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재은 교수(패션디자인과)
얼마 전 학생들과 식물원 숲길을 걸으면서 나눈 이야기가 생각난다.
“교수님은 저희 나이 때에 무슨 생각을 하며 대학에 다니셨어요?”
“교수님은 다시 저희 나이로 돌아가시면 어떻게 살고 싶으세요?”
오늘 수업과 내일 학점에만 관심 있는 줄 알았던 학생들에게서 이런 질문을 받으니 한편으로는 신선했다. 식물원 탐방 일정 때문에 긴 대화는 나누지 못했지만 우리 학생들이 자신의 삶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생각에 흐뭇했다. 대학 학창시절은 누구에게나 처음으로 진지하게 실제적인 자신의 삶을 디자인하는 시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먼저 살아온 인생의 선배로서 몇 가지 조언을 해본다.
디자인 전공 교수로서 처음 수업시간에 학생들과 나누는 이야기는 디자인의 개념이다. 목적에 따라 실체를 만드는 것. 우리가 삶을 디자인하는 것은 인생의 목적을 세우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플랜을 만드는 것일 것이다. 이런 플랜 중의 하나가 선택한 전공과 그 분야의 취업이다. 우리는 이 플랜을 실현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만, 요즘은 이 모든 노력이 가까운 미래에 무용지물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다양한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미래학자들은 미래 사회와 직업에 대하여 여러 가지 예측을 내어 놓고 있다.
사회의 많은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사라지는 직업, 변화를 겪는 직업, 신종 직업 등 큰 변화가 분명하기에 우리는 많은 불안에 싸인다. 지금 내가 선택한 전공 분야는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변하며 나는 미래에 어떠한 모습으로 존재할까? 많은 미래학자가 예측하기로는 인간의 손으로만 가능한 일, 인간의 창의적 아이디어가 필요한 일만이 직업으로 남아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불확실한 미래를 예측하며 현재 어떻게 준비해야 할 것인가? 먼저,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기본은 어떠한 변화에도 기본으로서의 가치가 존재한다. 기본이 되는 전공 지식이나 기술뿐만이 아니라 기본이 되는 소양을 위해 노력하자. 또한 창의력을 키우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무에서 창조되는 것이 아닌 우리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뇌의 경험에서 나오는 산물이다. 따라서 뇌의 기억에 저장될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시간을 내어서 문화적 경험을 자주 하기를 권한다. 그래야 이런 경험적 지식들이 뇌에서 융합되어 문제에 부딪혔을 때 해결할 수 있는 창의적 아이디어로 나오게 된다.
기회가 된다면 외국의 문화를 경험할 기회를 많이 갖는 것도 적극 권장한다. 선진문화 뿐만 아니라 낙후된 문화권에도 우리에게 필요한 많은 경험적 지식이 존재한다. 하나가 되어가는 글로벌 시대의 인재가 되기 위한 핵심 경험이다. 몇 년 전 경험한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방글라데시에서의 경험은 나에게 이슬람문화와 생산중심의 산업사회를 경험하게 해 주었으며 현재 내가 가진 삶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기회였다.
변화를 즐기기를 권한다. 즐거움은 특히 20대에 가장 큰 에너지원이다. 여름철 물놀이테마파크에 가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장 즐거워하는 곳은 파도풀이다. 안전장비를 갖추고 파도가 올 것을 예상하며, 큰 파도가 닥쳐오면 파도에 몸을 맡기며 그 찰나를 즐기게 된다. 옆 사람을 붙잡기도 하고 소리도 지르며 나에게 다가오는 파도를 타고 넘길 때마다 짜릿한 기분을 느낀다. 변화의 파도도 잘 준비하여 넘기면서 거기에서 삶의 즐거움을 찾기를 바란다.
한 학생의 이런 질문도 생각난다. “교수님은 저희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세요?” 아무 생각 없이 내가 한 대답은 “젊음이 부럽다”였다. 상투적이지만 가장 솔직한 나의 심정이다. 거꾸로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이기에 지금은 아무리 꿈꾸고 노력해도 20대 만큼의 가능성이 주어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모든 이가 가장 부러워하는 지금 이 시간을 소중이 여겨서 많이 꿈꾸고 계획하고 노력해서 변화를 즐겁게 성공적으로 넘기는 신구인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해피 여름방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