당을 꿈꾸는 사람의 삶은 다르다.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어떤 가치를 지닌 일인지를 마음에 담아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이다.
‘왕의 남자’를 만든 이준익 감독은 독선적이지 않으면서 촬영현장의 모든 사람들에게 유쾌한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리더라고 한다. 그래서 영화판의 스탭들 사이에서 함께 일하고 싶은 감독으로 꼽힌다고 한다. 수년 전 어느 일간지의 인터뷰 기사가 인상적이었다. 기자는 그에게 어째서 항상 웃으면서 일할 수 있는지, 촬영장의 분위기는 왜 항상 유쾌한지를 물었다. 그의 대답 일부분을 옮겨본다.
“현장에서 한 가지 목표를 두고 작업할 때 모든 스탭이 함께 집중할 수 있도록 노력해. 그런데 집중을 하려면 호기심과 흥미가 있어야 하지. 모르면 재미없어. 나는 그 장면을 왜 찍는지 어떻게 찍을 것인지에 대해서 다 공개해. 감독 머릿속에만 있으면 뭘 찍는지 몰라서 다들 흥미가 없어지는 거라고. 그러면 집중력과 효율성도 떨어지지.”
촬영장에서 일하는 모든 스탭이 넘치는 에너지로 일할 수 있는 것은 자기가 왜 그 일을 하고 있는지를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내가 이 일을 왜 하는지, 이 일이 어떤 가치가 있는지를 알고 일할 때 놀랄만한 긍정의 에너지가 채워진다. 나는 때로 젊은 그대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한다.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소용없다. 잘 해야 한다. 잘하는 것만으로는 소용없다. 즐겁게 해야 한다.”
누구나 즐겁게 일하는 사람과 함께 일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긍정의 에너지가 바로 즐거운 열정이다. 스스로 성장한다고 느끼는 것이 즐거운 열정이다. ‘열정이 없었다면 칭기즈칸도 한낱 양치기에 불과했다’라는 광고 카피가 있었다. 칭기즈칸의 열정도 분명 뜨겁기 만한 열정은 아니었으리라 생각한다. 즐거운 열정을 품은 사람은 어떤 어려움도 이겨내고 스스로 비전과 신념을 만들어낸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젊은 당신은 요즘 어떠한가. 새벽까지 이어진 알바를 마치고 신구(新丘)의 언덕을 오를 때면 때로 삶이 힘겨울 때가 있는가. 청년실업이 10%를 넘었다는 꺾은선 그래프를 보면 지금 당장의 시험 공부가 덧없어질 때가 있는가. 누구에게나 젊은 날은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 다가올 미래가 낯설기 때문에 불안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재 하고 있는 일에 몰입해서 진정한 자기 성장, 즐거움을 얻는 것이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다. 언덕을 오르다보면 근육의 힘이 생기고, 책을 읽고 보고서를 쓰다 보면 생각의 힘이 생긴다. 한 걸음 한 걸음에 호흡과 박자를 맞춰가며 기운차게 올라 큰 호흡으로 산소를 들이마시는 거다. 엉덩이 딱 붙이고 앉아 정독해서 책을 읽고 더 나은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눈 듯한 쾌감을 지긋이 느끼는 거다.
힘이 들어야 힘이 생긴다. 여러 번의 언덕을 오르락내리락 하며 살아온 내가 좋아하는 말이다. 그런데 정말 그랬다. 인생의 힘들었던 한 부분은 언젠가는 그로 인해 빛나는 순간을 맞이하곤 했다. 그러나 즐거운 열정으로 자신을 채우지 않으면 얻을 수 없다. 그러니, 지금 당신이 하고 있는 일이 무엇(what)인지 보다는 왜(why) 하고 있는지에 좀 더 집중해보자. 지금보다 더 나아져 있는 자신을 기대하며 열심히, 그러나 즐겁게 새로움의 언덕[新丘]을 오르자. 오늘도 신구의 언덕을 오르는 당신에게 누군가 지금 무얼 하고 있느냐고 물으면 “보면 몰라요? 땡볕에 언덕 오르고 있잖아요” 하지 않았으면 한다. “내 일(job)과 내일(tomorrow)을 위해 점점 가까이 다가가고 있어요” 하기를 바란다. 미래의 당신이 과거의 당신에게 고맙다고 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