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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 잃은 대학축제

등록일 2015년11월04일 00시00분 URL복사 프린트하기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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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아 기자
가을을 맞아 각 대학들이 축제로 들썩이고 있다. 그러나 속속히 드러나는 문제점 때문에 대학축제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 대학은 주점에서 일어난 문제로 축제 전체가 취소되었고, 또 다른 대학은 법정공방에 휘말리기도 했다. 이처럼 대학축제의 속을 썩이게 하는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

술은 대학축제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하지만 적절한 음주가 주는 즐거움 이면에 과한 음주가 일으키는 사건, 사고들은 매년 심심치 않게 뉴스로 접할 수 있다. 지난 2012년에는 대학 축제에서 술을 마신 뒤 운전을 하던 대학생들이 레이스를 펼치다 1명이 사망, 1명이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대학 축제의 주점메뉴와 홍보문구의 선정성, 범죄 희화화를 둘러싸고 많은 논란이 일어났다. 주점의 선정적 홍보 문구는 매년 축제기간이 돌아올 때마다 표현의 자유인지, 성희롱인지를 두고 입씨름이 벌어진다. 심지어 K대의 한 주점은 걸그룹 나인뮤지스의 멤버 경리의 속옷 화보사진에 돌아온 성인포차 19’ 등의 음란성 문구를 합성한 포스터로 경리의 소속사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또한 모 대학의 한 주점에서는 범죄자의 이름을 내건 메뉴를 판매했는데, 곱창 볶음, 무뼈 닭발 등의 메뉴에 살인마 오원춘의 이름을 붙인 오원춘 세트’, 미성년자 간음과 성폭행 등으로 수감됐다가 출소한 고영욱의 이름을 붙인 고영욱 세트가 바로 그것이다.

이렇듯 대학 주점에서 선정성은 손님을 모으기 위한 수단으로써 활용되기 때문에 제대로 개선되지 않고 있다. 학과나 동아리 단위로 주점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은데, 주점간의 경쟁 속에서 높은 수익을 내기 위해 보다 더 자극적인 것을 내세우는 것이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학생들의 저조한 참여와 부족한 관심이다. 매년 똑같은 프로그램으로 인해 흥미가 떨어진 학생들 중에는 주점에서 술이나 마시고 가자고 외친다. 특별부록을 얻기 위해 잡지를 구매하는 것처럼 말이다. 혹은 시험기간과 축제기간이 겹쳐 참여를 포기하는 학생도 적지 않다. 그로 인해 학생들의 관심을 모으기 위해 이루어지는 연예인 섭외도 문제다. 길어봐야 20분 남짓 되는 시간을 섭외하기 위해 드는 수천 만 원, 심지어 억대를 넘는 비용이 축제 전체 예산에서 최대 70%를 차지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일부 대학에서는 연예인을 보기 위해 암표가 거래되기도 한다고 하니 이 정도면 대학 축제가 아니라 학생들의 돈으로 지불하는 유명 연예인의 콘서트라 불러야겠다.

이밖에도 흡연구역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축제 때마다 증가하는 흡연량과 버리는 사람 따로, 치우는 사람 따로 있는 쓰레기 문제, 밤늦게까지 진행되는 축제로 인해 발생하는 소음공해 등 여러 가지 문제들 때문에 대학뿐만이 아니라 지역주민들까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모든 문제는 대학 축제가 본질을 잃고 변질되어가면서 발생하는 문제임에 틀림없다. 우리 모두가 대학축제의 문제점을 다시 한 번 인식하고 개선할 수 있을 때, 다함께 크게 어울려 화합할 수 있는 진정한 대학 축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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