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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는 국익이 우선, 양다리 걸치기라도 해야 - 비즈니스중국어과 김영진 교수

등록일 2015년05월27일 00시00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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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교수(비즈니스중국어과)
구소련과 동구권이 몰락한 지난 세기 말까지만 해도 냉전은 완전히 끝난 듯했다. 실제로 그렇기도 했다. 한때는 남한보다 잘 살았다고 하던 북한이 고난의 행군을 시작한 것도 다 이런 현실과 맥락을 같이 한다. 그러나 이 판단은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성급하지 않았나 싶다. 역사는 다람쥐 쳇바퀴처럼 반복된다고 지금 국제 질서가 마치 신 냉전 시대가 도래한 듯한 느낌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복잡하게 볼 필요도 없다. 미국과 일본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새로운 동맹 관계를 맺은 것이나 이에 반발해 중국과 러시아가 거의 혈맹 수준으로 가까워지고 있는 모습을 보면 현실은 바로 읽을 수 있다.

이처럼 과거의 냉전보다 더욱 확실하게 편 가르기를 하는 신 냉전이 한국에게 별로 영향을 미치지 않거나 미미하다면 크게 문제는 없다. 그것보다 더한 상황이 오더라도 우리는 오불관언(吾不關焉)하면 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더구나 현 구도는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에게도 손을 내밀 가능성이 많다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 특히 과거 북한의 혈맹이었던 중국은 더욱 그렇다. 한국이 수수방관해서는 안 되는 상황이라는 얘기가 된다.

진짜 그런지는 핵 문제 및 친중파인 장성택 처형 등의 이유로 인해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넌 듯 하던 북한과 중국 간의 관계가 예사롭지 않은 현실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일단 과거 혈맹의 관계까지 복원된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상당히 좋아졌다는 느낌을 줄 정도의 조짐은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의 대북 경제적 압박이 많이 완화된 현실에서 이런 조짐은 어느 정도 읽을 수 있다. 지난해의 경우는 중국에서 북한으로 향하던 석유나 식량이 가뭄에 콩나듯 했으나 최근에는 대폭 늘어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4월 들어 양측 간 일반인의 관광이 본격 재개된 것이나 상호 항공편의 증편 소식 역시 분위기가 확실히 이전과 다르다는 사실을 잘 말해주는 것 같다. 더욱 눈을 번쩍 뜨이게 만드는 뉴스도 없지 않다. 북한이 중국 동북 지방의 조선족 기업가 150명을 525일부터 6일 동안 열리는 원산-금강산국제관광지구투자설명회에 초청을 했다는 소식이 바로 그것이다.

중국이 오는 9월 초 열리는 항일반파시스트전쟁 승리 70주년 기념식에 김정은(국방위원회 제 1위원장)을 초청한 것 역시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분위기로 보면 김정은이 가지 않을 이유가 없다. 또 가게 될 경우 양측의 해빙 분위기는 더욱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북한에게 적극적으로 손을 내민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언행들은 이외에도 적지 않다. 올해 부임한 리진쥔(李進軍) 평양 주재 중국 대사의 발언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최근 양형섭 북한 최고인민회의 부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과 조선은산과 물이 서로 이어진 순치상의(脣齒相依)의 우방이다라고 양국의 관계를 설명한 것이다. 한마디로 혈맹으로 다시 돌아가자는 은근한 뉘앙스의 제언이라고 해도 좋다. 러시아의 대북 관계 증진 노력도 만만치 않다. 불발되기는 했으나 김정은을 초청했다는 사실만 봐도 이런 현실은 별로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미일에 대응한 북--러의 삼각동맹의 출현 가능성은 이제 단순한 전망이 아니라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적극적인 대응을 강요하는 구도처럼 보인다.

이 경우 한국이 선택할 행보의 폭은 넓지 않다. 대략 세 방향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과거처럼 무작정 미국과의 동맹을 최우선시 하는 방향을 우선적으로 꼽을 수 있다. 다음으로는 중-러와의 관계를 더욱 중시하는 방향이 있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미국과의 동맹은 확고하게 유지하면서 중-러와도 더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길도 선택이 가능하다.

당연히 마지막 방향이 가장 현명하고 국익에 도움이 된다. 문제는 이런 방향으로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더라도 어려움이 산적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되기도 한다. 그러나 어렵더라도 가야 할 길이라면 온갖 난관을 극복하고 가야 한다. 외교는 국익이 우선이 아닌가. 그 어느 때보다 우리 외교 당국자들의 현명한 대처가 필요한 상황이다.


신구학보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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